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김혜리 님 맞을까요?" "네? 누구시죠?"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누가 봐도 이상해 보인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침착하세요.'
침착맨도 아니면서 침착하라고 얘기한다. 누가 봐도 침착하지 못할 것 같다.
"침착하라뇨...?" "호흡을 일단 해볼까요? 숨을 마시고, 내뱉고, 마시고, 내뱉고..." "도대체... 뭐 하시는 분이세요?"
날 피하려고 한다. 언제나 처음이 힘들다.
"정말 누구세요? 이상한 사람이야. 저 경찰에 바로 신고해요?" "후아, 김영호." "김... 영호?" "남자친구 이름이 김영호." "네... 맞는데... 뭐 하시는 짓이에요?" "지금 속으로 스토커, 이상한 또라이라고 생각하고 계시죠?" "네." "그런 거 아니에요. 일단 호흡을 들이켜보시고." "저 진짜 신고할 거예요. 악 지르면 여기 동네 사람들 다... 나와요." "침착하세요." "뭘 자꾸 침착하래. 지가 침착맨이야 뭐야?" 드디어 나왔다. 침착맨. "일단 침착하시고 앉아보세요. 그러니까 왼손잡이에요? 오른손잡이에요?" "그건 왜 물어보시죠?" "그냥... 뭐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음. 왼손잡이에요 오른손잡이에요?" "오른손... 잡이..." 나는 여자의 오른손을 슬며시 잡는다.
"악! 진짜 뭐 하는 거예요? 미쳤어요? 진짜 또라이 아니야?" 예상했던 반응이다. 여자는 내 손을 완강하게 떨쳐내고 바로 경찰에게 전화하려고 한다. 나는 여자에게 얘기한다.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가만히 계셔보세요. 그러면 오른쪽 팔목이라도 필요합니다. 팔목이라도 잠시 주세요." "저기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에요? 영호는 또 어떻게 알고요?"
나는 그녀의 팔목을 잡는다.
"혜리야. 미안해. 헤어지자. 더 이상 너에 대한 내 심장은 뛰지 않아. 답답해. 잘 지내고. 행복해라."
정적이 흐른다. 하나, 둘, 셋...
"그게 지금 무슨..." "화나는 것 이해해. 어이가 없겠지. 하지만 잠수 이별보다 이게 더 낫지 않을까? 그리고. 때려. 편하게." "때... 려? 때리라니... 뭘?" "때려. 편하게. 준비됐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 "혜리야. 뭐해. 그냥 헤어지자고. 말했잖아. 너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심장이 전혀 뛰지 않는다니까."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까 낮에 먹었던 짬뽕이 생각난다. 새로 주문한 곳이었는데 국물이 좀 텁텁했다고 해야 할까? 나름 괜찮았는데, 원래 시키던 곳에서 먹을걸. 약간의 후회. 돌아갈 때 무슨 음악을 들으며 갈까? 윤하의 오늘 헤어졌어요? 어반 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놔주세요." "네?" 귓방망이가 얼얼해도 모자랄 판에 갑자기 환청이 들리는 걸까?
"놓으시라고요."
맞다. 팔목을 아직도 잡고 있었지.
"놓아야 때릴 수 있죠." 난 그녀의 손을 놓았다. 그녀는 뺨을 떄리지 않았다. 주먹을 쥐고 내 배를 때렸다. 아팠다. 많이.
*실제 경험은 아니고, 그냥 이별에 관한 이야기 쓰고 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한 번 써봤습니다. 계속 써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