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에서 상담과 마케팅을 하며 진료실 앞뒤에서 참 많은 환자분들을 만납니다.
늘 그렇듯, 진료는 신중하게, 설명은 자세하게, 접수는 공정하게—그런데 요즘 들어선 이런 ‘기본’이 점점 통하지 않는 순간들이 많아졌어요.
얼마 전, 연세 많으신 어르신 한 분이 내원하셨습니다.
“머리에 뭐가 났는데 뭔지 좀 봐줘” 하시기에 친절히 접수 도와드리고, 원장님께서 두피 진단기로 자세히 봐주셨죠.
하지만 너무 긁어 놓으셔서 진단이 쉽지 않았고, 원장님도 “조금 두고 보시고, 손대지 말고 다시 오셔야 정확하게 진단이 됩니다”라고 설명드렸어요.
그런데 진료실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접수 데스크로 오셔서는,
“진단도 못했는데 왜 진료비를 받아요?” 하며 따지시는 겁니다.
결국 아무 말도 못 드리고, 진료비도 못 받고 보내드렸습니다.
비슷한 일이 또 있었어요.
어머님 한 분이 8살 아이를 데리고 오셨어요. 종아리에 뭐가 났다고요.
접수 후 진료실에서 진단기를 통해 확인하니 사마귀였습니다.
“제거해 주세요” 하시기에, 원장님이 아이가 어려 레이저 치료는 조금 조심스럽다고 설명드렸습니다.
혹시라도 흉이 지거나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섣불리 하지 말자는 취지였어요. 어머님도 고개 끄덕이며 “네, 알겠습니다” 하시더니,
진료실에서 나오시고 진료비 말씀드리니… 갑자기 표정이 확 바뀌며 “제거도 안 했는데 왜 돈을 받아요?!”
그날 접수팀 모두 눈치만 보고 말 한 마디 못 하고… 결국 또 진료비를 받지 못했죠.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이 일이었습니다.
50대 초반의 남성분이 점을 제거하러 오셨는데요, 여러 개 제거 후에도 남아있는 한 점을 3번까지 무료 리터치해 드렸어요.
상담 때도 분명히 “리터치는 3회까지 가능하다”고 안내(동의서작성도 했음)드렸고, 이후엔 비용이 발생한다고 정중히 설명드렸죠.
그런데 네 번째 리터치 요청에 비용 안내드리니… 갑자기 언성이 높아지더니,
“내가 죽을 때까지 빼준다 하지 않았냐! 이 XX야!”
욕설은 물론이고, 병원 앞에서 고함을 치시며 협박까지 하셨어요.
나중에는 “길에서 만나면 죽여버릴 거야”라는 말까지 남기셨습니다.
사실 저희도 서비스직입니다.
한 분 한 분 진심을 다해 안내드리고, 특히 피부과라는 공간이 ‘민감한 상태에서 오는 공간’이기에 더더욱 조심스럽고 따뜻하게 대해드리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요즘엔 “설명을 해도, 진단을 해도, 치료 계획을 안내해도” 결국 원하는 치료를 하지 않으면 “진료비 안 내겠다”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의료 서비스는 ‘물건을 사고 파는 일’과는 조금 달라요.
진료는 그 자체로 의사의 지식과 시간, 그리고 수년간의 임상경험이 담긴 ‘전문적 판단’입니다.
사실상 그 진료의 결과가 “조금 기다려보자”일 수도, “지금은 치료가 어렵다”일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그 과정을 돈으로만 판단하게 되는 요즘, 마음이 조금 씁쓸합니다.
웃으면서도 울고 싶은 이야기들, 이거 보시는 분들은 혹시라도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꼭! 기억해 주세요.
진료라는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성실히 해주는 병원이 있다면, 그 가치를 존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서비스직… 참 쉽지 않네요.
진료실 밖 풍경, 더 많은 분들과 공감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기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