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면서 아이가 아플 때마다 일을 빼야해서 눈치가 보여서 가게를 차렸습니다.
아이가 아플 때는 같이 출퇴근할 수 있어서 직원으로 일할때보다 마음은 편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가게로 하원하니까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어요.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지만 화장실이라도 간다고 하면
손님한테 양해 구하고 화장실을 갔다와야 하고(화장실이 상가 공용으로 가게 밖에 있어요),
아무리 얌전한 아이라고 해도 아이는 아이더라구요..
탭을 보고 있으라고 해도 탭이 잘 안되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었어요.
손님들 눈치도 보이고, 저도 일의 흐름이 끊기는거에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는데 꼭 필요한 업종도 아닌 뷰티쪽이라 경제가 정말 안좋은건지 가게가 자리잡는게 오래 걸리더군요..
오픈하면서부터 저는 가게가 자리 잡는걸 3년으로 넉넉히 생각했어요.
남편은 1년 안에 자리 잡고 2,3년차부터는 돈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했어요.
어느덧 가게는 3년차에 접어들었고, 가게 매출 그래프는 제 머릿속에 있는 것과 똑같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근데 둘째가 생겼어요. 계류유산으로 수술한지 얼마 안돼서 다시 임신을 하면 가게를 접기로 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너무 금방 생겼어요.
좋으면서도 가게를 접는게 아쉽기도 합니다. 요즘은 이 두 가지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요.
어제 저녁 식사를 하면서 남편한테 자기는 연봉도 매번 오르고 일을 열심히 한 결과물로 보이는데,
나는 그런게 없고 제자리 걸음인 것 같다. 애는 점점 커가는데 나는 아직 사회 초년생 마냥 헤메고 있는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결혼, 임신&출산으로 가게 오픈이 늦어지고,
오픈을 하고 나서도 친정아빠의 3차 암 수술, 이사, 육아를 겸하느라 일에 집중을 못했고
이제 자리가 잡히고 일을 하려고 하니 둘째 임신으로 가게를 그만 둬야 하는 상황이 왔어요.
계속 뭔가를 하려 할 때마다 태클이 들어오고 새로운 한계가 나를 가로막는 느낌입니다.
제 말을 듣던 남편은 누구나 다 그런걸 겪는다고, 제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렇다며 본인의 기준으로 얘기를 하더라구요.
본인이 사업을 했으면 그렇게 안했을거라면서요..
제가 다른 사람들이 극복과정이나 성공담을 들으려고 한 말은 아닌데...
남편한테 저는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현실에 안주하며 사는 사람이에요.
자영업이 쉬운 일도 아니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 가계얘기 하면서도 늘 같은 문제로 싸우다보니 돈에 대해서는 가벼운 얘기도 대화하기가 싫어져요.
얘기하다보면 제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 매출 얘기가 나오고
어느새 남편이 제 평가만 하고 있어요.
남편한테 회사다니면서 애 볼 수 있냐고 하면
본인은 직장을 다녀서 못하니까, 사업장이 있는 그나마 제약이 없는 제가 하는거 아니냐고 해요.
아이가 유치원에 가거나 손님이 없을 때 홍보하고 그러면 되지 않았냐고..
자영업을 안해본 사람이라 얼마나 신경써야될게 많은지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해도
시간은 만들면 언제든 있었을거라며 저를 폄하하네요..
딴짓하지 않고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짓밟히는 느낌에 너무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