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러브로망) 치명적인 사랑 [10]

귀여운누나 |2004.03.23 12:31
조회 961 |추천 0

 

 

어제 밤부터 집에 인터넷이 안되서 지금에야 올립니다.

그래도 늘 재밌게 봐 주시는 님들께 죄송하네요.

 

 

 

 

 

#10. 그들의 일상.

 

 

 

 

 

 


" 와, 저 붉게 물든 노을 좀 보세요? "

 

이층거실에 앉아 다음 작품의상 컨셉에 대해 상의를 하고 있던 그들은 온천지가 주홍빛으로 물든 밖을 내다보며 잠시 하던 일을 멈추었다.

 

" 정말 멋있다... 우리 이따가 저녁 먹고 호수로 산책 나가자. 응 언니?  "

 

" 그러자..."

 

서경이 대답한다.

 

" 지난 이 집 때 의상하고 헤어스타일이 복고풍이었잖아. 이번엔 좀 색다른 변신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 근데 이번에 나오는 앨범도 가을 풍이잖아요. 그러니까 의상도 역시 가을 분위기에 맞게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요. "

 

" 그렇겠지. 내 생각엔 저 번 앨범 땐 주로 정장 풍으로 많이 입었으니까 이번에는 좀 스포티하면서 내이 츄럴한 룩이 어떨까? 루스 룩 쪽으로 말이야."


" 그게 좋을 것 같은데요. "


영원이 호응한다.


" 그럼 헤어스타일은? "


나영 이가 묻는다.


" 그건 일단 앞머리를 좀 길게 내리면서 웨이브를 좀 줘 보면 어떨까요? "


" 웨이브? "


" 웨이브보다는 생 머리로 좀 길게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리구 색깔은 블루블랙으로 하고 ... 옷이 자연스러우니까 머리는 좀 깔끔한 것이 나을 것 같아.. 어때."


" 그래, 그게 좋겠다. "


" 예, 좋네 ... 근데 모자 같은 것을 소품으로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 "


" 그것도 좋겠네... 하여튼 그럼 그렇게 알고 내일부터 준비시작하자."


그 때 실장과 매니저가 올라온다.


" 아이구, 지금 뭣 들하고 계신가? "


매니저가 특유의 서글한 웃음으로 묻는다.


" 요번 3집 의상과 코디 논의 중 이예요."


" 그래? 이번에도  센세이션하면서도 노래를 잘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코디를 해야 해."


매니저가 쇼파에 앉으며 탁자에 놓인 나영이 마시던 음료수를 마시면서 얘기한다.


나영은 자신이 먹던 음료수를 들고 먹는 것에 좀 기분이 상했다.


 ' 깔끔 스럽지 못하게 스리 남이 먹던 걸... 으이그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라니까. '


" 그건 그렇고 모레까지 녹음을 마쳐야 하니까 내일 녹음실로 나와. 타이틀곡도 정하고 말이야..."


실장이 얘기한다.


" 저.. 방송은 언제부터 시작하나요? "


영원이 묻자 실장이 대답한다.


" 방송은 일단 다음달에 라디오에 먼저 노래 내보내고 그리고 한 일주일 후에 MTV 방송부터 하려구 준비중이야... 지금 벌써 여기저기서 난리야. 벌써 꽉 차서 스케줄 잡기가 힘들다구... 다음달부턴 또 정신 없어 지겠다. "

 


할머니가 청소기를 돌리며 청소를 한다.


청소기를 돌리던 할머니는 쇼파에 누워있는 강아지를 들쑤시면서 얼른 일어나라고 종용한다.


느리게 일어난 강아지는 그 자릴 떠나기가 아쉬웠는지, 아니면 자기영역을 침입한 할머니에게 자기 영역임을 확실히 하고 싶었는지 오줌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 아이구, 아이구야. 이 놈의 개새끼 좀 보소야. "


그리고는 오줌을 눈 곳에 손을 대고는 냄새를 맡는다.


" 아이구야, 진짜루 이것이 이 지린내 좀 봐... 내 이걸 그냥 오늘은 아주 요절을 내 버릴 겨"


하면서 씩씩거리며 청소기로 강아지 머릴 후려치려 한다.


날렵한 강아지는 맞기 전에 몸을 탁자 밑으로 숨겼다.


탁자 밑으로 청소기를 넣으려다 청소기가 들어가지 않자 청소기를 옆에다 놓고는 손에 침을 퉤퉤 바르며 잔뜩 벼른 얼굴을 해 가지고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알맞은 크기의 총채를 찾아 들었다.


그리곤 탁자 밑을 쑤시는 데 어느새 쏜살 같이 달아나서는 가구 밑으로 들어갔다.


" 오냐, 너 오늘 잘 걸렸다. 오늘 너 죽고 나죽고 사생결단을 내 볼테다. 나와라, 이눔아"


하면서 엎드려 가구 밑을 쳐다보고는 쑤셔댄다.


계속 쑤셔대며 연신 나오라고 하나 나 올 리 없고... 깨갱거리는 소리는 점점 커지고 점점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는 강아지...


" 안 나올 텨.. 오냐 얼마나 버티나 두고 보자, 누가 이기나 혀 보자고 내가 이 평생을 오기로 살아온 몸 인께"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기를 한참. 순간 음흉한 눈빛을 짓더니 청소기를 들고 와 초강력 버튼을 누르고는 납작하게 눕혀서 안으로 쑤셔 넣는다.


강아지가 깨갱거리며 뛰어나와 할머니를 물고는 달아났다.


" 아이고 이거 미친개 아녀... 아이고 사람 죽네. 사람 죽어"


그 소리를 듣고 계단을 뛰어 내려온 영원을 할머니를 부축하며 얘기한다.


" 할머니 왜 그러세요?  어디 편찮으세요."


" 저 놈의 개새끼가 날 물었어. 미친개한테 물리면 약도 없다는데 난 이게 곧 죽을 껴.. 저 놈의 개새끼를 그냥... " 하면서 땅을 치며 우는 시늉을 한다.


" 괜찮으실 거예요. 할머니 들어가서 쉬세요."


" 그래야 겄네... 아플 땐 그저 쉬는 게 약이지.. 암 "


그리곤 할머니는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그 날은 푹 쉬면서 안정을 유지했다.


시간은 흘러 저녁이 되었고 그들은 어김없이 식탁에 나 앉았으나 할머니는 거동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기척이 없었다.


그들은 고픈 배를 움켜쥐고는 식탁에 앉아 넋두리들을 해 댔다.


" 아이고, 아주 날 잡았네. 날 잡았어. 아까 할망구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내일도 굶겠드라고 . 흠흠...나가 몸이 쪼까 아파서 한 삼일 쉬어야 겄슨 께 그렇게들 알고 알아서들 조석을 해결 하드라고 . 이거 슨 어디까지나 직장 내에서 일어난 산재니 께 난 쉴 권리가 있다고..."


나영이 할머니 목소리를 흉내내며 얘기하자 다들 웃음이 나서 키득거렸다.


" 불쌍한 우리 해피.. 얼마나 무서웠으면 약한 네가 최후의 발악으로 .... 쯧쯧 불쌍한 것. 미안하다 해피야, 너를 위급한 상황에서 구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 문 건 정당방위야. 괜찮아 넌 죄 없어."


하면서 해피를 꼭 안는다.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은 다소 어이가 없어서 그냥 허탈하게 미소지었다.


" 그나저나 어쩐다..  시켜먹을 수도 없 구 정말 난 돌아가시겠는 데."


서경의 말에


" 우리 나가서 먹어요. 오랜만에 몸도 풀고 어때요? "


나영이 춤이 추고 싶은지 몸을 풀면서 얘기한다.


" 그럴까요?."


" 그러죠 뭐. 자 나갑시다.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영원이 얘기하자 모들들 환호성을 지르며 나간다.


그렇게 그들은 차에 올라 그들의 집으로부터 30분 여를 차를 달려 잘 꾸며진 일식집으로 갔다.


이곳은 자연 풍광이 아름다워 군데군데 이름난 까페나 음식점이 산재해 있으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약이나 식료품 등은 차로 20여분을 가야하는 소읍에서 다 해결해야 했다.


서울에서는 차로 1시간 30분 이상을 움직여야 하는 거리이다.


일식집에 도착한 그들은 외진 방으로 안내되었다.


종업원은 영원을 알아보고 반가워는 하였으나 일식집의 품위만큼이나 품위를 지켜 그다지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 아휴, 배고파... 오늘 정말 그 할망구 때문에 버렸던 입맛 좀 다시 살려볼까요? "


하면서 나영은 이 집에서 가장 비싼 랍스터 요리를 시켰다.


그리곤 요리가 나오자 다들 나영과 같은 마음이었는지 숨소리도 내지 않고 먹어치웠다.


" 아! 진짜 배부르다. 정말 잘 먹었었어요.."


나영이가 물수건으로 입가를 훔치며 얘기한다.


" 사실  그 망구가 온 후론 음식이 잘 안 맞아갔고 맛있게 못 먹었는 데."


" 자, 다들 드셨으면 우리 소화라도 시키러 갈까요? "


나영의 말에


서경이 " 소화, 어디로?"


" 에이, 언니는 몸 풀러가자고요. 저 쪽에 왜 호텔 있잖아요. 거기에 나이트 생겼어요."


" 어쩌죠. 영원씨?"


서경은 조심스럽게 영원의 생각을 물었다.


" 저 두 좋아요."


" 와와.."


나여은 환호성을 지르며 차에 올랐고 차는 서경이 직접 운전을 했다.


이 집에서 자기 소유의 차를 가진 사람은 서경뿐이었고 다들 서경의 차에 의지해서 일상생활을 해 나갔다.


물론 공적인 일은 회사 차가 늘 와서 태워 갔고 데려다 주었다.


그렇게 10분 여를 달려 ** 호텔 나이트에 도착했다.


아직은 시간도 이르고 해서인지 오픈을 하지 않았다.


" 헤헤, 우리가 너무 일찍 왔나봐요. "


서경이 다소 멋쩍은 듯 얘기하자 영원이


 "그럼 우리 한 두시간 정도 드라이브라도 하고 올까요" 하고 묻는다.


" 네 좋아요. " 다들 오케이를 했다.


" 이번엔 제가 운전할 께요."


영원이 운전대를 잡고 그 옆에 서경이 나란히 앉았다.


서경은 영원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며 듬직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매일 그의 옆에 있다는 게 서경은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두시간여의 드라이브를 마친 그들은 다시 ** 호텔 나이트에 들어갔고 이미 제법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지에 올라 있었다.


그들도 한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신나는 댄스 음악이 나오자 나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스테이지로 올라갔다.


나영은 굉장히 섹시하고 고혹적인 댄스를 선보여 스테이지에서 단연 세련되게 돋보였다.


그 모습을 앉아서 지켜보던 영원과 서경은 웃으면서 나영에게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주었다.


 잠시 후 음악이 부르스로 바뀌자 나영과 무대에서 내려와 그들 옆에 앉았다.


나영은 다소 취한 듯 영원의 팔을 부여잡으며 나가서 춤추자고 때를 쓴다.


억지로 끌려나간 영원은 나영과 부르스를 추기 시작했다.


다소 취해서인지 그녀가 눈을 감은 채 영원의 품에 몸을 기대여 안긴다.


그 광경을 서경은 부러운 듯이 쳐다보았다.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혁은 어느덧 그들이 머물고 있는 나이트앞에 다다랐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헬맷을 벗어 오토바이에 걸쳐놓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와서는 주변분위기를 살폈다.


" 어서 오십시오. 저 쪽에 앉으시겠습니까? "


안내해준 곳에 껄렁 거리며 앉은 혁은 역시나 건들거리며 묻는다.


" 오늘은 물 좋냐? "


" 예, 한번 보십시오. 부킹은 책임지고... "


헤죽이 웃고있는 웨이터를 보고


" 부킹은 필요 없어. 내가 직접하지. 맥주! "


웨이터는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주변을 둘러보던 혁은


" 이런 촌구석은 할 수 없어." 하며 혼잣말을 했다.


웨이터가 맥주를 가져오자 그것을 따라 마시면서 스테이지를 쳐다본다.


스테이지에서 부르스를 추고 있는 영원과 나영의 모습을 다소 독기 어린 눈빛으로 쳐다본다.


다시 댄스음악으로 바뀌자 무대에서 내려와 테이블에 앉는 영원과 나영을 보며 혁이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와 앉는다.


" 야, 네가 여기 웬일이냐?  너 스캔들 난다고 이런 덴 안 오잖아? "


" 사실은 오늘 할머니가 아프셔서 저녁을 못 먹었거든. 그래서 저녁 먹고 잠깐 들린 거야."


" 뭐, 아파? 그 노인네가 또 일하기 싫어서 꽤병을 부리는 구만. 실장한테 얘기해서 식모를 바꾸자고 해야겠다. 좀 예쁘고 늘씬하고 몸매도 끝내주는 그런 젊은 여자가 와서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면 얼마나 좋냐. 가끔 즐기기도 하고 말이야. "


다들 표정들이 안 좋다.


" 사실 맞아. 그 할머닌 잘라야 돼."


다소 취기가 돈 나영은 손가락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며 얘기한다.


" 이건 할머니가 주인인지 우리가 식몬지 모르겠다니까. 내 귀여운 해피를 위해서도 잘라버려야 돼.  안 그래요? 혁씨. 응? " 


혁에게 은근한 눈빛으로 몸을 기대며 애교를 떤다.


" 야, 너 두 그러구 보니까 꽤 괜찮다. "


" 내가 원래 좀 괜찮지."


" 오늘 기분도 그렇지 않은 데 나랑 둘이서만 오붓하게 보내는 게 어때" 


하면서 느끼한 눈빛을 보내며 나영의 몸을 쓰다듬는다.


" 좋지, 까지 꺼, 나가자고... 그래 오늘밤 우리 진하게 사랑한 번 해보자 구. "


혁이 부축하며 일어서서 나가려 한다.


서경과 순영은 순간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서경이 영원을 쳐다보며 부탁의 눈빛을 보낸다.


" 영원씨 어떻게 좀 해봐요. "


그러자 영원 일어나서 혁을 돌려세운다.

 

" 야, 이러지마. 나영 씨가 지금 많이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야. "


혁이 영원의 팔을 뿌리치며 쏟아본다.


" 뭘 그러지마. 내가 뭘 어쨌는데. 내가 뭘하든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 ... 이 샌님아. 너나 잘해. 잘 하구 있는 나 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알았어."


" 그래 뭐 좋다. 자식 맘에 들었어. "


나영은 혁의 편을 들면서 횡설수설.


"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마. 사랑 갖 구 장난치지 말라 구. "


영원의 말에.


"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내가? 네가 아니라 내가. 후후... 그러는 넌 사랑이 뭔지 알아. 난 복잡한 건 질색이야. 저리 비켜 자식아. "


나영도 영원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흥얼거린다.


" 그래, 야. 넌 뭐야. 어, 영원씨 구나... 우릴 막지마. 인생은 까짓 거 즐기는 거라 구. "


" 나영씨 많이 취했어요. 오늘은 그만 들어갑시다. "


" 에이, 김세네. "


혁은 탁자를 발로 걷어차면서 나갔다.


그의 오토바이를 타고 밤 공기를 가르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다.


그렇게 전 속력으로 달려대는 데도 그의 마음은 뭔가가 막혀서 뻥 뚤리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더 속력을 내어 세찬 바람을 맞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소리를 질러댔다.


아무도 없는 도로에는 그의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조용한 한낮...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가을 오후, 3집 방송출연으로 바쁜 그들이 오늘은 모처럼 다들 집안에 모여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서경과 나영은 작은 소리로 의상이며 머리 스타일을 다시 점검하면서 보고 있다.


그 때 혁의 매니저가 계단을 올라왔다.


" 어서 오세요. 요즘은 좀 뵙기가 어렵네요. "


서경이 인사를 했다.


" 그러게... 이젠 좀 자주 볼 거야? "


" 왜요. 뭐 큰 거 한 건 물고 오신 거예요? "


나영이 물었다.


" 어떻게 알았지? 정보가 벌써 샜나? "


코믹하게 주변을 경계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서 얘기한다.


" 그래 3집은 또 대박 났대. 축하해. "


" 다 덕분이지요. 근데 요즘은 좀 걱정도 돼요. "


영원이 대답했다.


" 그게 다 인기를 먹고사는 우리들의 직업병 아닌가?  잘돼도 걱정... 못 되도 걱정... 그나저나 강혁이 어디 갔어. 영화가 시나리오가 아주 좋아. 그 놈 한테 아주 딱 맞는 역인데... "


" 주인공인가요? "


나영이 묻는다.


" 주인공은 아니고 그래도 비중 있는 역이야. 첫 역할치고는 아주 괜찮은 거야. 나니까 물어 온 거라 구. 내가 이래봬도 이 바닥에 아는 감독이 좀 많아."


은근히 자랑을 섞어가며 얘기한다.


" 근데 제 생각엔 혁씨 성격에 주인공 아니라고 안 할 것 같은데요. "


나영이 걱정하는 척 얘기한다.


" 주인공만큼이나 비중 있는 조연이라니까, 시나리오니까 꼭 그 녀석을 모델로 해서 쓴 것  같더라니까"


" 배역이 뭔 데요? "


나영이 묻자 목소리를 깔면서 대답한다.


" 뒷골목 건달이거든... "


다들 깔깔거리며 웃었다.


매니저는 손가락으로 방을 가리키며


" 안에 있지? "


하고 물었다.


" 안에 없어요. 어제 안 들어왔어요."


" 미친 녀석, 또 싸돌아 다니는 구만. 그 녀석은 자기 관리를 몰라. 지금은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론 함부로 돌아다녀서 스캔들 나면 그 땐 인생 끝나는 건데. 그걸 몰라 자식이... "


"아무튼 그 녀석 들어오면 기획실로 전화하라고 해. "


" 예 "


내려가려다가 멈춰 서서


" 참 코디 아가씨들 우리 혁이 이번 영화 코디 좀 부탁해요. 영화 촬영 들어가면 한 명 정도는 우리 혁 일 봐 줘야지. 이번엔 누가 할까?  서경 씨가 하면 어때? "


" 아이고. 저는 관두겠습니다. 워낙 까다로워서 맞추기 힘들 것 같아요. 자꾸 부딪히게 될까봐요. 안돼요. 안돼. "


" 그럼 제가 할께요. "


" 그래 그럼 나영 씨가 해줘. 믿고 갈게.... 아무튼 같은 소속사 동료들이니 잘 해 봅시다."


하면서 내려갔다.


" 와, 다음달부턴 정신 없겠네. "


" 그러게..."


" 그러 게요... "


다들 동의했다.


" 혁이 한테 꼭 전화하라고 해. 될 수 있으면 빨리... "


" 네... "


아래층에서 혁 매니저의 당부가 또 한번 이어졌다.

 

" 날씨 한번 좋구 만 "


 매니저는 마당에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드높게 푸른 하늘,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잠자리들... 주변은 고요하다.


대문 밖으로 나온 그는 우연히 편지함을 본다. 편지함에는 서류봉투가 와 있다.


편지를 들고는 무심코 보면서 한마디한다,


" 영원이 한테 왔네... 팬레턴 가보네.... 팬들이 여기 주솔 어떻게 알았지? 참 극성들이야... "


하면서 다시 편지 통에 집어넣고는 가버렸다.

 

" 그나저나 혁씨는 어디 가서 여태 안 들어올까 예? "


" 뻔하지... 어디 가서 불장난하고 있겠지 . "


이층거실에 남아 있던 코디들은 혁이 며칠째 부제중인 것에 다소 궁금증이 났다.

 

오후 늦게가 되어서야 편지 통에 들어있는 몇 통의 편지는 나영이에 의해 방마다 배달이 되었다.


똑! 똑! 똑!


나영은 영원의 방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영원이 침대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 영원씨 편지 왔어요. " 하면서 편지를 주고는 나간다.


" 편지요? "


편지에는 발신인이 없다.


조심스럽게 편지를 뜯어보았다.


안에는 사진이 두 장 들어 있었다.


한 장은 수연이의 사진이고 한 장은 영원의 청년시절 사진이었다.


' 이 여자는 누구지?  팬인가? 낯이 익다. '


잠시 기억을 더듬으려다 포기하고는 그냥 팬이 보낸 사진이려니 생각하고는 서랍 속에 넣어버렸다.

 

오늘도 그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식사 중이었다.


해피 사건으로 여전히 식탁에는 냉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일부러 인지 할머니는 아까부터 식을 대로 식어버린 국을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먹고 있다.


" 할머니 밥 먹을 때 소리 좀 안낼 수 없어요. 정말 교양 없어서 원."


이 순간을 그냥 넘길 나영 이가 아니기에 또 한번 할머니를 걸고 넘어졌다.


" 사람이 음식을 묵는데 어째 소리를 안내고 먹는담. 요즘 말마따나 공주병 걸렸는 감. 맛있으면 맛있다는 표시를 내고 우걱 우걱 씹어먹어야지, 너는 너무 먹는 게 힘 맥가리가 없어서 복 나가게 생겼어야. "


하면서 일부러 더 후루룩거리며 먹는다.


그 광경을 보던 영원은 피식 웃음이 났다.


" 근데 할무인 고향이 어디에요. 보통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데 어느땐 충청도 사투리도 쓰고 가끔은 경상도 사투리도 쓰고 헷갈려요.. "


" 헷갈릴 거 없어야. 내가 본시 전라도에서 태어났는 디. 어려서 일찍이 경상도로 시집을 가부렀당께. 그랬는디 팔자가 박복혀서 신랑과 금방 사별하고 충청도로 제가를 했어야. 그래서 나가 요러쿠럼 된 것이여. "


" 그럼 자식은 없어요 "


" 있지, 제가 헌디서 아들을 낳았는디. 지 에미가 괴팍하다고 날 안 보겠다고 돈을 쪼까 쥐어 주며 나가라고 안 하냐. 그 놈은 새끼도 아녀."


하면서 코를 팽 푼다.


" 그러면 그렇지. 저 괴팍한 성격에 자식인들 배겨 나겠어? "


" 에이그 이 한을 다 누구에게 호소 할 꺼나 꺼이꺼이. "


다리를 아예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본격적으로 푸념을 해 댈 준비를 한다.


" 자, 빨리 먹고 나가자. 오늘은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사야될 물건 다 사려면 해지겠다. "


서경이 사람들을 들추어 일으켰다.

 

서경과 코디들이 의상준비를 위해 차에 오르는 것을 배웅한 영원은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며 잠시 서 있다가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는 호숫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호숫 물이 햇빛을 받아 출렁이고 있었다.


벤취에 앉아 출렁이는 호수를 한 동안 바라보았다.


그때 혁이 그의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 무슨 생각하냐? "


혁이 웃으면서 얘기한다.


그냥 호수를 바라보면서 대꾸한다.


" 니 생각... "


" 내 생각? "


" 응... 네가 어디 가서 죽었나, 살았나 궁금해서... "


" 왜 내가 죽었으면 좋겠냐? "


혁은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 자식은 꼭 말을 해도... 걱정이 돼서 그러지. "


" 야, 내 걱정 해 주는 사람도 다 있네... 이거 눈물나는 말인데. "


순간 웃다가는 얼굴을 굳히며


" 넌 그런 게 맘에 안 든단 말야... 괜히 분위기 깔지 말고 가자..."


어깨를 툭 치면서 일어난다.


두 사람은 한참을 집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왔다.


" 참, 어제 네 매니저가 왔다갔어. 영화 스케줄이 잡혔다던데."


" 그래, 심심하던 차에 잘됐네... 이제야 세상이 날 알아주는 구나... "


" 혁아... "


"... 왜? "


" 아니야... "


" 자식 말을 하다가 말아... 기분 나쁘게... "


" 그냥 ... 이상하게 네가 친숙해."


" 그래? 고맙네. 성질 드러운 내가 그래도 정이 들었나보지. "


" 근데, 너 진짜 과거가 기억이 안 나?  "


" 응 ... "


"  자식, 너무 리얼하게 쇼하고 있네. 너 과거 기억나는 데 안 나는 척 하는 거잖아. "


"...무슨 뜻이야? "


" 네,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어. 넌 다 기억하면서 쇼하고 있다는 걸."


" 넌, 나에 대해 아는 것처럼 얘기한다? "


" 몰라. 그냥 그렇다는 거지."


말없이 그의 옆을 거닐면서 혁은 생각했다.


' 널 그렇게 사랑했던, 온 마음을 다 줬던 수연일 기억하지 못 한단말야, '


" 나쁜자식"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며 분노의 찬 눈길로 앞서간다.


" 근데 배역이 뭐래? "


" 글쎄, 매니저 말로는 네 분위기에 딱 맞는 역할이라고 하던데? "


" 당연히 주인공이겠지? "


" 글쎄... 주인공은 아니고 비중 있는 조연이라고 하던데."


" 조연?  내가 그 매니저 그럴 줄 알았어. 이 굴지의 오렌지 기획에서 신인배우를 조연으로 밖에 못 만드냐? "


" 건달 역할이라지 아마... "


" 건달... 그래 나하고 딱 맞는 역할이네... 하하..."


듣기 싫을 정도로 크게 웃어대고는 앞장서서 간다.

 

혁은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다.


가슴속은 늘 불안하고 뭔가 부족한 듯 빈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요즘 들어 그는 가슴속에서 더운 바람이 불어 나와 어디 냉장고에라도 들어가서 식히고 나왔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는 며칠동안 수연이 병원에 갔다왔다.


전보다 더 나아졌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가진 않았지만, 여전히 초점 없는 공허한 눈빛을 며칠동안 보고 있으니까 가슴이 더 답답하고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하루를 더 지키지 못하고는 홍란주를 찾아갔다.


그나마 그녀의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 같이 든든했다.


그녀는 그에게 어머니 같은 편안함을 준다.


물론 일 적으로 철저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딱딱하고 냉철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혁 에게는 언제나 답답하고 더운 가슴에 찬물을 부어주는 해결사 같은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젯밤도 그녀와 보냈다.


그녀와 있는 동안 그녀는 그에게 기획사 소속배우로서 대우하지 않았다.


일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철저함이 있다.


지내기는 어떠냐 거나... 근황 같은 것도 묻지 않았다.


그 또한 어떤 배역을 달라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오늘아침 그녀와 헤어질 때 그녀가 상큼하게 웃으며 한마디했다.


" 혁이 넌 말 잘 듣는 학생 같아... 귀엽다. "


무슨 뜻일까?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잊어버렸다.

 

지난 며칠동안의 일을 생각하고 있는 데 영원이 노크를 한다.


" 전화 왔어. 매니저야 "


그는 말없이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 왜요? "


" 왜요?  이 자식은 하늘같은 매니저한테 왜요 가 뭐야. 왜요 가? "


' 에이씨, 또 잔소리 '


혁은 듣기 싫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 얘기는 들었지? 다음달부터 촬영 들어가니까 준비하고있어. 그리구 너 두 이제 공인인데 스캔들 관리해야지... 그렇게 아무대서나 자고 안 들어오고 그러면 안돼. 알았어. 연애인은 소문한번 나면 끝장이야. 전에 그 누구야... 그 자식 있잖아. 잘나가던 배우 심강운. 숨겨 논 자식 있다고 소문 나가지고는 끝장났잖아... 특히 젊은 언니들은 깨끗한 연애인을 좋아한단 말야."


" ... "


" 야, 듣고 있는 거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자식 진짜루 힘든 놈이네... 에라 이놈아"


하면서 매니저는 전화를 끊었다.


혁은 이미 오래 전에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샤워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피곤했다.


이렇게 그냥 막 달려가면 그 끝은 어디일까?...


또 숨이 막혀왔다.


생각하지 말자...

 
그냥 닥치는 대로 살자...


조금은 가슴이 뚫리는 듯 했다.


찬물이 필요했다.


가슴이 얼어버릴 정도로 찬물을 세게 틀었다.


그리고는 온몸으로 그 찬물을 맞았다.


조금은 시원해지는 것 같았으나 속까지 시원하게 하기엔 부족했다.


자신의 심장을 뜯어내어 이 쏟아지는 물을 맞게 하고 싶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