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천백십칠일..
3년이 넘어가는 이 숫자가 주는 무게만큼
그 긴 시간 순간들이 이렇게?
심지어 다음 달이 내 생일인데?
정확하게 그 한 달 전에 헤어졌네..
만나왔던 시간들 안에서
이것저것 여자친구한테 처음이 었던게 많았어
처음 차 사던날부터 운전도 내가 가르쳐주고..
항상 장거리 여서 힘들때도 있었어도,
그 긴 시간들동안 이직도 하고,
여자친구는 카페도 차렸었고
매일 저녁에 마감도 도와주곤 했어
원래 내가 부산으로 이직하고
여자친구도 부산으로 이직하면 결혼할 생각이었거든.
근데 또 여자친구는 서울로 취업이 됬어
가고 싶어 하던 회사라 나도 되게 기뻤어.
올해 봄이었었는데,
내 차로 부산에서 여자친구 집에서 짐 챙겨서
이사 도우러 서울에 갔는데
봄인데 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지더라.
그 궂은 날씨가 마치 앞으로 올 이별 징조였나 싶기도 해.
여자친구 새 회사는 1년 차 되면
결혼사유로 부산 지점으로 이동신청해서
결혼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 미래가 있으니까 나도 부산에서 혼자서 열심히 일했고,
서울 왔으니까 서울에서도 많은 추억 또 만들어보자고,
서울있는동안 맛집도 많이가보고 재밌게 같이 보내기로 했었는데,,
정말 열심히 금요일 마다
서울가서 재밌게 보낼려고 했던거 같아 여태까지..
그러다 이번 추석 연휴 끝나고부터
갑자기 연락이 진짜 안되더라 대답은 다 임티로 하고,
전화는 아예 안 받고.
정말 갑자기였는데,
이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게 있잖아,.
결국 이번 금요일, 부산에 폭우가 쏟아지는데 반차 쓰고 버스 타고 서울로 향했어.
서울은 많이 추워졌더라?
여자친구 회사 앞에 서서 애타게 기다렸는데,
겨우 마주한 여자친구 입에서 나온 말은
왜 온거야 대체? 미리 말도 안하고,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헤어지자고 말해야하는데
뭐라고 해야될지 몰라서 카톡을 못했다
였어.
뭐 그 뒤에 얘기를 많니 했는데,
서울에서 계속 지내는 게 더 좋아졌다.
현실적으로 이런 힘든 부분까지 더 생겼다는거였어
근데 한편으로는 잘 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늘 부산 돌아올때마다
혼자 서울에 남겨둔거 같아서
그냥 갑자기 눈물날때도 많았는데,
이제 나 없이도 잘 적응하고 잘 지낼 걸 아니까..
잘됬다..다행이야 정말..
이런생각이 들더라
바보같이.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진짜 갑자기 숨히막히더라
공황장애가 이런건가 같은 느낌?
숨이 안쉬어지더라고.
미련이런 감정이아니라,
여태껏 내 일상의 모든 걸 공유했던,
가족보다 더 가까웠던 '베프'가 갑자기 사라지고
돌아보니 나만 갑자기 나이를 먹고 혼자 남겨졌다는
그 '사실'이..
이게 진짜라는걸 깨닫고
정말 공포감에 눈앞이 안보이면서 숨이 안쉬어지더라
여자친구는 그 시간동안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었고 내년에 30이되는데,,
나는 9살 차이인데 ..
나는?? 나는 갑자기 어떻게해??
나는 이 연애끝이 이별일꺼라 생각해본적도 없는데,
회사 면접볼때도 이직사유가
여자친구와 결혼하려고 왔다는거였어.
철강회사 있다가 자동차 회사로 오면서
직급도 하나 깎였고 연봉도 그대로인데,
장기연애 했던 사람들 다 비슷하겠지만
이제 내 그냥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눌 사람이
그 베프가 없다는게 진짜..
회사 다니고 퇴근하고,
주말에는 뭘 해야 할지,
다가오는 내 생일은 또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매년 함께 갔던 가을 단풍놀이는...
도대체 사는 이유도 뭔지 모르겠어.
길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아.
그냥 정말 갑자기 혼자 남겨진?
회사에서도 친척들도
갑자기 내가 혼자가 될걸 누가 상상할까.
집에 가는 버스에서 여친이 마지막 카톡을 보냈거든
"점차 애정이 식어가는 모습을 보며 답답하고 속상했을 거 알아. 모든 걸 감내할 만큼의 그릇이 못 되는 사람이라 미안해. 오빠랑 보낸 시간들은 한평생 나한테 가장 소중하고 가장 내 중심이 되는 기억들일 거야. 그런 기억들을 함께 해줘서 고맙고 미안해."
"내 모든 것들을 처음 함께 했던 애인이자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사람으로 남길게 잘지내"
잘 지내라는 여자친구의 마지막 말이, 지금은 가장 아픈 말이 되네.
근데 왜??
왜 난 남겨져야해??
오늘 진짜 무슨정신으로 출근하고 일했는지 모르겠어
좀전에 퇴근하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던 내 파랑이BMW가
자리에 앉아 문득 보니 주행거리가 12만km더라?
그 1177일 이라는 시간동안
매주 퇴근하고 밤새 운전해서 서울,여수,부산으로 달렸고,
그렇게 12만 킬로미터를 같이 쉼 없이 달려왔던
내 파랑이가 마치 나 같아서,
퇴근길에 문득 눈물이 터지더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려고,
그 먼 길을 정말 열심히 달렸던 나 같아서 말이야.
누가 알아줬음 좋겠는데,, 누가 알아줄까
내 생일엔 이렇게 혼자 집에서 있어야할까.. 나 한테 미안해.
두서없이 정신없이 썼는데
나 괜찮고 싶은데,
너무 안괜찮거든,
안괜찮아도
괜찮은거지??
나 고생했어 ,, 정말 그냥 수고했거든 ..
나좀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