여자친구랑 반년 넘게 동거하면서 결혼 준비중이다. 결혼 준비의 큰 산은 대부분 넘었다. 근데 너무 힘들다. 이렇게 힘든데 결혼을 하는게 맞나 싶다.
가장 큰 문제는 영민한 여자친구는 다소 느리고 일처리가 빠릿하지 못한 내가 답답하고, 반대로 나는 다소 예민한 여자친구의 잦은 짜증을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자친구는 나의 애매하고 답답한 성격이 자신을 짜증나게 한다고 한다. 짜증을 참기 어렵다고 한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면 이해가가는 부분이긴 하다. 만약 내가 여자친구의 입장이어도 내가 답답할 것 같다. 여자친구는 내가 어떤일에서든 리드해주길 바라지만, 그녀의 빠른 일처리 속도를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면도 있고, 나 자체가 다소 느긋한 성격이긴하다.
사실 동거 이후에도 이문제로 엄청 다투었다. 집안이 어질러지면 스트레스 받는 그녀는 깔끔 수준이 10점 만점에 10점이었고, 그냥 살 수 있으면 그만인 나는 상대점수로 3점이면 후할 것 같았다.
이왕이면 깨끗하고 정돈된게 좋다고 생각한 나는 무단히 노력했다. 중간중간 마찰은 있었지만 지금은 8~9점은 되는 듯하다. 그녀도 인정했다. 평소는 잘 지내는 듯했다. 그래도 여전히 한개 두개씩 삐걱거리고 빠뜨리는 나를 보며 그녀는 속으로 화를 참았지만 쌓아갔다.
그녀는 특히 잠을 자지 못해서 피곤할 때나 집안이 어질러지거나 할일이 쌓여있을 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다가 내가 멍청한 실수를 하거나 하나 씩 빠뜨리면 폭발했다. 왜 한가지씩 빠뜨리냐고, 왜 그렇게 느리고 답답하냐고. 그러면 나는 나대로 억울했다. 그간 열심히 변화하고 노력했는데 그건 모르고 왜 또 화를내냐고. 그럼 우린 또 서로에게 칼날 같은 말을 쏟아냈다.
나도 내가 답답했다. 왜 나는 그녀 앞에서 그런 실수를 반복할까? 사실 회사에서는 일처리가 나름 빠른 편이다. 회사에서는 우리팀이 가장 먼저 일처리를 해야 다른 팀이 일을 할 수있는 구조라서 빠른 시간내로 정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게 중요했다. 그를 위해 나는 내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더 나은 방안을 스터디도 열심히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짜증내는 모습에서 우리 아빠를 본 것 같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거나 자기 계획에 따라 잘 움직여주지 않으면 화를 내고 윽박지르는 아버지가 나는 무서웠다. 나는 언성이 높아지거나 딱딱한 분위기가 되면 얼어 붙어버리는 것 같다. 회사는 그럴일이 없었다. 정 안 되면 내가 야근을 해버리면 그만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고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아니었다. 너무나 똑똑한 이친구는 국내 4대 기업에 다닐 정도로 수재였다. 반면 나는 중소기업 다니는 허접따리였다. 내가 품기에는 너무 영민하고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인 것 같다. 그녀는 내가 변화하길 바란다. 8~9점이 아니라 10점이 되기를 바란다. 깜빡하지 않게 노트라도 적고, 일처리를 깔끔하게 하기 위해 집중하고, 노력하란다.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바란다. 자신은 가장이 아닌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저 내가 이끄는대로 따라갈 수 있는,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또 노력해야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언제까지 노력해야하는거지.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름 말을 잘하다고 자부한다. 회사에서도 말을 잘해서 여러 사람들과 친분이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모든 팀에 앞서 제일 먼저 일을 처리하고 다른 팀에 도움을 주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한다. 나는 회사에서 여러 사람이 필요로 한다. 그래서 난 회사에서 일할 때 비로소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 하지만 집은 아닌 것 같다. 그곳에서 나는 부족한 사람이고 노력해야하는 사람이다. 나라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곳인 것 같다.
여자친구는 나를 사랑해준다. 진심으로 많이 사랑해준다. 이렇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나를 사랑해준다. 나도 그녀를 사랑한다. 이렇게 영민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왜 나에게 와주었을까 의문이다. 솔직히 돈도 나보다 잘벌고 학벌도 더 좋다.
나는 그녀의 지적에 끝없이 추락한다. 나는 그런 인간이다. 한가지를 지적하면 내 인간성을 부정당한 사람마냥 끝없이 추락하는 그런 인간이다. 그녀의 지적이 그럴 의도는 없었다지만 나는 그런 인간이다. 한가지를 부정다하면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 말에 많이 휘둘리는 피곤한 인생이다.
사실 무얼 말하고자 이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단순 푸념인지 질문인지. 내 편을 들어주길 바라는지 그 반대인지. 파혼을 바라는지 아닌지. 그냥 끝없이 추락하는 와중에 의식에 따라 써보았다. 그저 감정을 쏟아내기 위한 글인 것 같다.
긴글 읽어주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