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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飛綠優 |2009.02.05 17:27
조회 188 |추천 1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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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인가부터 어질어질하고 시력이 저하되어

시내 여러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 보았지만 별다른 징후를 알지 못하여

종합병원으로 가서 C.T 촬영을 하고 결과 보는 날

의사선생님은 한참 뜸을 들이다가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 들어가기 전

부모님과 형제들을 모두 데리고 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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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에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더 안전하고 믿음이 가는 병원 욕심에 C.T 촬영 필름을 복사하여

더 큰 대학병원으로 급히 갔습니다.

대학병원 교수님은 사진을 보자 그날 당장 입원하라고 하셨는데

보통 입원하는데 몇 달을 기다려야 입원한다는 대학병원인데

이 또한 무슨 영문인지?? 빨리 입원하여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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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입원해 보는 입원수속 나는 담담한데

집사람은 막상 입원하려 하니 눈시울부터 불거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급히 입원시켜 놓고 1주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가

간호사님이 하는 말 "종양 위치가 아주 위험한 부위여서

수술방법을 놓고 교수님이 고민하며 영구 중" 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있다가 드디어 수술

그러나 그것은 종양 제거가 아니고 수술을 위한 수술 

뇌 속에 꽉 차 있는 물부터 빼기 위한 예비수술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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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주 후 본 수술하기까지는 너무나 긴 시간 이였습니다.

2주는 불안 초조 긴장의 연속 그렇게 길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가

수술은 성공리에 끝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습니다.

그 기쁨도 잠시 3년을 못 넘기고 다시 재발하여 2차 입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6개월도 안 되어 또다시 재발 3차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심정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입원으로 지쳐서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심정이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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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수술하는 그날 새벽녘에도

병실에서 머리털 하나 남기지 않고 빡빡머리 백호를 쳤지요.

이쩌면 이 머리카락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을 하니

떨어지는 머리카락과 함께 눈물도 뚝뚝 떨어졌습니다.

머리를 깎고 나니 병실 앞에 대기하고 있던 환자이동용 카가 들어오고

간호사님이 오셔서 내 이름이 적힌 팔찌를 채우고

나는 예전처럼 덤덤한 마음으로 환자이동용 카위에 올라가 눕자

환자이송용 카는 새벽 정적 깨트려 옆 환자 다 깨우고 병실문을 나섭니다.

깐호사님은 떠나가는 카를 따라나와 내 손을 꼭 잡고

"수술 잘 받고 오세요" 하며 춥다고 하얀 시트(천)를 배 위에 덮어 주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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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잘못되면 이 하얀 시트(천)가 나의 얼굴까지 다 덮고

축 늘어뜨리고 나올 텐데 모든 것은 하늘만 아는 사실

이럴 때야말로 절박한 순간 신을 찾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를 몰고 가는 아저씨는

수술실로 가는 긴 복도를 한쪽 손으로 능수능란하게 카를 조정하며

빠른 걸음으로 힘차게 달려가 엘리베이터 오르니

수술실로 가는 환자가 꽉 차 있었습니다.

수술실 앞에 도착하니 각 병실에서 실려 나온 수술 대기환자 4--50여 명은

파란 수불복을 입은 간호사의 점검을 받느라고 줄지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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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여 수술실로 들어가니 적막감이 돌 정도로 조용하고 서늘하였습니다.

마취한다며 20까지 세라고 하는데 어디까지 세었는지 생각이 안 납니다.

깨어나니 2박3일이 지났고 온몸에는 링거줄이 감겨져 있고

손발은 침대에 묶여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습니다.

수술시간은 아침 7시에 들어가서 밤 10시에 수술실을 나왔습니다.

그 후 3개월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1년 후 다시 재발할까봐

요번에는 미리 감마나이프 수술(일종의 방사선 치료)을 받았습니다.

감마수술을 끝으로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잠잠하였는데

그저께 병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종양이 거의 사그라졌다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다시 태어난 기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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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청천벽력 같은 말과는 대조적인 말이지만

생활은 세월도 많이 흘러 갔고 형편이 나아진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기쁘다니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은 마음 같습니다

그 마음의 욕심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병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몸도 마음도 아프게 한 것 같습니다

그때 수술을 집도한 교수님은 머리 휘끗 휘끗한 노교수님이 되어서

나의 MRI사진을 보고 환하게 웃음 지으시며 악수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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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환자를 수술하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가 많을 텐데

나도 그중 한 명인가 봅니다

내가 잃은 것은 무엇이며 얻은 것은 무엇일까

잃은 것은 후회가 말하여 주고 있으며

얻은 것은 세상은 내 생각대로 안 된다는 깨달음의 사실.........

이제는 더 이상 병원 안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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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이 기쁜날은 없다

세상을 감사해 하며 살자

무엇을 얻었기에 감사해 하는가

어리석고 한심한 작자가 되었다

 

---------- 2009년 2월 5일 병원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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