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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수련

누렁이 |2006.11.16 16:10
조회 49 |추천 0

키 작은 수련

김판용

물의 높이만큼만 키를 키운다.
아니 수면만큼만 목을 내놓고
몸 구부려 키를 낮춘다.

물이 휘돌면 따라 돌고
호수가 고요하면 겹겹 속살을 드러내
환히 꽃으로 웃는다.

그 웃음의 등불을 켜기 위해
어둔 물 밑으로 수만 가닥 전선을 깔고
또 발을 돋아 전기를 끌어왔을 것이다.

온 땅을 더듬어 마련했을
만 원짜리 한 장씩
그걸 손자들에게 웃으며 건네시는 어머니

자식의 눈높이로 삭히고
맞추고 또 어르시더니
그 많던 전깃줄이 이제 얼굴에 가득하다.

구부리기만 했던 칠순의 허리 위로
흰 머리카락만 훤한데
이제 안으로 물을 가둘 줄 안다고
서럽지 않다면서 또 키를 낮추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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