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걷는 법
함께 걷자던 네 말에
나는 보폭을 줄여 발을 맞췄는데
너의 눈동자는 자꾸만
내가 모르는 풍경 속으로 도망을 간다
우리는 같은 길 위에 서 있지만
너의 계절은 나보다 먼저 앞서가거나
내 손길이 닿지 않는 뒤편에 머물러 있어
함께 보자던 약속은
흩어진 바람처럼 너의 등 뒤에서 맴돌 뿐이다
너를 바라보는 내 눈동자가
허공에 부딪혀 바스라지는 소리
이 길의 끝까지 나만 너를 앓는 것 같아
이제는 조금 지쳐버린 숨을 고른다
사랑이 고픈 게 아니라
나와 똑같은 속도로 발을 구르고
내가 멈춰 선 곳에서 함께 걸음을 멈춰줄
오직 나만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 속으로 이제는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