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기분이 좋았다 안 좋았다 여러모로 기복이 심하네요
저한테 오는 연락 하나에 이렇게까지 기분이 다채롭게 복잡해질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서 혼자 고민하다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듣자 싶어서 찾다가 화력이 여기가 좋다고 해서 오기는 했는데 여기다가는 글을 처음 써 보는 거라 카테고리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점 이해해 주세요
일단 저는 전 남자친구(이하 가해자)랑 있었던 일이에요
사건 이해를 위해 간단하게 사건 서술부터 해 보자면, 사건 당시 본인 18~19세, 가해자는 17~18세고 상대가 한 살 연하였어요
(만 나이 아니고 한국 나이 기준이고, 나이를 저렇게 서술한 건 교제 기간 당시였을 때 나이로 잡아서 서술했어요)
24년 10월 초반부터 지인 소개로 만났고 25년 5월 중반에 결별했어요
본인은 당시 서울권 거주 중이었고 가해자는 충청권 거주 중이에요
사건 내용을 대략 축약해서 적자면 아래와 같아요
1. 24년 11월부터 지속적으로 관계할 때마다 영상 촬영을 요구함 -> 본인은 유출의 위험성을 이유로 거절 -> 수긍하는 듯 보였으나 이후 요구조차도 시도하지 않은 상태로 동의 없이 강제 촬영 -> 이 문제로 몇 번 갈등 있었음
2. 24년 12월부터 항문 성교 요구 -> 본인 거절 -> 이후 25년 4월과 5월에 동의 없이 항문에 손가락 강제 삽입
3. 실시간 비디오 채팅(ex. 아자르 등)을 통해 관계 실시간 중계 요구 -> 본인 거절 -> 요구가 점점 강요가 되자 회원 가입만 했다가 본인이 강요라고 생각되어 화를 냄 -> 이건 이뤄지지 않음
4. 교제 기간 내내 성적인 사진 및 영상 촬영 요구 -> 본인은 거절하고 싶었으나 직접적으로 거절하면 갈등으로 번져 간접적으로 거절(ex. 지금 학교에 있다, 밖이라 사람이 많다 등) -> 초반에는 수긍하다 이후 거절 의사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및 영상 촬영 요구 지속
진작 가해자랑 관계를 끝냈어야 했는데 왜 못 끝냈냐면, 교제 당시 가해자가 장거리 연애라 불안하다는 이유로 저와 가해자는 인스타 계정을 공유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dm 알림이 오거나 팔로우 알림만 와도 캐묻거나 화를 내는 일이 잦았어요
그래서 제 주변 친구들이 저랑 하나둘씩 멀어지기 시작했고 저한테는 가해자 말고는 정말 주변에 아무도 없던 상황이었던지라 관계를 끝내기 굉장히 힘든 상태였어요
결별 후에, 위 문제로 혼자 힘들어하다 고2 때 저를 되게 아껴 주시고 예뻐해 주셨던 담임 선생님께 어떻게 해야 할지 여쭤 봤어요
그때는 제가 부모님이 알게 되는 게 두렵고 일이 커지는 게 싫어 신고를 기피했었는데, 학교는 가정 폭력이나 성 관련된 사안 등은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는 게 의무여서 신고 접수가 됐어요
그날 점심 시간에 절 상담실로 부르시더니 신고 접수가 됐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학폭위 조사만 2~3개월이 소요됐고 학폭위는 8월 말쯤 열렸어요
조치 결정은 학폭위 연 적 있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그 당일 혹은 익일에 나오는데 조치 결정 통보서가 학교 혹은 피해 학생에게 도착하기까지 꽤 오래 걸려요
학폭위 이후 가해 학생 처분이 가해 정도에 비해 미약하다고 판단되면 조치 결정 통보일 기준 90일 이내에, 처분이 있었던 날 기준 180일 이내에 행정 심판 위원회를 통해서 가해 학생 처분 변경취소를 청구할 수 있어요
물론, 행정 심판 청구를 한다고 해서 모두 처분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것은 아니에요
본인은 성 관련 사안이라 학폭위 자동 개최는 물론이고 경찰 수사(성폭력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 아동 성착취물 제작 및 강요, 유사강간) 후 검찰 송치까지 간 사안이에요
그런데도 학폭위에서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학교 폭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처분 없음 통보가 나왔어요
학교 측으로 이메일이나 학교 통해서 증거 자료 있으면 다 전송해 달라고 해서 전부 전송했는데 말이에요
(증거는 약 3~4시간 분량의 본인-가해자 대화 녹취록 및 본인-가해자-가해자 아버님 대화 녹취록(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이 전체적으로 있음), 가해자 인스타 스토리 유서, 카카오톡 대화 캡처본 등이 있었어요)
심지어 조사 중 피의자와 고소인은 분리 조치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폭위 당일 굳이 충청권에 거주하는 가해자를 그 지역 교육 지원청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제 지역 교육 지원청으로 부르셨더라고요!
같은 버스 타고 같이 갔고 심지어 대기실도 바로 옆이었어요
아빠가 그 얘기 듣고 얼마나 화를 내셨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아무튼 저는 조치 결정 통보를 9월 1일에 받았고, 일부러 가해자가 마음 놓을 때까지 90일 꽉 채워서 기다렸다가 11월 말에 행정 심판 청구했어요
그리고 서류 보정에 보정에 보정을 거쳐서 드디어 신청서가 완전히 접수가 됐네요
난 이미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도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 말이에요!
접수가 이제라도 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당시 기준 곧 졸업인데 될까 했는데 결국 된 게 다행이에요
학폭위든 학폭위 처분 취소변경 행정 심판이든 정말 멘탈 많이 갈리고 시간도 생각보다 정말 오래 걸려요
학폭위는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1~3개월은 걸리고, 학폭위 처분 취소변경 행정 심판은 더 오래 걸립니다
저는 11월 말부터 했으니 벌써 4~5개월 걸렸네요
특히 행정 심판 청구는 서류에 지켜야만 하는 양식이 있는데, 피해 정도와 상황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든데 이걸 기억해서 하나하나 작성하려면 더더욱 정신적인 타격이 셉니다
별도로 첨부해야 할 서류(ex. 가족관계증명서 등)도 많고 좀 더 유리하게 가려면 구술 심리도 신청해야 해요
저는 잘못하면 충청권 지역까지 가서 구술 심리하게 생겨서 서울에서 하면 감지덕지네요
그리고 이제 하나가 더 남았어요
네 가지 혐의 중에 하나(유사 강간) 빼고 나머지는 전부 불기소였나 기소 유예가 떴었어요
불법 촬영도, 성착취물 제작도 전부 증거가 존재했는데 말이에요!
제 담당 변호사는 처음 연락 이후 연락도 없고, 담당 수사관한테 이의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물어도 딱히 자세히 설명을 안 해 주시고
그러다 진정서나 탄원서를 온라인으로 작성할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때는 제가 미성년자였어서 작성을 할 수가 없었어요
진정서나 탄원서는 형사 사법 포털에서 할 수 있는데 그거 작성하려면 공동인증서로 로그인해서 전자 서명을 해야만 했거든요
미성년자라 공동인증서를 만드는 것부터 어려웠어서 성인이 된 지금이라도 만들어서 작성해 봤는데 검사 처분이 끝났다고 처리 불가한 민원이라 하네요
이 부분은 어찌 해야 하는지 변호사한테 다시 물어 보려고요
혹시나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잘 아시는 분들 계시면 댓글 부탁드려요
저는 그 중요하다는 고3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탓인지 하루에 1시간도 제대로 못 잤고 심하면 일주일 수면 시간이 다 합쳐도 2~3시간도 안 될 때가 있었어요
공부를 해도 손에 잡히지도 않고 공황 발작과 우울증 증세가 겹쳐 결국 작년 수능은 포기하고 좀 쉬다가 올해에 수능을 보기로 할 정도로 심리적인 타격이 너무 컸고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하루하루 가시밭길 걷는 느낌이고 아침마다 눈도 뜨기 싫고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 싶은 날들이고 지금도 그렇고 제 몸이 그냥 물에 젖은 수건인 것처럼 무겁게만 느껴졌는데 그래도 학폭위 처분 변경 행정 심판 청구라도 제대로 접수가 된 거라도 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네요
모든 성폭력 피해자들과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고통 받지 않고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 받고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