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부터 가정폭력을 겪으면서 살다가 알바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돈 모아서 도망치듯이 집에서 나와 독립했습니다.
그때는 ‘이제 좀 살 것 같다’ 싶었는데, 막상 나와보니까 생각했던 것처럼 편해지지는 않더라고요.
오히려 이유 모를 죄책감이 계속 들고, 악몽도 자주 꾸고, 몸이 계속 긴장 상태에 있는 느낌입니다. 집에서 항상 눈치 보고,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서 경계하면서 살던 게 몸에 너무 익어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밖에서 알바를 하거나 사람을 새로 만날 때, 실제로는 전혀 긴장할 상황이 아닌데도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식은땀이 나고, 계속 불안합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자신감이 없고 많이 위축돼요. 저도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도 저를 대할 때 뭔가 불편해하는 게 보일 때가 있어서 더 힘듭니다.
사람이 조금만 많아도 너무 긴장되고, 시선도 잘 못 마주치겠고, 몸이 굳는 느낌이라 사회생활 자체가 버겁습니다.
그리고 제가 요즘 제일 힘든 건, 피해의식이랑 자의식이 너무 과해졌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랫집에서 제가 공부하는 걸 알고 일부러 윗집에서 쿵쿵거리거나 문을 세게 닫는다고 생각한다든지… 무슨 일이 생기면 ‘이게 다 내 탓인가?’ 하고 원인을 계속 저한테 돌리게 됩니다. 자존감이 너무 낮아진 것 같아요.
원룸도 방음이 잘 안 되는 곳이라 그런지, 행동 하나하나를 엄청 신경 쓰게 됩니다. 걸어다니는 소리, 물건 놓는 소리, 문 여닫는 것까지 계속 조심하게 돼서 그냥 사는 것 자체가 너무 피곤합니다.
집에 있든 밖에 있든 소화불량도 계속 있고, 몸이 항상 긴장 상태라 쉬지를 못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추가로 요즘 더 고민되는 게 있습니다.
제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에요.
알바를 갈 때마다 내성적인 성격을 많이 지적받고, 그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식당에서 일할 때는 사장님이 제가 손님을 자신 있게 응대하지 못한다고, “사람 들어오는 게 싫은 거냐, 사람 싫어하냐” 이런 말을 하신 적도 있었고, 편의점에서는 “그렇게 대하면 사람들이 너 안 좋아한다”는 식으로 꼽을 주듯이 말한 적도 있었는데 그게 아직까지도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위축된 모습이 보이니까 사람들이 저를 피하고, 먼저 다가오지 않는 것 같아서 더 힘듭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사람을 좋아하려고 해도 쉽게 좋아해지지가 않습니다. 가정폭력을 너무 오래, 심하게 겪어서 그런지 사람 자체를 편하게 느끼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가정에서 벗어나면 다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오히려 더 냉혹하고 차갑게 느껴지네요.
혹시 저처럼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 계신가요..? 이런 상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공황장애까지는 아닌데 사람들이 그냥 조금만 많아져도 숨쉬기가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