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런 글 읽기만 하고 한 번도 써보지 않아서, 내일 되면 창피해서 지울지도 모르겠지만 한번쯤 어디 말해보고 싶어서 씀.
솔직히 나는 내가 엄청 무뚝뚝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어쩌면 사람들이 말하는 것 보다 쓰레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음.
그도 그럴게, 살면서 진짜 진지하게 뭘 사랑한다라고 느껴본 적이 별로 없음.사람들 말하는 걸 들어보면 다들 좋아하는 게 있음. 그게 어떤 일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아무튼 다들 사랑하는 게 있음.
근데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음. 심지어는 가족한테도.
난 그게 너무 이상해서 내심 내가 생각보다 인성이 덜 된 거 아닌가. 사실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25년이 넘게 살아옴.
가족 분위기는 사실 좋은 편은 아니었음.특별히 사고 친 사람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님. 예전에 집에 환자도 있었고(지금은 아님), 부모님 이랑 각종 집안일이 겹치는 바람에 쌓인 게 많음.
어릴 적부터 나는 부모님이 힘들다, 힘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떠올리면 집에 오면 소리 지르고 싸우는 거, 그러다 꽂히면 화내던 것만 기억났음.힘들어서 그러신 거라는 걸 알지만, 사실 집이라는 공간이 안정적이고 좋아야 하는데 항상 긴장하고 경계하면서 살다 보면 계속 곤두서고 스트레스를 받게 됨.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만 떠오르면 너무 스트레스 받고 가까이 가면 짜증이 나고 그건 지금까지도 그럼.
근데 그 사실이랑 별개로 진짜 열심히 사셨다는 걸 암.
새벽같이 회사 나가서 일하시고, 주말에도 시간 짜내서 출장 다니시면서 예전엔 병원비를. 지금은 지원해줄 돈을 버셨음. 낯간지러울 법도 한 사랑한다는 말도 진짜 매일매일 해주심. 나보다도 무뚝뚝한 분들이라는 사실을 아는데.
근데도 솔직히 나는 부모님이 너무 불편하고 꺼림칙했음. 나를 사랑하신다는 걸 어렴풋이 알기는 하지만, 그냥 계속 싸우고 소리 지르는 것만 떠오르고 가까이 오면 경계심부터 올라옴.
말로는 좋다 사랑한다 해도 솔직히 체감 안됐음.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요즘도 외출 한 번 할 때 마다 싸우고, 뭘 하고 있으면 계속 건드리고, 열 받으시면 상처 되는 말 같은 것도 많이 하심.
말의 수위도 그냥, '짜증나게 그러지 마.' 이런 수준이 아니라, '너 때문에 내 인생 망했다.', '그냥 다 지긋지긋하다 내다 버리고 싶다.', '너희 그냥 나랑 연 끊자. 괜히 낳았다.', '너희 같은 애들이 자꾸 와서 내 회사가 망하는 거다.' 이런 입력부터가 상처 되는 말이 많음. (이것도 딱히 불성실하게 있어서가 아님. 부모님 회사 관련으로 흥미 없다, 근무 시간 지켜 적당히 일하며 살고 싶다. 이런 얘기 했을 때의 출력값)
나는 그게 너무 짜증나고 답답하고 솔직히 얼굴 매일 보고 싶지도 않음.연락도 하기는 하지만 가끔 진짜 하기 싫을 때가 많음.
근데 또? 이 분들이 나를 지원해 주시는 건 사실이잖아.
그래서 나는 내심, 이렇게 힘내시고 날 위해주시는 걸 알면서도 꺼림칙하고 불편한 게 내가 쓰레기라서 그런 줄 알았고, 매체에 나오는 불효 자식이라 그런가 싶기도 했음.
그런 상태인데 최근에 또 싸움.
엄마가 동생한테 뭘 하라고 했는데 그걸 미뤘다는 게 그 이유였음. (종종 일 돕거나 그래서... 딱히 좋아서는 아니고 시켜서)솔직히 내가 보기엔 개쓰잘데기 없는 걸로 왜 저렇게 난리인가 싶고, 그깟 것 때문에 휴일에 전화해서 짜증내는 것도 이해 안됐음.
그래서 동생 내가 도와주긴 할게. 근데 그 정도 양이면 쟤가 해도 되잖아. 해보라고 하고 안되면 내가 할게. 그 정도로 답했는데, 갑자기 또 '너 때문에 망했네.' 모드가 되는 거임.
솔직히 진짜 짜증나서 당장 핸드폰 던져버리고 번호 바꾸고 싶었음.귓구멍을 막든 통로를 막든 하면 저 소리 또 안 들어도 될 거 아님. 그냥 다 지긋지긋하고 짜증났음.
근데 이야기하다 들어보니까, 엄마의 섭섭함은 따로 있었음.
엄마 입장에서는 당장 회사 일이라던가, 외부적으로 생각도 너무 많고. 자영업이라 상황은 불안정한데, 그 와중에 자식들한테 빚 같은 거 넘어가면 안 되니까 초조하고. 아빠가 계속 출장 다니는 것도 그러다 아프거나 잘못되면 어쩔까 걱정스럽고. 그 모든 것들이 되게 엄마한테 부담인 거임.
그런 상황인데, 엄마가 보기에도 별 거 아닌 이거를 안 해주니까,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고작 이거 때문에 터진 거.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은 이거임.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듣는다고 뭐가 해결됨? 왜 나한테 짜증냄?
근데 곰곰 생각해보니 서로 왜 짜증났는 지도 이해는 됨.
난 그냥 개쓰잘데기 없는 걸로 욕 들어먹은 게 짜증났던 거고.엄마는 그냥, 아끼고 걱정되고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이만한 압박을 느끼게 됐다 생각하고 그게 어느 정도 진실인데. 내쪽은 엄마를 사랑해서 가지는 부담이 없고, 그래서 들어주지 않은 거라 생각해서 화가 난 거임.
어쩌면 당연한 소린데, 사실 난 이걸 진짜 처음 알음.
왜냐하면 사실 그렇잖아, 엄마 아빠가 (솔직히 뒤지게 밉지만) 좋은 이유는 엄마 아빠라서 좋고, 당장 내 옆에 있어서 좋고, 키워 줘서 좋은 거임.
지원해주는 것도 당연히 좋고, 부담 안 주는 것도 당연히 고맙지만, 애초에 내 입장에선 저 압박감 자체는 이해는 되어도 공감이 안 됨.
난 그냥 엄마 아빠가 사업 안 해도, 부담이 좀 되더라도 당연히 엄마 아빠라서 연락하고 지내는 건데.회사 잘되고 말고, 돈 많이 벌고 말고, 그런 건 플러스 요인 중 하나 지 딱히 내가 엄청나게 바란 적 없음. (물론 그렇다고 코인이나 도박으로 집안 말아 먹어도 사랑할지는 좀 생각해 봐야 함... 그래도 일단은.)
근데 곰곰 생각해보니 이런 건 나한테 너무 당연해서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던 거임.
그러면서 다시 고민해 보니, 엄마도 어쩌면 그런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함.나를 사랑하고, 아빠도 좋고, 동생도 좋은 게 너무 당연해서 잘하고 싶어 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아온 건데 그 마음을 몰라주는 게 계속 섭섭하게 느껴진 거임.
그래서 3시간쯤 걸리긴 했지만... 일단 그런 생각들을 대충 전달하고 전화를 끊음.
그리고 나서 아빠에 대해서도 생각해봄.
솔직히 난 아빠랑 안 친함.불편하고 거리감도 느껴짐.
가족끼리 있을 때는 장난도 치고 말도 잘 하는데, 둘이 따로 있으면 진짜 세시간이고 네시간이고 한 마디도 안 함. 그나마 하는 이야기라곤 일 얘기 뿐임.
회사에서 뭐가 있었고, 무슨 일이 있었고. 뭘 해야 하고... 심지어 놀러 나가서도 밥 같이 먹으면 다른 사람 다 말해도 아빠는 진짜 일 얘기, 혹은 밥 얘기, 가격 얘기만 함. 질문도 그리 많지도 않음.(지금의 나는 나와서 살지만) 집에 살 때, 아빠는 진짜 집에 들어오면 티비 보거나 일 얘기만 함. 예전엔 주말에 엄마랑 외출하거나 그러셨는데, 그마저도 한 70%는 출근했었고. 요즘은 출장 가신다고 함.
그래서 나는 아빠랑 친하지도 않고, 나보다 일이 중요하다 생각했는데.아빠 입장에서 이게 사랑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됨.
그냥, 돈 많이 벌어야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고, 앞으로의 일들을 지원해 줄 수도 있고... 근데 그것들에 매몰되다 보니 하루의 90%가 일뿐이게 된 거임. 그러다 보니 대화가 적어지고, 일을 제외한 것들? 알지 못하니까 말을 못하는 거임.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지겹고 솔직히 듣고 싶지도 않았던 일 얘기가, 아빠 입장에서는 날 사랑하는 증거를 말해주는 거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함.
여기까지 돌아보고 이것저것 따져 보고 나니.
일단 나는 철이 없었던 건 어느 정도 맞긴 함.
물론 철없는 거랑 별개로, 내가 그간 싫고 지겨웠던 이유들도 납득 됨.그간 내 지겹고 피곤하고 불편한 기분들이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음. 진짜 솔직히 아직도 누가 소리 지르면 화들짝 놀라고 불안함. 누가 나 건드리면 발작하듯 짜증 올라오기도 함. 짜증 섞인 목소리 들으면 귓구멍 막고 남의 입도 막아버리고 싶음.
근데 그 사실이랑 별개로, 사람이 가진 마음이랑 행동이 완벽히 비례하진 않고, 사랑의 방식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걸 진짜 깨달음.
엄마 입장에서는 나한테 잔소리하고 초조하고 불안하게... 일하며 사는 게 사랑이고, 사랑하는 나도 엄마를 사랑하는 걸 확인 받고 싶은데 안 되니 짜증이 나고.
아빠 입장에서는 일을 해서 부담 안 주고, 도움 주는 게 사랑인데, 그걸 안 따라주거나 잘 안 풀리니 짜증이 나고.
내 입장에서는 일이랑 별개로 엄마 아빠랑 관계도 쌓고 싶고, 그대로도 좋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데... 걍 진짜 다 말도 안 통하고 일 얘기만 하니까 사랑 받고 있다고 느끼질 못한 거임. 그래서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꺼내 놓기 어려웠고.
근데 이걸 깨닫고 나서 또 내가 뭘 하고 싶었고 어떤 말을 듣고 싶었는 지를 계속 생각해보니까.
난 엄마 아빠가 진짜 일 그만했으면 좋겠고, 회사 이런 거랑 별개로 나랑 관계를 쌓아줬으면 싶었음.
맨날 밥 먹을 때 회사 일 같은 거 얘기하지 말고 오늘 뭐 했는지 알려주고(이거 다름...), 놀러가도 짜증 내지 말고 뭐 하고 싶은지 말해주고. 나한테도 회사 일 강요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 응원해주고 그랬으면 싶음.
그러고 나니까... 나는 가족을 안 사랑했던 게 아니라, 이 방식들이 부담스럽고 불편했던 거 같음. 내 방식이랑 달라서 이해도 못 했고. 부모님이 날 진짜 사랑하는 거라 믿지도 못했고.
그래서 진짜 처음으로 깨달음.서로 방식은 다를 수 있는데, 그걸 서로 사랑이라 느끼려면 가끔 번역본을 줘야 하는 것 같음.의무적으로 줘야 한다, 이런 얘기 보다는 그래야 알아들을 수 있는 것 같음.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사람마다 경험이나 생각이 달라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음.
내가 사랑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 수 있음.그것 때문에 짜증 낼 수도 있음.근데 그러면 사랑해서 힘드니까 받쳐 달라고 말해야 알아들음.
내가 사랑 때문에 일에 매몰된 걸 수도 있음.그것 때문에 힘겨울 수도 있음.근데 그러면 회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회사 잘 되어서 너희랑 더 잘 지내고 싶다고 말해야 알아들음.
내가 지금 그대로도 좋고, 더 노력 안 해도 되고, 더 친해지고 싶을 수도 있음.근데 그거 부모님이 모를 수도 있단 거 알고 말해야 하는 거 같음.
동생 말 안 한 이유는... 솔직히 친한데 이 새낀 뭔 생각 하는지 모르겠고, 서로 너 사실 좀 좆같긴 한데 지금은 나쁘진 않다. 이러고 살아서 제외함. (암튼 지금은 있는게 좋다고 생각함.)
아무튼 이걸 깨닫고 나서, 진짜 15년 만에 손 편지도 쓰고, 그간 했던 생각들도 정리함.그러면서 솔직히 엄청 운 듯. 내가 생각보다 사랑 받고 싶었고, 되게 사랑했단 것도 느껴지고... 마음이 진짜 복잡함.
생각보다 사랑했던 건 맞는데, 솔직히 상처 받았던 순간들이 미화되지도 않고... 사실 여전히 같이 살기 싫음.
그래도 생각보다 되게 날 사랑해주신 거란 걸 알고 나니 짜증스럽고 불편한 마음이 한결 나아진 거 같기도 함.
지금 생긴 여유를 잘 보관했다가, 집에 갔을 때 편지랑 선물도 드리고. 더 얘기해 보면 좋을 거 같음. (솔직히 막상 닥치면 민망하고 짜증 나서 도망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이렇게 생각함)
아무튼 이거 쓴다고 딱히 뭐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두서 없는 글이라 아무도 안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근데 진짜 이거 말할 데도 없고... 쓰고 싶긴 해서 써봄...
아근데 쓰다가 또 울었음... 나 진짜 마냥 무뚝뚝한 것도 아니었구나... 최근에 나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가는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