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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up] 속 비밀일기2

전선인간 |2004.03.30 19:34
조회 1,968 |추천 0

// 1편에  이은 글입니다. 조금 늦었네요 2편이^^ 1편을 읽고 읽어주세요

 

 

 

 

 

교무실로 향하는 긴 복도는 온통 코발트빛 꿈으로 가득 찼다.

이제 선생님들은 나를 둘러놓고


“야 이 녀석 정말 솔직하게 일기를 잘 적었네 일기는 이 정도는 써야지”

“우리 이 녀석에게 상이라도 하나 줘야하는 거 아닙니까?”

등의 이야기를 나눌 것이고 나는 학교의 스타가 되어 아이들은 서로 나의 비밀일기에

출연을 할려고 애를 쓸 것이다.


즐거운 상상을 뒤로 한 채

나는 교무실의 문을 드르륵 하고 열었다. 그날따라 나무로된 교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유난히 컸다.


교무실은 역시 나의 상상대로였다.


빼곡히 들어선 우리학교의 선생님들! 그리고 전혀 처음 보는 낯선 얼굴 들도 많이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낯선 얼굴들은 다른 학교에서 오신 선생님들이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체로


“1학년 4반 32번 최우원 왔습니다.”라고 크게 소리쳤다.


저 앞에서 교무주임 선생님이 내 눈앞으로 달려왔다.


‘아마 저분은 두 팔을 벌려 나를 안고는

“아이구 우리 우원이 정말 멋진 넘이야. 일케 솔직한 일기를 쓰다니.......”

라며 나를 칭찬해 줄 것이다.‘


역시나 선생님의 팔이 올라갔다.


나는 흐뭇하게 선생님의 팔에 안길 생각을 하며 눈을 잠시 감았다.

그러나


“철썩!”


“이 새끼 이거 지가 머 잘 했다구 웃고 지랄이야!”


‘어랏 이건 먼가? 왜 내가 맞아야만 하지?’

이유를 알기도 전에 여린 중학소년의 눈에는 시큼한 눈물이 떨어졌다.


그제서야 선생님들은 먹이를 발견한 승냥이 마냥 내 옆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야 이거 정말 이 내용사실 맞아? 너 쓴거 이거 일부러 튀어 보일려구 쓴거지?

5반 반장인 일호가 담배 핀다는게 사실이야? 도저히 안 믿기는데?“


“여기 니가 8월14일날 쓴 일기에 승호가 학교 뒷산의 야산에서 본드를 마셨다는 게 사실이야? 눈에서 레이저 나가는 거 보여준다고 본드를 마시고 너한테도 권했다는 게?”


“나 옆 동성중학교 1학년 8반 선생님인데 여기 우리 학교 하운이가 소주마시고 엄마 돈 훔쳐서 노름하고 담배피고 이 것두 사실이야?”

 

"야 여기 이 날 일기........."

 

"이곳에 이 글도........"

 

"..............."

 


쉴새 없는 선생님들의 질문들 그 속에서

정신을 잃은 중학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눈물을 닦으면서

그저 “예, 사실인데요”라는 힘없는 소리만 해댈 뿐이었다.

이미 나의 일기는 모든 선생님들의 손에 복사물로 존재하고 있었고

그들은 그 복사물에 줄을 쳐가며 잃어버린 소년의 감성과 믿음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끊임없는 취조만 할 뿐이었다.

나는 그때 보았다. 몇 몇 선생님들은 마치 자신들이 형사라도 된 마냥

작고 힘없는 소년을 취조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음을........


취조가 끝났을 무렵

다혈질인 교무주임이 내 목을 잡았다. 그의 우락부락한 팔뚝이 더욱 두렵게 느껴졌다.


“어이구 이 새끼야. 학교 망신 다 시켜라!”


“전 그냥 솔직하게 일기니까 그냥 적은 것 뿐인데요.”


“이 새끼가 머가 잘났다고 학교망신 시켜놓고 씨불거려”


교무주임은 다시 한번 손을 올려붙이려고 했고 그때 마치 영화 속의 장면처럼

누군가의 믿음직한 손이 교무주임의 팔을 잡았다.


“이 선생님 그만하시죠.”

체육선생님이 교무주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의 국어선생님께서

조용히 내 어깨를 감싸 안으시며 말했다.


“솔직히 우원이가 잘못한 건 없지 않나요. 얘는 지난 몇 개월간의 있은 일을 사실대로 적었을 뿐인데........ 더 이상 하실 말씀 없으면 제가 애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나는 국어선생님의 다정한 손길에 이끌려 상담실 쇼파에 앉았고 선생님은 나를 위해 차 한잔을 준비해주셨다.


“정말로 그 이야기들이 전부 사실이니? 일호가 담배피는 거랑 승호가 본드 마시고

또 애들끼리 모여 롤라장이나 춤추는 곳에 다니는 것들........”


“네........ 그런데 그런 걸 적은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

일기는 솔직하게 적어야 하잖아요 그게 일기 잖아요”


“그래........ 그게 일기인데.......

정말 미안하지만 어른이 되면 알 수 있을 거야 세상엔 옳은 것이

항상 좋은 게 아니란 것을 때로는 자신을 위해 타인을 위해 모른 척 지나쳐야 할 것도,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할 것도 있단다. 그걸 가르치는 선생님도 참 아이러니 하지만 말야.“


“그렇게 거짓말을 해야하는 게 어른이라면 전 어른이 안될래요”


난 믿었던 선생님들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으로 상담실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이내 다음날부터

우리학교는 물론이고 근처의 다른 중학교에서는 일대 대규모 불량 학생 소탕 작전이 시작되었다.

물론 선생님들의 손에는 저마다 복사된 나의 일기가 살생부처럼 한부씩 들려 있었다.


그들은 그 일기를 토대로 하나하나 적혀있던 아이들을 불러드렸고

그로 인해서 교화된 아이들도 그리고 학교로부터 처벌을 받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일기 덕분에 나는 내 의도와는 달리 또래의 집단속에서

배신자로 낙인이 찍혔고 그때까지 쌓아온 나의 14년간의 세상에서 조금씩 격리되고 있었다.

다시 그들의 믿음을 찾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우원아! 승호가 청소시간에 쓰레기장으로 오래”

드디어 그가 돌아왔다. 나의 비밀일기로 인해 3일간의 정학을 먹은 레이저를 쏘는,

바로 본드 마시는 그가 학교로 돌아온 것이다.

내 심장은 두려움으로 마구 뛰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의 승호는 우리보다 2살이 많은 형으로 그가 싸우는 것을 한번 본 나는

나보다 큰 그의 주먹도 주먹이지만 싸울 때

그가 풀어서 내리찍는 벨트 버클의 날카로움이 계속 해서 뇌리 속을 쓍쓍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 어쩌면 나는 그 벨트 버클에 이마를 찍힌 채 피를 쏟으며 쓰레기장에

아이들이 먹고 버리는 스크류바의 껍질과 함께 타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의 14살 인생은 끝이 날지도 모른다.



두려움은 입을 마르게 했고 끊임없이 손을 떨리게 만들었다.

간혹 그래도 그나마 나를 불쌍하게 여겼던 몇몇의 친구들이


“괜찮아? 선생님에게 말씀드려줄까?”라고 물어보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억지로 없는 가장된 용기를 짜내어

“괜찮아 내가 저지른 일인데 내가 책임져야지”하며 쓴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야이 배신자 개쌔끼야”

쓰레기 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레이저를 쏘는 승호는 보자마자

욕설을 퍼부으며 벨트버클을 날렸다.

14년만의 인생이 끝나는 것을 위로라도 하듯 너무나 맑은 하늘!

그 하늘의 중간을 가르며 은색의 벨트 버클이 날아온다.

저것은 이내 원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며 나의 이마를 관통할 것이다.

난 내 이마에 피가 흐르는 상상을 하며 이내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나 벨트버클은 내 이마가 아닌 왼쪽 팔뚝에 꽂혔고

이내 그로인해 찢어진 팔뚝에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고통때문인지 아니면 흐르는 피때문인지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그리고 내 몸을 지배하던 두려움도 사라지고 있었다.


내 몸에서 빠져나간 두려움은 레이저를 쏘는 승호에게로 전이 되었다.

승호는 버클을 피하지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게 ........ 왜 그랬어? 왜! 우리는 너 좋아했는데 왜 그렇게 치사한 짓을 했어?”



“난 그게 치사한 짓인줄 몰랐어. 나는 그냥 사실을 그대로 적은 것뿐이야 일기니까.

솔직하게 적은 진실이........ 어른들의 눈엔 잘못으로 보이고

그것 때문에 이렇게 내 친구들이 고통 받게 될 줄은 몰랐어.

승호 넌 내 친구지만 나보다 2살많은 어른이기도 하잖아

내가 솔직하게 일기를 적은 게 잘못 된 거야? 그런거야?“


“그건.... 그건 아니지만....... 시발 맞다. 시발 어른들 잘못이다.

솔직하랄땐 언제고 아니랄 땐 언제고 시발“


승호는 벨트를 소각장 안으로 던져버리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소각장에서 타들어가는 승호의 벨트를 보며 나는 그제서야 내가 변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른들이 내게 원하는 게 세상이 내게 원하는 게


바로 절대의 진실이 아님을........


내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글프지만 거짓말도 거짓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틱틱거리며 역한 냄새를 풍기며 타들어가는 승호의 벨트를 보며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십 수년이 지나고


초등학교 동창회 때문에 찾아간 내 중학시절의 동네에서

난 자신의 전공을 살려 그 거리의 건달이 되어있는 승호를 만날 수 있었다.


동네의 호프집에서 시비가 붙은 기분 나쁜 인상의 청년에게 위협을 받고 있을 쯤

무슨 일이야 라며 찾아온 그의 형님이라는 사람이 승호였던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 했다.


그와 호프잔을 기우리며 그가 뿜어내는 담배연기에서 그의 쉽지 않았던 인생을 짐작하며


나보다는 험악해진 그의 인상을 살피고 있을 때쯤


그가 말했다.


“우원아 고맙다!”


“응?”


“나 그때 니가 그 일기 안 적 었었으면 계속해서 본드나 마셨을 테고

그랬으면 아마두 지금쯤 정신병자나 미친 넘이 되어 동네건달도 못 되어 있을 거야.

비록 지금 동네 건달이지만

내가 그래도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그때 니 일기로 인해 자의든 타의든 간에 본드를 끊었기 때문이야“


“으응...그래?”


내뿜던 담배연기 때문인지 연기 사이로 보이는 그의 얼굴이

약간은 험상궂지만 익살이 가득했던 그때 중학교 때의 모습과 똑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차가워진 창밖으로 지나가는 내 유년시절의 추억을 발견하며

나는 흐뭇한 생각이 들어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비록 내 비밀일기는 상상처럼 나를 유명하게 만들지도,

그다지 좋았던 추억들을 만들어 주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그때의 나의 비밀일기는 한 사람의 일생에서 작은 변화를 주었었구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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