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이 얘길 해주신 의도는 알겠습니다
대충 고모를 기억해라... 은인이다..
하지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충격이 크고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모르겠어요
며칠 째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이곳이 부모인 분들이 많으시니 조언을 얻고 싶습니다
원래 친구들에게 보내려던 내용이라 반말인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
우리 집은 여름이 되면 친가쪽 모두 모여 돌아가신 고모의 봉안당에 조문을 했음
내가 5살쯤 돌아가셨는데 그 후 매해 찾아뵘
어릴 때야 엄빠 따라 잘 갔는데 날짜가 딱 방학 때라 친구들이랑 워터파크 가고 싶어서 한번쯤 물어도 엄마까지 단호하게 절대 안된다고 못 박으셨어
그 이유를 20살이 된 이제야 알았다
내가 5살 때 엄마, 아빠, 나, 고모, 고모부 이렇게 계곡에 놀러갔어
엄마는 동생을 임신중이라 에어컨 켠 차에서 쉬고 계셨고 아빠랑 고모부는 돗자리 펴고 짐정리 중이셨음
물 좋아했던 고모는 튜브 타고 이미 들어가계신 상태였어
부모님이 내 구명조끼를 깜박하셔서 난 엄마 구명조끼를 입고 물가에서 놀고 있었음
내가 그 당시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물가에 놓고 아빠가 중간중간 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대
문제는 내가 고모를 좋아하고 따랐던거지..
고모부부는 아이가 없어서 나를 엄청 귀여워해주셨는데 고모한테 가려다가 구명조끼가 너무 커서 내가 쑥 빠졌대
맑은 계곡이어서 대충 이 정도 거리 이후로는 깊은 곳이겠구나 짐작만 했지 깊은 곳이 어느 정도 깊은 곳인지 몰랐었다고 함
알고보니 2미터~3미터 깊이나 되는 지점도 있는 계곡이었더라고..
아빠가 당황해서 구명조끼 입고 잠수하려니 잠수가 됨? (수영 못하심)
튜브 타고 있던 고모가 바로 뛰어드셔서 나를 아빠에게 건네주셨고 타던 튜브를 잡으려고 하셨는데 힘이 빠지셨는지 튜브까지 못 가시고 고모가 빠지셨대
고모부는 고모가 뛰어들기 전에 고모부에게 119 신고하고 마중하러 가라고 시키셔서 자리를 뜨신 상태였음
고모는 운동선수 출신이셨고 수영도 좋아하고 꽤 하시는 실력이라 당연히 빠져나오셨을거라고 생각하셨대
나는 중환자실에 3일 정도 들어가있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고 함
고모 장례도 보지 못했고..
그 당시 기억이 없어
내가 어릴 적 꾸었던 꿈 중에 가장 행복했던 꿈이 있었는데..
벚꽃이 휘날리는 동물원에 고모인지 이모인지 여자랑 단둘이 신나게 뛰어노는 내용이었음
핑크 필터가 씌워진 몽환적이 꿈이었어
그런데 꿈이 아닌 고모랑 함께 했던 진짜 기억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어
엄마아빠 둘이 데이트 좀 하라고 날 데리고 가셨다더라고..
고모 얘기를 듣고 나서 죄책감이 심하게 들었어
나에게 왜 지금 이런 얘기를 하지?
숫자로는 성인이어도 아직 이런 얘기를 듣기엔 벅찬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