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유용 의혹에 “위원들 합의한 사안” 해명 급급
간사 1인이 2개 위원회 겸직하며 수당 중복 수령… ‘수당 반띵’ 고백까지
여주시 감사 진행 중… “절차 무시한 관행, 명백한 예산 오남용”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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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환 기자]=회의 수당 유용과 서류 조작 의혹이 제기된 여주시 대신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이번에는 ‘행정 편의’를 이유로 공적 자금 관리 원칙을 무시해온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특히 실무자들 사이에서 예산을 임의로 나누고(반띵), 한 사람이 여러 위원회에서 중복 수당을 챙기는 등 난맥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개인 통장 거치기 귀찮아 운영비 통장으로 바로 입금”
본보가 입수한 대신면 주민자치위원회 사무국장 A씨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위원회는 위원들의 회의 참석 수당을 개인 계좌가 아닌 위원회 운영비 통장으로 직접 입금 받아왔다.
A씨는 이에 대해 “운영비가 부족해 회의 때 (전용을) 결정한 사안”이라며 “통장으로 넣었다가 다시 빼고 하기 귀찮으니까 아예 통장으로 바로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국가 예산 집행 시 ‘수령인 본인 계좌 입금’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는 A씨의 주장과 달리, 행정 전문가들은 이를 ‘예산 횡령 및 목적 외 사용’으로 간주할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보고 있다.
간사 1인이 위원회 2개 겸직… 수당 중복 수령 및 ‘반띵’ 논란
실무를 담당하는 간사 B씨의 행보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B씨는 주민자치위원회와 거점사업추진위원회 두 곳의 사무 업무를 동시에 맡으며 양쪽에서 모두 수당을 수령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한 명의 인건비를 두 곳의 공적 예산에서 이중으로 충당한 셈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새로 부임한 사무국장 A씨의 발언이다. A씨는 업무 분담을 이유로 “그분(간사)이 혼자 받던 총액을 저랑 ‘반띵(절반씩 나눔)’ 하는 것”이라고 거리낌 없이 밝혔다.
공공 기관의 인건비가 실무자들 사이의 사적인 합의로 배분되고 있는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류 조작 의혹에 “감사실에서 가릴 일” 책임 회피
허위 명단을 작성해 수당을 청구했다는 이른바 ‘서류 조작’ 의혹에 대해 자치위 측은 “작년 서류라 보지 못했다”면서도 “여주시 감사실에 서류를 제출했으니 거기서 잘잘못을 가릴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앞서 제보자 C씨는 위원도 아닌 사람을 명단에 올려 사인을 조작하고, 수당을 부정 수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치위 측은 “감사에서 걸렸을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수당이 개인 계좌를 거치지 않고 위원회 통장으로 일괄 입금되는 구조에서는 부정 수급 여부를 파악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주시 감사 결과 주목… “강력한 사법 처분 필요”
현재 여주시 감사실은 대신면 자치위의 수당 청구 서류 일체를 제출받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운영 미숙을 넘어 공문서 위조, 예산 편취, 지방재정법 위반 등 범죄 혐의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 사회 관계자는 “공적 예산을 다루는 자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예산을 ‘반띵’ 운운하며 사적 자금처럼 다루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며 “여주시는 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즉각 고발하고, 관내 모든 자치위원회의 회계 실태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사’라는 가면 뒤에 숨은 ‘예산 사냥꾼’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대신면 자치위의 모습은 봉사 단체보다는 예산 집행의 허점을 노리는 사업체에 가깝다.
"귀찮아서 통장으로 바로 받았다"는 해명은 행정의 투명성을 기대하는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여주시의 이번 감사가 ‘면피용’에 그치지 않고, 썩은 관행을 도려내는 칼날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