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에 리모컨 들고 채널을 한참 돌리다가 결국 그냥 끔
TV 보는 게 거의 유일한 낙인 나이라
주말 예능은 웬만하면 다 챙겨보는 편이야
근데 요즘 들어 자꾸 이런 생각이 들어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그림이 다 비슷하다는 거
연예인 몇 명이 시골 내려가서 밥 해 먹거나
아니면 어디 여행 가서 또 밥 해 먹거나
둘러앉아서 먹는 장면 나오고 웃고
출연자 얼굴만 바뀌었지 흐름이 거의 똑같아
예전 예능은 안 그랬거든
한 프로그램 보면 그 프로만의 색이라는 게 있었어
저 팀은 저런 분위기 이 팀은 이런 분위기
채널만 봐도 아 이건 무슨 프로구나 싶었지
근데 지금은 제목 가리고 화면만 보면 뭐가 뭔지 구분이 안 가
새로 시작하는 프로도 첫 회 보면
아 이거 저번에 본 그거랑 비슷하네 싶어
며칠 전엔 아내랑 같이 보다가 내가 물었어
이거 우리 저번 주에 본 거 아니냐고
근데 아내도 헷갈려 하더라
둘이 한참 갸웃거리다가 아니라는 결론 냈는데
그만큼 그게 그거 같다는 얘기지
그래도 보긴 봐
틀어놓으면 적적하지 않고 편하니까
근데 예전처럼 다음 주가 기다려지는 그 맛은 확실히 줄었어
그 와중에 하나 건진 게 있어
자연 풍경 나오는 잔잔한 프로
자극적인 장면 없이 그냥 경치랑 사람 사는 모습만 천천히 보여주는 거
출연자가 요란하게 웃기려고 애쓰지도 않아
그런 건 오히려 몇 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더라
결국 오래 손이 가는 건 화려한 게 아니라 담백한 쪽이었어
나이 들어서 내 입맛이 변한 건지
아니면 진짜로 요즘 예능이 다 비슷해진 건지
그게 가끔 헷갈려
젊은 사람들 눈에는 또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