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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오늘 네가 이쁘지 않았어

ㅇㅇ |2026.03.28 20:11
조회 64,178 |추천 395
금요일 오후 어린이집에서 열이 난다고 연락이 왔다
조금만 더 하면 일이 마무리 되는데..
상사의 한숨을 뒤로하고 널 데리러 갔다

생리통때문에 걸음걸음마다 배가 저릿했고
소아과에서 한시간 반을 기다렸다
애기띠도 못챙겨서 내내 너를 안고 있었다
오랜만에 너를 오래 안아주었다

이상소견 없는 검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이게 바로 돌치레인가
미처 갈지 못한 생리대에 집 오자마자 빨래를 했다
남편은 야간주라 수고해란 문자를 끝으로
밥 먹이고 씻기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오늘 새벽 내내 깨어 울었다 어루고 달래 재우다 같이 잠들었다
두시간마다 열을 재고 약을 먹였다 새벽부터 일어나 계속 울었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밥도 간식도 안먹고 그저 운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의 안색이 안좋다
이놈의 김씨들 단체로 감기에 걸린 듯하다
급하게 밥과 약을 먹이고 남편을 재웠다
애기는 낮잠을 자러 갔지만 귀에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울음으로 잠든 너는 울음으로 일어났다
주말이라 집을 치워야하는데 아무것도 못했다
악을 쓰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너를 안고 있어야했다
애기의 열보다 남편의 열이 더 오르기 시작했다
주말 내내 독점육아 확정이었다

어제 낮부터 오늘 저녁까지 계속 운다
열이 더 오르진 않을까 목이 쉬진 않을까
안쓰럽고 걱정됐지만 네 울음소리가 무뎌지기 시작했다
품에서 잠시만 떨어져도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다
몸부림치는 바람에 주방부터 거실까지 밥풀이 날라다녔다
중동이 아니라 우리집에서 전쟁이 난 듯 했다
아기를 뒤로 매고 엎드려 바닥을 닦는데 눈물이 났다
마침 물티슈가 말랐는데 잘됐다 싶었다

삼십분을 울고 삼초를 웃는다
뭘 알고나 웃는건가 싶어서 귀엽지 않았다
나를 비웃는 건가싶은 비관적인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일어나 애기를 안는데 안면을 가격당하고
다시 내품으로 돌아왔다
아빠는 안경을 쓰고 있어서 특수폭행에 해당된단다 아가야

너는 무지성의 활어 한마리가 되어 쉬이 잠들지 못하고 울었다
눈을 까뒤집으며 우는 널 그저 책임감으로 달래 안아재우는 나에게
품에 부비작거리다 푹 기대 눈을 감아주었다
사랑한다 귀엽다 행복하다 말을 못했다
어제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못먹어 말할 힘도 없었다

오늘 나는 네가 하나도 이쁘지 않았다
무겁고 버겁고 힘들었다
참 못난 엄마지만 내일은 다시 널 예뻐할 준비를 한다
추천수395
반대수39
베플ㅇㅇ|2026.03.28 20:18
힘내요 아기엄마. 참 못믿을 말인데 지나고나면 또 그때만큼 예뻤던 때가 없는데 왜그렇게 못예뻐해줬을까 후회됩니다. 초등고학년생정도만 키운 부모라도, 아기 그렇게 어리던 때로 돌아가라면 절반쯤은 오케이 할거에요. 엄청 예뻤던 시절이니까... 잘하고 있어요. 힘내세요. 부자식의 쾌차 기원합니다.
베플쓰니|2026.03.29 09:46
이뻐해준 날이 훨씬 많을텐데 몸이 너무나 힘들어서 하루 이뻐해주지 못한게 이렇게 마음에 걸리니… 작은 위로나마 보태고 가요. 애기엄마
베플ㅇㅇ|2026.03.29 02:56
아플 시간도 없는 게 엄마라더라 .. 엄마는 아프면 안돼. 꼭 건강 잘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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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힘내요|2026.03.29 12:06
참 힘들때죠. 전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몸서리칠정도로기억이 별롭니다ㅋㅋ 순한기질도 아니라 7살전까진 애없이 사는 삶도 좋겠다 싶었어요. 근데 딱 7살즈음되니 다시 키우고 싶더라구요. 그 힘듬도 기억나지만 다시 잘 키울수있겠더라구요. 그때 힘들어서 별로 안이뻐해준거같아서요. 암튼 지금은 애는 낳길 정말 잘했다 싶고. 몸이 편해지니 또다른 육아스케일로 정신적인 고통이 왔지만 저도 강해졌는지 익숙해진건지 눈물도 많이 없어지고 징징거리는것도 덜해지고ㅋㅋ이래서 둘째낳고 사나봐요. 저는 안낳을거지만 순한애들 보면 당연 둘째 낳았겠다 싶은 요즘이요ㅎㅎ 쓴이님 그땐 진짜 힘들어요. 이또한지나가니라 이말밖에 못해주는 시절인데 다 지나갑니다. 그리고 돌아보면 시간이 너무 빨라서 붙잡고 싶네요. 그런 시절이 분명옵니다. 힘내세요!
베플남자00|2026.03.29 06:32
작가 소질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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