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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현수막,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노?

夏淚 |2025.09.06 14:37
조회 225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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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잘 되어서라기보단 재고가 늘어나니 보관 장소가 부족했고 그래서 좀더 큰 곳으로 옮겼지. 비록 낡았지만 넓은 마당도 있고 근 45평에 달하는 공간임에도 상당히 저렴하게 얻었어. 게다가 담 너머로, 인접한 도로의 1/3쯤 되는 화단도 있어. 이건 생각 같아선 확 밀어버리고 동네 사람들 다니기 편하게 하고 싶었지만 주인도 아닌데 함부로 할 수는 없지.

그간 몇차례 이전하며 느낌 점이 하나 있다면 내가 하는 업이 어차피 로드샵 개념이 아닌 한, 간판을 비롯한 옥외 광고물엔 더이상 투자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거야. 한두푼도 아니고 기백씩 깨지는데 아깝잖아.

그래서 이번엔 패트 재질의 직사각형 현수막이란 묘안을 냈어. 이게 내구성도 좋고 눈에 잘 띄거든. 그래서 몇일을 고민해서 시안을 만들어 몇장을 제작해서 창고 여기저기 붙였어. 그리고 풍선은 도로에 내놓긴 뭐해서 마당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었고.

주인 영감한테 사다리 빌려 작업하는데 나이 드니까 다리가 후덜거려 위태위태했지만 집사람 도움 받아 간신히 설치를 다했지. 그런데 한가지 고민이 생긴 거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화단에다 하나 더 설치하고 싶은데 교회 팻말이 걸려 있었거든. 무지막지한 아연 파이프에 철판으로 된 표지판 말이야. 상당히 거술렸지만 주인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다 이넘들도 내 고객일 수 있겠다 싶어 참았지.

그런데 보면 볼 수록 그 자리가 딱인 거야. 생각 끝에, 화단 중간까지 늘어진 소나무 가지를 쳐내고 거기 벽에다 내 패트 현수막을 거는 안이었지. 나야 생각과 동시에 행동이 발진하는 타입이라 바로 작업 들어갔고 하고 보니까 역시 아주 멋지네?

물론 내 현수막 위엔 철지난 옆 교회 현수막도 걸려 있었는데 떼버리려다가 한번 더 꾸욱 참고 그 밑에 붙인거야. 어때? 내가 잘했지? 내 땅, 내 담벼락에 불법을 걸린 남의 현수막을 건드리지 않고 공생하는 거니까.

2-3주 정도 지났나? 모르는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시청 무슨 관리과라나?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불법 광고물 신고가 들어왔다네? 문제가 된 건 마당의 풍선과 담벼락에 붙은 현수막인데 풍선은 내 땅 안이니까 해당이 없다 고발인에게 설명했고, 남은 건 담벼락 현수막인데 이건 불법이니 철거하란 거야. 자 이제부턴 조금 각색한 대화 내용을 들어봐.

'아니 내 땅 내 담벼락에 현수막 붙인 게 왜 불법이요?'

'현행 법상 소유주라고 해도 타인의 통행에 방해가 되거나 피해를 줄수 있으면 단속 대상입니다. 선생님~~'

'아니 현수막에 누가 다치며 거긴 차나 사람 왕래를 하더라도 화단 위에 떨어져 문제될게 없어요. 와보고 하는 말이요?'

'여하튼 안됩니다. 빠른 시간 내에 철거하지 않으면 과징금 나갈 수 있어요. 선생님~~'

'좋아. 그럼 내 현수막 위에 붙은 교회 현수막도 불법이니 그것도 같이 철거하라고 하쇼.'

딱 감이 오는게 지네들 현수막 아래 상업성 광고가 걸리니 짜증이 났고 이거 하나만 하면 표가 아니 마당 풍선까지 건 거라.

'아뇨, 선생님. 종교 단체 현수막은 불법 아닙니다.'

'엥? 뭐요? 아니 같은 현수막인데 내 건 불법이고 교회는 합법이고? 뭔 그런 개같은 법이 다 있어? 아 됐고. 내가 직접 철거하지.'

'아뇨, 아뇨, 선생님. 그건 사유 재산이란 손대시면 안됩니다.'

'아니 신발 내 땅에 지 꼴리는대로 달았는데 그게 더 큰 죄 아뇨? 왜 그건 주인이 손 못대는데?'

'욕하지 마시고요, 선생님~~ 그건 민사라 서로 타협하시든지 아니면 소송을 거셔야 해요.'

'하.... 기가 막히네? 그럼 내 땅에 말뚝 박고 철제 간판도 걸었는데 그건 떨어지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데다 사유지를 무단 점유했으니 볼법이잖소?'

'그것도 불법 아닙니다. 선생님~~ 역시 민사로 해결하시든지 잘 타협하셔요. 그럼 잘 이해하신 줄 알고 통화 종료하겠습니다. 선생님~~.'

이거 어케 생각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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