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마주할 때면,
로쿠로늄을 맞은 듯 온몸이 멈춰 섰고
케타민에 잠긴 사람처럼 가볍게 무너졌어
나는 그저
시간의 가장 얇은 막 위에 놓인 채
움직임을 잊은 채 하나로 남았고
너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내 세계의 중심을 천천히 기울였지
말은 입안에서 빛을 잃고
생각은 물속으로 가라앉아
형태를 잃은 채 흩어졌어
그 사이로 번지는 감정은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색이 되어
나를 조용히 물들였고
나는 끝내
나라는 경계를 놓쳐버린 채
너에게 스며드는 방향만을 기억해
흐려진 것은 의식이 아니라
너 없는 세계의 윤곽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