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이유도 없이 웃음소리가 떠오른다.
그 웃음은 세월 속에서 희미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대학교 강의실 뒤편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특별히 말을 잘하는 사람도, 눈에 띄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유독 한 사람 앞에서만은 조금 달랐다.
그녀가 크게 입을 벌리고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였다.
그 웃음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괜히 그녀가보이면 친구들 앞에서 어설픈 농담을 던지기도 했고,
수업 시간에 있었던 별것 아닌 일을
마치 큰 사건처럼 과장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웃으면
그는 슬쩍 고개를 들어 그녀를 먼저 찾았다.
그리고
그녀가 웃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웃음을 보기 위해
그렇게 애쓰고 있었다는 걸.
시간이 흘러
강의실도, 캠퍼스의 벚꽃길도
이제는 모두 지나간 풍경이 되었지만
가끔 술잔을 앞에 두고
조용한 밤이 찾아오면
그 남자는 문득 생각한다.
그때 내가 웃기려고 했던 건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 한 사람,
너의 웃음을 다시 보기 위해서였다는 걸.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묻는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그렇게 크게 웃으며 잘 지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