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물어볼 수는 있잖아요.”
도담은 맥주잔을 비우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영영 물어볼 수 없는 사람도 있는데……. 승주도 떠올리기 싫은 실망스러운 기억을 가졌구나. 사람들은 저마다 깊은 우물을 가지고 살아가는구나. 도담은 동질감을 느꼈다. 일하는 동안 승주가 늘 쾌활하고 밝은 모습이었기에 더욱 놀랐다. 그간 도담에게 호감을 품고 다가오는 남자도 드물게 있었지만 도담은 자신만만한 그들에게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오히려 힘든 일을 겪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에게 끌렸다. 이 사람은 내가 필요하구나, 하면 마음이 움직였다.
승주와 도담은 하이볼을 한 잔씩 시켰다.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동의한 듯 눈빛을 교환하고 잔을 부딪친 후 술을 들이켰다.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위선, 배신, 폭력에 대해 열을 올리며 이야기했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형식이 자주 본질을 망친다고도 했다. 술잔을 내려놓으며 승주가 말했다.
“사랑이란 건 거대한 마케팅 같아요.
제가 보기엔 잘 포장된 욕망과 이기심인데.
자기들 멋대로 핑크빛으로, 하트 모양으로 정하고. 그게 장사가 되니까요. 사과 로고처럼.”
급류, 정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