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
아이유•루네이트 합리적 티켓가로 잡은 팬심
엔하이픈/사진=헤럴드POP DB
[헤럴드POP=박서현기자]“내년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얼마일지 기대되네”
케이팝 팬들의 분발이 거다. 오는 10월 24~26일 올림픽공원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하이브 산하 빌리프랩 소속 엔하이픈 월드 투어 ‘WALK THE LINE : FINAL’ 공연 티켓 예매페이지가 오픈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이다. 엔하이픈의 티켓 가격 상승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는 엔진(엔하이픈 팬덤명)에 그치지 않는다. 한 기획사가 가격을 인상하면 타 기획사들도 이를 따른다는 관행이 업계에 자리잡은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캡처“나중엔 월세값 콘서트 나오는거 아니냐” “일반석도 비싸다. 진짜 유해하다. 이런식으로 스멀스멀 업계 다 오르는건 아니냐”, “와 심하다. 사회초년생이면 월급 1/10이다” 등 반응이 800여 개의 댓글로 이어졌다.
엔하이픈 월드투어 ‘WALK THE LINE: FINAL’ 예매페이지 캡처/사진=NOL 티켓이번 엔하이픈 콘서트는 ▲사운드 체크석 22만 원, ▲밋앤그릿석 25만 3000원 ▲일반석 16만 5000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엔하이픈 티켓 가격이 ▲VIP석 19만 8000원 ▲밋앤그릿(Meet&Greet)석 19만 8000원 ▲일반석 15만 4000원이었던 것을 비추어 보면 밋앤그릿석은 27%, 사운드 체크석과 일반석 모두 약 11%나 수직상승한 셈이다.
케이팝 콘서트가 20만원 선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사운드 체크’가 도입되면서 티켓 가격이 20만원을 넘겼고, 다른 엔터들도 이를 도입해 보편화 됐다. 하지만 지난 2월 같은 공연장인 KSPO DOME에서 열린 제이홉 콘서트는 15만5000원에서 22만원 사이, 8월 보이넥스트도어는 8월 15만 4000원에서 19만 8000원 사이로 티켓 가격을 책정했다. 이번 엔하이픈 콘서트 티켓 가격은 같은 하이브임에도 몇 개월 사이에 27.8% 오른 것이다.
성공한 아이돌의 기준이자 케이팝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연장 KSPO DOME은 문화예술행사의 경우 대관료로 평일 109만7000원~193만7000원, 주말 및 공휴일 142만5000원~251만8000원을 받는다. 이는 코로나19 기간 포함 몇 년간 변동 없이 정찰제로 운영되고 있다. 올림픽홀, 올림픽핸드볼경기장, YES24 라이브홀 등 다른 공연장들 역시 대관료는 큰 변동이 없다.
그럼에도 케이팝 콘서트 티켓 가격이 매년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티켓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기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부회장은 헤럴드POP에 “대관료는 제작비에 10% 정도를 차지한다. 대관료가 그대로더라도 대관 외에 부가사용료들은 다 올랐다. 또 아티스트 개런티가 코로나 전후로 많이 차이 난다. 공연제작비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프로덕션비(음원)와 조명, 구조물 등 무대 설치 비용과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대 설치 작업은 철야까지 계속된다. 과거에 비해 야간수당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때문에 최근 공연에서 구조물 대신 LED가 많이 쓰이는 것이라고. 또한 구조물이면 고공 작업이기 때문에 위험수당까지 추가된다. 더불어 아이돌 공연에선 경호 진행 인력이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 비용이 커졌고, 안전대비용 펜스, 안내판 등 운영에 필요한 제작물들이 늘어나 티켓값은 상승할 수밖에 없단다.
‘팬이 먼저’라던 하이브, 왜 가격을 올렸나
하이브“팬이 없는 아티스트는 없다. 팬이 가장 먼저여야 한다. 가장 소중해야 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인터뷰에서 수차례 강조한 말이다. 그렇다면 하이브는 왜 공연 티켓 금액을 올릴 수 밖에 없었을까.
한 공연 관계자는 “아이돌의 공연과 일반 가수 공연은 차이가 있다. 아이돌 공연의 제작비가 더 많이 들고 대형 소속사 아티스트들은 출연료에서 차이가 크다. 또 KSPO DOME에서 3회 진행할 때와 주경기장에서 2회 진행할 때의 금액도 큰 차이가 난다”라고 말했다. 아이돌 공연에서 사운드 체크, 밋앤그릿 등 본공연 외 ‘결합 상품’이 생긴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갈수록 오르는 티켓가를 조금이라도 합리화하려면 상품을 만들어내고 이에 걸맞은 서비스를 관객들에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에 맞춰 티켓가를 인상하고 공연 횟수를 증가시킨 덕분일까. 하이브는 올해 1분기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1분기 중 가장 높은 성과로 공연과 MD 및 라이선싱에서 가장 큰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이브의 공연 매출은 지난 2018년 877억원에서 2019년 1910억원,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콘서트가 중지됐던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46억원과 452억원을 기록했으며, 공연이 재개되고부터인 2022년엔 무려 2581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공연 물가가 급속도로 상승하면서 2023년 3,591억 원, 2024년 4,509억 원, 그리고 2025년엔 5,006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결국 엔터 사업은 ‘팬장사’다. 팬심을 건드리면 역효과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보고서에 따르면, 티켓 1매당 평균 티켓 가격은 2022년 10만4112원, 2023년 11만1775원, 2024년 12만104원으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탔다. 이처럼 티켓 가격은 한 번 오르면 떨어지기 쉽지 않다. 이에 팬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고, 아무리 충성도가 높은 팬덤이라도 ‘기대 대비 부담’이 커지면 팬심은 약해지게 된다.
하이브는 놓치고 아이유는 잡은 팬심
아이유/사진=헤럴드POP DB반대로 수익 대신 합리적인 티켓 가격을 제시해 팬심을 잡는 가수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유다.
아이유 측은 지난 2024년 월드투어 서울 공연 ‘H.E.R.’에서 R석 16만5천 원, S석 15만4천 원, A석 13만2천 원으로 티켓 가격을 책정했다. 부담이 안 가는 금액은 아니지만,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고 좌석에 따라 가격에 차등을 둠으로써 “최선의 배려를 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13, 14일 열린 팬미팅 ‘2025 IU FAN MEET-UP[Bye, Summer]’의 ▲VIP석 8만8000원 ▲R석 7만7000원 ▲S석 6만6000원 ▲A석 5만5000원의 합리적인 가격에 “배려가 남다르다”라는 반응을 자아냈다.
루네이트/사진=판타지오루네이트도 시대를 거스른듯한 팬미팅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16일 데뷔 첫 팬미팅 ‘LUN8 Company : Project #1’을 개최한 루네이트는 팬클럽 선예매시 33,000원, 일반예매 99,000원이라는 파격 티켓가로 눈길을 끌었다. 최근 팬클럽 가입은 선예매 혜택을 얻기만을 위한 용도로 사용됐었다. 선예매와 일반예매에 동일가가 적용된지 오랜데, 루네이트가 이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루네이트 소속사 판타지오 공연사업팀 담당자는 헤럴드POP에 “이번 팬미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루네이트의 팬미팅이기도 하고, 그동안 루네이트에게 큰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팬분들께 보답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한 공연”이라며 “수익을 떠나 루네이트 멤버들에게도, 팬분들에게도 의미가 큰 이번 공연은 팬분들에게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는 티켓 가격을 책정하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티켓플레이션(티켓+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선을 넘어간다면 공연 업계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고급 취미’가 된 케이팝 콘서트 관람.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
고기호 부회장은 “티켓가에 맞는 퀄리티의 공연을 보여줘서 만족감을 높일 수 있게 해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