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 생활 7년 차인 30대 중반 남성입니다.
저에게는 5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둘 다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이 1억 원 남짓 됩니다.
작년 말, 큰맘 먹고 결혼을 결심하고 서울 외곽의 20평대 전세를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기본 4~5억 원이 넘는 전세가에 절망했습니다.
'신혼부부 특례 대출'을 알아보려 인사팀에 영끌한 원천징수영수증을 냈지만,
부부 합산 소득 기준에 고작 몇 백만 원이 초과되어 부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맞벌이를 하며 성실히 세금을 낸 죄로, 정부의 주거 지원 정책에서 배제된 것입니다.
여자친구와 저는 끝없는 논의 끝에 결국 결혼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이 상태로 결혼해 봤자 평생 대출 노예로 살거나,
아이를 낳더라도 교육비와 주거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 뉴스에서 정부가 저출산 예산을 또 수십조 원 편성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도대체 그 수백조 원은 누구에게 간 것입니까?
제가 체감하는 건 축소되는 지자체 지원금과 까다로워지는 대출 문턱뿐입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제가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는 게, 정말 제 개인의 가치관 선택입니까?
아니면 성실한 청년조차 서울 주변조차 눕게 만들지 못하는
이 나라의 고장 난 부동산 정치와 경제 시스템의 실패입니까?
정부는 홍보 영상에만 돈을 쓰지 말고,
당장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주거 공간과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를 비혼주의자로 만든 건 제 자신이 아니라, 이 무능한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