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
조정인
우후우우우―
헛간 깊숙이서 그 짐승이 앓고 있습니다
앓을 만큼 앓는 것이 차선의 치유라고는 합니다만
그 짐승 밤낮으로 제 병을 울부짖는 한
집은 형편없는 움막일 수밖에요
짐짓 그 짐승 가버리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창호를 찢고 방문을 젖히고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피 묻은 사금파리, 깊은 외침을 뱉으며
아주 나가버리면
움막은 형편없이 주저앉고 말 것임에
어쩌면 생이란 것은 간신히
제 병을 쥐어뜯는, 산발한 놈의 털을 곱게 빗질하고
문살을 뜯던 발톱을 깎아
잠재우려는 데 소모되는 세월일겁니다
온 집이 그리움으로 흔들리다 깨어나는 고적이란
입가에 묻은 거품을 닦고
방바닥에 떨어뜨린 제 아기를 안아 올리는 여자,
탈진으로 잦아드는
간질을 앓는 질병과도 같아서요
-시집,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 (2004년 천년의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