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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쓰려고판가입했어요. 모르는아저씨한테재산상속받은썰

쓰니 |2026.01.27 20:35
조회 366 |추천 4
판 맨날 눈팅만 하다가 이건 진짜 나만 알기 아까운 얘기라 글 써봐요. 방탈이면 죄송하지만 여기가 화력이 제일 좋아서 씁니다. 일단 주작 절대 아니고, 우리 이모의 가장 친한 친구분(N씨라고 할게요)이 겪은 100% 실화예요. 30년도 훨씬 더 된 옛날 일이라는 것만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사건의 시작은 N씨가 고등학생 때였대요.
가족 여행 다녀온 날 저녁이었는데, 갑자기 칼칼한 한식이 너무 당겨서 집 앞 편의점에 뭘 사러 나가셨대요. 당시 N씨가 딱 열여덟 살, 감수성 예민할 때였죠.
그런데 골목길 가로등 밑에 웬 정장 입은 아저씨가 쭈그리고 앉아 있더랍니다.
보통 그러면 술 취한 사람이겠거니 하고 피하잖아요? 근데 어린 눈에도 그게 아니었던 거죠. 술 냄새도 안 나고, 그냥 사람이 영혼이 다 털려서 무너져 내린 느낌이랄까. 고개 푹 숙이고 땅만 보고 있는데 그게 너무 안쓰러워 보였대요.
그때 아저씨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가 꽤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다고 해요. N씨는 괜히 마음이 쓰여서 말은 못 걸고, 편의점에서 산 음료수 하나를 그 아저씨 앞에 툭 내려놓고 그냥 왔대요. 아저씨는 고개도 안 들어서 누가 놓고 간지도 몰랐을 거고, N씨도 집에 와서 밥 먹고 금방 잊어버렸고요.
그렇게 3년이 지나서 N씨가 21살 대학생이 됐을 때예요.
이모랑 친구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수다 떨다가 우연히 옛날얘기가 나왔나 봐요. N씨가 "나 고딩 때 골목에서 어떤 아저씨한테 음료수 준 적 있는데~" 하고 가볍게 흘렸는데, 그 자리에 있던 친구 하나가 표정이 굳더니 "야... 그거 우리 형 친구 얘긴데?" 이러더래요.
알고 보니 사연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그 아저씨가 부모님도 일찍 여의고 자수성가한 분인데, 첫사랑이랑 결혼했다가 아내가 바람나서 이혼하고 인생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였대요. 장인어른 장례식 다녀오던 길에 '아, 그냥 죽을까' 싶어서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는데, 누군가 말없이 놓고 간 음료수 하나 때문에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 만하구나'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거죠.
여기서부터 진짜 소름 돋는 게 뭐냐면, 그 아저씨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대요.
"그때 음료수 놓고 간 사람한테서 싱그러운 풀 냄새가 났다"고요.
그 얘기 듣고 친구가 혹시나 해서 N씨 손 냄새를 맡아봤는데, N씨가 쓰던 핸드크림 향이 딱 그 '풀향'이었던 거예요. 친구들은 "와 대박이다, 이거 운명 아니냐" 난리가 났는데, 정작 당사자인 N씨는 성격이 워낙 무던하고 시크한 편이라 "아 그래? 신기하네." 하고 그냥 넘겼대요.
그런데 며칠 뒤, N씨가 그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팔찌를 보고 얼어붙은 거죠. 친구한테 "이거 누구 거야?" 물으니까 "아, 그거 우리 형 친구(그 아저씨) 거야" 하는데... 그 팔찌가 3년 전 골목길 가로등 밑에서 봤던 그 아저씨 팔찌랑 똑같았던 거예요. 그때서야 '아, 진짜 그 사람이구나' 하고 모든 퍼즐이 맞춰진 거죠.
더 영화 같은 건 결말이에요.
그 아저씨는 3년 동안 얼굴도 모르는 그 '풀향 나는 은인'을 찾고 있었대요. 친구를 통해 N씨가 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막상 찾고 보니 N씨는 너무 어리고 앞길이 창창한 대학생이잖아요. 자기가 괜히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아서 아는 척도 안 하고 조용히 물러나셨대요.
그리고 나중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유언장에 자기 재산을 N씨에게 남긴다고 써놓으셨답니다. 이유는 정말 단순했대요.
"그날, 다 무너져 있던 나한테 음료수 하나 놓고 간 그 사람에게 살아갈 희망을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랑이나 연애 감정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느낀 순수한 감사함 하나 때문에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에게 유산을 남긴 거죠.
처음 이 얘기 들었을 땐 무슨 소설인가 싶었는데, 이모가 정말 진지하게 해주신 얘기라 여운이 길게 남네요. 사람 인생 바꾸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편의점 음료수 하나 같은 작은 친절일 수도 있다는 게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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