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7년차 남편입니다. 저희는 공무원 부부라서 결혼 초기부터 집안일에 대해 남녀 구분하지 않고 공동으로 했습니다.기본적으로 제가 남이 하는 걸 기다리는 거 보다는 그냥 제가 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서 집안 일에 대해서는 아내가 불평이 없을 정도로 제가 많이 하는 편입니다.
결혼 초기에 아이가 없을 때는 여기저기 자주 놀러 다녔고, 결혼 전에도 아내가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정적인 데이트를 한 경험이 없는 편입니다. 정적인 데이트라는 것은 관람이나 카페에서 죽치고 있기 등등 이런 종류를 말하는 것입니다 ㅋ 그래서 주말에 만나면 항상 차를 끌고 어디든 나가야 하는 데이트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내가 좋은지 싫은지도 모르는체 아내의 성향에만 맞추는 것에 급급하게 살아온 거 같습니다. 저는 활동적인 것도 좋지만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정적인 것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무슨 일이든 좀 움직였다 싶으면 최소 그만큼 쉬어야 충전이 된다고 해야할까요?
그래도 둘다 도드라진 성격이 아니라 고비가 몇 번 있었지만 그 사이에 이미 아이가 둘이 생겼고 또한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불행하지는 않다~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 키우는 동안에도 주말에 집에 있은 기억은 거의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많이 다녔고 저도 그렇게 사는 삶에 행복했고 딱히 불만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아내의 만족도가 훨씬 좋았을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그러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가 시작되고 큰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대화거부, 학교거부 등등 상상도 못한 행동으로 저희 부부가 고심을 하는 상태라서 하루는 타일렀다가 하루는 혼냈다가를 반복하는 힘든 날이 계속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큰아이가 사춘기가 많이 심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못하고 어느 하나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집에도 어쩔땐 아주 늦게 들어오고 아침에 학교도 자주 지각하고 그래서 등교 하교를 체크해야 그나마 일상적인 학교 생활이 가능한 정도입니다.
큰아이가 이렇다보니 사회 생활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 건 저희 부부 둘 다 마찬가지였고, 어떻게든 아이가 밖으로 돌지 않게 항상 노심초사 하는 와중에 지난 7월초에 아내가 저에게 휴가 얘기를 하길래 아이들이 같이 가지 않을 거 뻔한데 둘이 휴가가 되겠냐 반문을 했습니다. 그런 저의 대답이 서운했는지 아내는 그때부터 저기압이 돼서 말로는 화 난 거 아니라고 하지만 행동이나 집안의 공기는 전혀 그렇지 않더라구요. 덩달아 저도 불안해지고 불쾌해지고.
제가 아내에게 큰 애가 저 상태인데 어떻게 우리 둘이 놀러 갈 생각을 하느냐고 말한게 그렇게 잘 못 된 걸까요?
1박 2일도 아니고, 제주도로 가게 되면 3박 4일, 아니면 적어도 2박 3일을 가자고 하네요. 그럼 아이들에게 너희 둘만 두고 간다고 말을 하고 갈거냐고 했더니, 연수나 업무상 출장 핑계로 거짓말을 하고 가자고 하네요.
이런 일이 요번 처음은 아니예요. 평일 날 휴가 내고 둘이라도 당일치기로 어디를 갔다오자고 갑자기 말해서 난감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미리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전? 몇일전? 자기는 휴가 낼 수 있으니 나보고 빨리 내라고 종용하는거지요. 아이들 학교 보내고 출발해서 저녁에 오면 된다고.
가정의 평화와 아내의 히스테리가 너무 싫어서 계속 들어준 편입니다. 제가 소신있게 확고하지 못한 책임도 많다는 거 알고 있는데 이제와서 매사 응응했던 제 반응을 갑자기 바꾸기도 쉽지가 않네요.
큰아이가 너무 불안해서 집을 비운다는게 말이 안되는 거 같아서 휴가에 반대하면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제가 잘못된걸까요? 그것도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말이죠. 아니면 시도 때도 없이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놀라가야 직성이 풀리는 아내가 잘못된걸까요?
아내는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 말고도 친구들이나 모임에서 일년에 최소 2-3번은 가고 있는 편이고 그 중 최소 1번은 해외여행도 몇 년째 꾸준히 다녀오고 있습니다. 저는 직장과 집만 맴도는 타입이라 딱히 집밖의 제 사생활로 가는 여행은 결혼 생활동안 3-4번 야유회 정도입니다. 물론 이건 제 선택인거라 불만이 있는 건 아니고요.
제가 문제인거지, 아이들에게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휴가를 가자고 하는 아내가 문제인건지. 이번 휴가를 보류하자고 하면 최소 한달동안은 집안 공기가 끔찍할것입니다.
전 정말 일상 생활이 불안한 아이들만 두고 집을 비운다는게 정말 너무 불안하고 걱정되는데 그런 마음으로 휴가를 가면 그게 휴가가 되는 지도 의문이고,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그런 상태인데 히스테릭한 아내가 가자고 하니까 두눈 감고 가야 하는게 맞는지 의문입니다.
덧붙이자면 아내는 큰아이가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힘든 상태인데 성적이 생각보다 안나온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전 그런 아내에게 도저히 해 줄 말이 없어서 듣기만 하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