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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목지 보다가 생각나서 적어보는 경험담(1)

써니10 |2026.04.28 15:43
조회 80 |추천 0

이건 내가 딱 스무 살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경남 양산에서 겪은 실화야.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뒷머리가 쭈뼛 서거든.


그때 나한텐 네 살 많은 남자친구가 있었어. 


2000년대 초반 양산은 지금이랑 달라서 데이트할 데가 진짜 없었거든. 


술집 아니면 갈 곳이 없으니까, 당시 운전으로 물류 배송하는 일을 하느라 


새벽같이 일 나가는 오빠랑은 저녁 먹고 나면 늘 가던 모텔로 가서 쉬곤 했어. 


'ㅅ'으로 시작하는 이름이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난다.(없어졌는지 로드뷰로도 안보임)


여튼 사장님이랑도 안면이 터서 항상 깨끗하고 좋은 방으로만 골라주셨지.


그날은 저녁을 먹으면서 좀 투닥거렸어.


대단한 싸움은 아니었는데 왜 그 미묘하게 차가운 공기 있잖아. 


화해는 해야겠고 말은 안 떨어지고... 어색한 상태로 평소처럼 그 모텔 2층 방으로 들어갔지. 


난 씻으려고 화장실로 들어갔고, 오빠는 침대에 앉아서 TV를 켰어.


칫솔질을 막 시작하는데, 갑자기 '툭' 하고 화장실 불이 꺼지는 거야.


찰나의 정적. 난 당연히 오빠인 줄 알았지. 


아까 싸운 거 미안하니까 장난치면서 분위기 풀어보려고 그러는구나 싶어서 


일부러 퉁명스럽게 소리쳤어. "아, 장난칠 기분 아니다? 좋은 말로 할 때 불 켜라?"


근데 밖에서 아무 대답이 없는 거야. 불은 여전히 꺼진 상태고. 


내가 "아 진짜! 장난치지 말라고!" 소리를 빽 지르면서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거든? 


근데... 오빠는 침대에 대자로 뻗어서 코까지 골며 자고 있는 거야.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서 오빠를 흔들어 깨웠어. 


오빠는 진짜 자다 깬 얼굴로 "아, 왜 그래... 아~나 고새 잠들었네?"라며 어리둥절해 하더라고. 


벽에 있는 스위치를 보니까 분명히 '꺼짐'으로 내려가 있었어.


'아, 노후된 건물이라 접촉 불량인가?'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어. 


볼일을 보려고 변기에 앉았는데, 그 순간 문 안쪽 손잡이에 걸린 게 눈에 들어오더라.


오래된 나무 염주였어.


분명히 아까 양치할 때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는 문고리가 동그란, 중간에 버튼 누르면 잠기는 방식의 손잡이였는데 


그 동그란 목 밑에 누가 걸어 놓기라도 한 것처럼 염주가 딱 걸려 있는 거야. 


그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솟고 온몸에 닭살이 돋더라. 


볼일이고 뭐고 비명을 삼키면서 뛰쳐나와서 오빠에게 소리쳤어.


"오빠, 지금 당장 나가야 돼. 제발 빨리 나가자!"


내 사색이 된 얼굴이랑 내가 가리킨 쪽의 염주를 보더니 오빠도 표정이 확 굳더라고. 


둘이 짐을 챙겨 정신없이 복도로 나와 복도 끝에 있는 계단 쪽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아~주 진한 향 냄새가 진동을 하는 거야. 절에서 피우는 그 냄새 말이야. 


오빠도 그 냄새를 맡았는지 "4월인데 벌써 모기향을 피웠나?"라고 


중얼거리며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어.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누가 뒷머리를 계속 잡아당기는 것처럼 


쭈뼛거리는 기분이 가시질 않더라. 


그렇게 찝찝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컨디션이 너무 안좋은거야.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과 체육대회가 있어서 학교에 갔어.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평소 말 한마디 안 해본 과 동기 여자애 하나가 내 손목을 확 채는 거야. 


걔네 엄마가 무당이라는 소문이 돌던 애였거든. 걔가 내 눈을 빤히 보더니 다짜고짜 물었어. 


"너 어제 어디 갔다 왔어?"


얘기 한 마디 안나눠본 애였지만 나도 모르게 어제 일을 다 털어놨어. 


내 얘기를 듣던 그 애 얼굴이 점점 하얘지더니 이러는 거야. 


"야, 붙어도 어지간히 독한 게 붙었네. 너 이거 어쩔 거야? 자살귀야."


그 말을 듣는데 심장이 발밑으로 떨어지는 것 같더라. 


다른 생각은 하나도 안났고 그냥 걔 손을 붙들고 살려달라고 말했어. 나 좀 살려달라고...

걔가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설명하고는 일단 간단하게 말해준다며 비방을 알려줬어. 


당장 집에 가서 창문을 다 열고, 창틀에 말린 쑥을 태워서 집안에 연기를 꽉 채우라고.

그리고 또 뭘 하라고 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나.


집에 오자마자 창문을 다 열었어. 


4월의 부드러운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오는데 


그 바람을 맞고 있으니 이상하게 몸이 미친 듯이 무거워지는 거야. 


베란다 어디서 봤던 것 같은 말린 쑥을 찾을 기운조차 없어서 그대로 소파에 쓰러져 잠들었지. 


그런데 꿈속에서...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 한가운데 시커먼 바위 위에 내가 무릎을 꿇고 있더라.


내 앞에는 길고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가 서 있었고, 난 울면서 죽을 힘을 다해 빌었어.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얼굴도 옷도 기억 안 나는데 그냥 살려 달라는 말만 반복하는 꿈. 


그러다 잠에서 깼는데 온 몸이 식은땀으로 다 젖어 있고 몸을 움직일 힘도 없었어.


숨을 좀 고르고는 그대로 침대로 가서 다음 날 아침까지 죽은 듯이 잤어.


다음 날, 학교 복도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났는데, 나를 슬쩍 보더니 한마디 던지고 가더라. 


"좀 어때? 아직 완벽하게 떨어지진 않았는데, 당분간 너한테 해코지는 안 할 거야. 일단은 그렇게 지내 봐."


그 뒤로 신기하게 몸살 기운도 사라지고 아무 일 없는 일상이 이어졌어. 


나는 그냥 그게 끝인 줄 알았지. 


그로부터 1년 뒤, 나한테 어떤 끔찍한 일이 닥칠지는 상상도 못한 채로 말이야.




얼마 전, 혼자 살목지 보러 영화관 갔는데 영화 중간부터 물에 젖은 땀냄새가 계속 나는거야!


끝날 때까지 코 막고 영화를 볼 정도로 심하게 말야.. 


첨엔 이상한 생각을 안했어. 영화 시작하고 중간에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근데 영화 끝나고 집에 가서 씻고 잘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영화관에서 맡았던 그 냄새가 다시 나는거야! 그 날은 잠을 한 숨도 못잤어..


계속 이게 무슨 냄새지? 생각 하다보니 갑자기 20년 전에 겪었던 일이 생각났어.

지금 이 글을 적는데도 그 때 생각이 나서 몸에 소름이 돋네..ㅎ


여튼 그 뒷이야기까지 하려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그 뒷이야기는 다음에 또 시간 나면 이어서 적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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