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답답하여 눈팅만 하다 처음으로 글씁니다.
우선 저희 아버지에 대해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아주 오랫동안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계십니다. 가족들에게조차 무슨 약인지 알려주지 않으셔서 어머니도 정확한 병명을 모르십니다. 저와 형은 그저 아버지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관련 약을 드시는 게 아닐까 추측할 뿐입니다.
아버지는 분노와 화를 전혀 주체하지 못하십니다. 성격이 극도로 예민하신 데다 결벽증 기질까지 있어, 저희 가족은 평생 아버지 눈치만 보며 살았습니다. 게다가 지독할 정도로 가부장적이십니다. 어머니가 외출하는 꼴을 못 보시고, "멍청하면 가만히 있어라", "무식한 소리 하지 마라"며 무시를 일삼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일을 안 하셔서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어렵게 직장에 들어가셨을 때의 일이 잊히지 않습니다. 출퇴근을 위해 어머니가 차를 사셨더니, 아버지는 왜 차를 샀냐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결국 차 살 돈이 있으면 아버지 본인의 빚이나 갚으라는 소리를 그렇게 돌려 말하며 화를 낸 것이었습니다. 본인은 일도 안 하시면서 어머니가 피땀 흘려 번 돈까지 아버지 빚 갚는 데 쓰길 바라는 모습에 정말 환멸이 났습니다.
과거 대기업에 다니시던 아버지는 제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무렵 사직하셨습니다. 이후 사업을 시작하셨지만 크게 실패하여 재산을 잃고 빚까지 생겼습니다. 당사자인 아버지가 가장 힘들 거라 생각했고, "우리는 우리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가 갈 길을 가면 된다"라고 마음먹으며 저와 형은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아버지의 성격은 완전히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사업 실패 후 본인의 현재 모습에 깊은 좌절을 느끼신 듯 보였습니다. 무너진 자존감을 집안에서라도 보상받고 싶으신 건지, 가부장적인 자존심만 기형적으로 비대해졌습니다. 오직 당신의 말에 고분고분 "네"라고만 하길 바라시고, 조금이라도 의견을 내거나 반박을 하면 "어디서 감히 아버지를 가르치려고 드냐"며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부으십니다.
조금의 이견도 '부정'이나 '반항'으로 받아들이시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손찌검을 하는 것을 자식을 '가르치는 것'이라 굳게 믿고 계십니다. 본인의 초라한 현실을 가족 위에 군림함으로써 잊으려 하시는 그 모습이 참 서글프면서도 진저리가 납니다.
최근에는 정치 관련 활동을 하시는지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오셨는지 "이번에 공천을 받기로 했다"라거나 "도청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말조심해야 한다"라는 등의 현실성 없는 말씀까지 하십니다. 수 년째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자식으로서 대체 어디까지 참고 이해해 드려야 하는 건지 이제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 아버지는 형과 저에게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주십니다. 단순히 "결혼해야지" 수준이 아니라 욕설까지 섞어가며 압박하십니다.
저는 이런 아버지가 너무 싫어 상견례를 하는 것조차 두렵고, 집안의 경제적 문제까지 겹치다 보니 이제는 결혼할 마음이 아예 사라졌습니다. 솔직히 어느 귀한 집 딸이 이런 아버지가 계신 집안에 시집오고 싶어 하겠습니까. 저조차도 이런 환경에 누구를 초대하거나 결혼해달라는 소리를 차마 못 하겠습니다.
이런 지속적인 압박에 결국 형이 폭발하여 울면서 "아버지는 나한테 적이야!"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 말에 꽂히셨는지, 부엌에서 칼을 들고 오셨습니다. 팬티만 입은 차림으로 나타나 형에게 "네가 나를 적으로 생각한다면 이 칼로 내 배를 찌르라"며 칼을 건네시더군요. 나중에 왜 그러셨냐고 여쭤보니 "내게 적이라고 한다, 내가 북괴군이고 죽일 상대라는 거다, 그래서 날 찌르라고 한 거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아버지로서 할 행동입니까?
어젯밤, 결국 저와 아버지 사이에서도 사달이 났습니다. 귀가 안 좋으신 아버지는 온 가족이 자야 할 시간에도 거실에서 TV나 노래를 아주 크게 틀어놓으십니다. 매번 소리 좀 줄여달라고 부탁해도 소용이 없어 이제는 제가 조용히 줄이거나 끄곤 합니다.
어제도 자다 깨보니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고, 아버지는 코를 골며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거실로 나가 조용히 TV 본체에 있는 버튼으로 볼륨을 줄이고 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깨더니 "왜 줄이냐, 리모컨으로 하면 되지 뭐 하는 짓이냐"며 소리를 지르시더군요. 저도 너무 화가 나 "다들 자는데 소리 좀 줄이시라고요!!"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치고 방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화가 안 풀리신 아버지는 제 방까지 쫓아와 "정중하게 와서 소리 좀 줄여달라고 해야지 뭐 하는 짓이냐"며 따지셨습니다. 주무시는 거 보고 줄인 건데 왜 그러시냐고 맞섰더니 아버지는 또 제 뺨을 때리려 다가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떄리시게요? 그리고 때리셨습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아버지를 밀쳤고, 다시 일어나려 하시기에 못 일어나게 다시 밀치며 "그만 좀 때리시라"고 소리쳤습니다. 소리에 어머니와 형이 나왔고
형과 어머니가 말리는 와중에도 아버지는 "내가 애새끼를 잘못 가르쳤어, 아들 새끼가 아버지를 패네. 사람 새끼가 아냐, 이 개새끼야"라며 악담을 퍼부으셨습니다. 극도로 폭발한 저도 똑같이 받아쳤습니다. "네, 맞아요. 저 개새끼에요. 이 시발새끼야!"라고 소리 지르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저에게는 이렇게 가끔 큰 이벤트처럼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제가 강하게 대들어서 그런지, 아버지도 평소에는 제 눈치를 보며 저를 쉽게 대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저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그 화풀이를 여전히 어머니와 형에게, 특히 어머니께 다 쏟아내십니다.
제 눈치를 보느라 낮에는 가만히 있다가도,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굳이 자고 있는 어머니를 깨워 방에서 몰래 온갖 감정적인 폭언을 쏟아내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자식 앞에서는 당당하지 못하면서 밤마다 약한 어머니를 붙들고 괴롭히는 그 비겁함에 진저리가 납니다.
가장 가증스러운 건 평소에 그렇게 어머니를 괴롭히고 무시하면서도, 간혹가다 저에게 "엄마 아프니까 인사 잘해라", "엄마 좀 챙겨라" 같은 말을 할 때입니다. 본인이 어머니를 가장 힘들게 하는 장본인이면서 어떻게 저런 말이 저렇게 쉽게 나오는지... 이게 정말 병 때문인 건지, 아니면 본인의 이중성인 건지 이제는 정말 질립니다.
이전에도 아버지를 때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가 많았지만, 막상 실제로 몸싸움을 하고 욕설까지 내뱉고 나니 마음이 너무나 심란합니다. 아들로서 못할 짓을 했다는 가책과 몸이 떨리는 공포가 교차합니다.
예전에 어머니가 패혈증 위험 때문에 엄청나게 큰 수술을 하시고 집에서 요양하시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도 본인 화를 주체하지 못해 아픈 어머니께 물건을 집어 던지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눈이 뒤집혀 달려들려 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엔 진짜로 손을 대고 나니 심정이 참 복잡합니다.
아버지는 늘 본인이 소외당한다고 생각하시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는 분과 누가 대화하고 싶겠습니까. 사회적 눈치마저 없는 아버지의 행동이 창피해서 말리면 오히려 화만 내시니... 이제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미치기 일보 직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