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친구들과 펜션 놀러가서 있던 여자들과 같이 술 마심
갑자기 옆에 있던 여자가 왜 만지냐고 따져서 싸움
나중에 경찰한테 조사받으라고 연락 오기를 피해자가 3명이라고 함
재판에서 졌고 성범죄자 됨 (3명 중 2명만 무죄인정)
인생 망함, 너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음.
거짓말이지만 너한테는 이런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
억울한 한국 남자
나는 대한민국에서 자란 평범한 남자였다.
풍족하지 않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바르게 자라왔다.
군 복무 중, ‘세무사’라는 목표를 가졌고 전역한 이후 지방대 고시원에서 공부하던 청춘이었다.
첫 1차 시험에서 탈락한 뒤,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통영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날이 내 인생을 바닥으로 밀어 넣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2022년 6월 30일,
이르지만 더운 초여름, 펜션에서 물놀이를 즐긴 나와 친구들은 야외 주차장에서 바비큐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여성 일행이 차 트렁크를 어떻게 여는지 물으며 말을 걸어왔다. 짧은 대화와 함께 내 친구는 나중에 술자리 합석을 제안했고, 그녀들은
잘 모르겠다는 대답과 함께 방 호수를 교환하며 사라졌다.
밤은 깊어갔고 우정이 빈 술병만큼 쌓여가는 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낮에 만난 여자들이였고 그렇게 남자 넷, 여자 다섯의 합석이 시작되었다.
여성 일행의 방에서 다시 시작된 술자리는 기대만큼은 유쾌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뭔가 당돌했고 모두들 방 안 화장실에서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며 거친 언행을 일삼는 모습에 조금의 쎄함도 느껴졌다. 사소한 말다툼도 있었지만 취한 청춘들은 웃어넘기며 더 취해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내 옆의 여자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너 왜 나 만져?!”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그런 적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그녀는 막무가내로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도 않은 일에 사과할 수는 없었다. 억울함에 언성이 높아졌고, 험악해진 분위기 속에 술자리는 엉망이 된 채 끝났다.
방으로 돌아온 뒤 한 친구는 나에게 사실을 물었고 나는 더 화가 났다. 억울함에 친구와의 대화는 격한 말싸움이 되었고 그러던 중 그녀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문을 두드렸다.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이 된 공포. 말 그대로 패닉이었고 경찰에게 결백을 호소했다. 생각보다 짧은 조사를 끝으로 경찰은 돌아갔고 나는 이것이 그저 술기운에 벌어진 지독한 해프닝인 줄로만 알았다.
겨울날,
공부를 마치고 확인한 휴대폰에 찍힌 부재중 전화 2통,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한 여성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000씨 되시죠? 강제추행 사건 피의자로 조사받으러 나오세요.”
보이스 피싱도 아닌 이것은 실제 상황. 더 충격적인 것은 조율 과정에서 형사가 내뱉은 말이었다.
“인지수사로 사건조사 중이고 피해자는 총 3명입니다.” ?..... 머리가 정지되었다.
나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자가 한 명도 아닌 세 명.
형사는 내게 몰랐냐고 되물었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고 평범했던 내 삶은 그 전화 한 통을 시작으로 무참히 난도질당하기 시작했다.
무죄추정의 원칙
경찰서의 공기는 차가웠다. 조사를 받으러 간 그곳에서 나는 이미 '여자 3명을 추행한 파렴치한'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없었다. 수사관의 눈빛과 질문은 오로지 내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확인하려는 의도로만 가득했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 평생 바르게 키워주신 아버지 앞에 처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억울함에 눈물을 쏟아내며 그날의 사건을 설명했고 뒤늦게 변호사를 선임 이후 검찰 단계에서 대응해 보려 했으나, 재판은 하이패스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첫 재판이 시작되었다.
재판은 시작되었지만, 그녀들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무단결석과 갖은 핑계로 재판은 계속 미뤄졌고, 나는 피 말리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렇게 계절은 바뀌고 판사의 과태료 결정이 내려지고 나서야 피해자들은 모습을 드러냈다.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며 나타난 그녀들이 내뱉는 말은 복장만큼 가벼웠다.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 기억나지 않는다는 무책임한 대답. 지지부진하고 더딘 재판 과정 속에서 내 정신은 이미 조각나고 있었다.
남은 희망을 모우고 모아 마주한 1심 판결, 하지만 판결문은 내 상식을 처참히 깨부셨다.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부 일관되지 않으나, 그 취지는 믿을만하다.”
어느 목격자도 확실한 증거도 없었지만 그녀들의 목소리만의 증거로 나는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쓰레기’와 같은 ‘성범죄자’가 되었다.
항소와 상고
자포자기의 심정과 억울함이 섞인 나의 두 번째 재판이 시작되었다.
잠 못 이루던 밤들 속, 그 날의 악몽을 상기하고 계속 복기했다.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하기 위해서...
2심에서도 피해자들의 불출석은 계속되었고 이번에도 과태료 결정이 나서야 나타났다.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현실에 피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2025년은 흘러갔고 내 20대는 끝나갔다.
종교가 없던 내게 기도라는 절망어린 습관이 생겼고 간절함이 닿았던 걸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3명 중 2명에 대한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였다.
세 명 중 한 명은 유죄. 기적이 일어났지만 나는 여전히 법이 규정한 ‘성범죄자’였다.
이후,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변호사님의 만류에도 나는 대법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것은 기각 결정. 무거운 징역이 선고된 사건이 아니면 ‘사실오인’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는 법 조항을 근거로 나의 마지막 재판이 끝났다.
2026년 2월 말, 길고 잔혹했던 악몽은 ‘빨간 흉터’로 남았다.
부디 당신에게는 억울한 일이 없기를...
죽을 때 까지 억울하겠지만 저는 성범죄자입니다.
그리고 패배자이기에 이 글은 허위로 작성된 것임을 알립니다.
저와 같은 억울한 가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계속 나올 것임을 몸소 느꼈고 현실은 불합리하고 어둡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감히 포기하라고는 못하겠습니다만
부디 마음은 내려놓으시고 최악을 대비하시기를 첨언하며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