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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쌍의 바퀴벌레 부부

빛나라 |2004.04.02 14:32
조회 1,096 |추천 0

오늘도 등교하는 울신랑. 나를 와락 안아주면서 "나 올때까지 잘 있어." 함서 내 배에 입을 대고

"울애기 아빠 올때까지 엄마랑 잘 있어야 돼."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현관문을 나섭니다.

난 현관문에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신랑이 안 보일때 까지 바라봅니다.

울신랑 작년부터 대학원 다니느라 아침 7시나 8시에 등교해서 밤 11시가 다 되어 옵니다.

풀타임 석사과정이라서 그렇다는구만요. 전 입덧이 무지막지 심해서 임신초기에 직장을 관두고

지금 6개월째 방콕신세입니다.

울신랑과 저는 풋풋한 21살 20살에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세상물정모르고 철딱서니 없는 나이였지만

지금 생각해도 울신랑은 막내인데도 참 사려깊고 배려심많은 사람이었단 생각이 들어요. 처음 울신랑 자취방에 놀러 갔더니 김치볶음밥도 해주고, 제가 주말에 집에 갔다 오는날 그시절 내가 참 많이 좋아했던 비빔면을 해주려고 저 오는 시간 맞춰서 오이채썰어놓고 달걀지단도 곱게 채썰어놓고 버너에 물까정 올려놓았는데도 약속한 시간에 내가 안 오니 삐쳐서 엎드려 자는 척하고 있는 신랑 옆구리 콕콕 찌르면 그 장난어린 표정으로 왜 늦게 왔냐며 투정부리고. 시내 볼일 보러 갔다가 내가 무심코 먹고 싶다는 얘기를 잊지 않고 양념통닭을 사서는, "버스에서 냄새 풀풀 풍겨서 다들 쳐다봐서 챙피해 혼났다." 그래도 우리는 낄낄거리며 열심히 닭을 뜯었죠. 신랑 부모님이 반찬싸서 오시는 날 난 기숙사 가 있다가 신랑이 전화해서 오라하면 남겨놓은 김밥이랑 튀김 주는 걸 혼자 꾸역꾸역 먹으면 신랑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절 쳐다봤어요.

신랑이 군입대할때 따라온 저의 손에 편지를 쥐어주었는데 돌아오는 차안에서 편지를 꺼내어보니 동봉된 지폐 3만원. 용돈하라고, 더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기다려달란 말은 못하지만 자기 마음은 변함없을거라고... 

친구따라 막노동가서 바지무릎이 찢어지면서 벌어온 4만원으로 맛나는거 사먹고 남은 3만원으로 보세옷 사주는 신랑더러 누구는 아르바이트해서 번 70만원을 주면서 세무옷 사입으라는 남친도 있다더라...염장이나 지르고. 방학때 나 보고 싶다고 그 폭설에 간신히 재를 넘어 2시간 차를 몰고 우리집 가까이 왔는데 나가기 귀찮아서 다시 돌려보내 버리고..신랑 졸업식날 신랑부모님과 누나는 먼저 학교가고 신랑은 우리집 가까이서 마냥 저 나올때까지 기다리다 지쳐 겨우 졸업식 참석하고..집에 가선 울더라고 나중에 시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함께 걸었던 새벽거리. 아직 셔터도 열리지 않은 지하철입구에서 추위를 피하려고 서로 꼭 끌어안고 있었던 가난한 연인. 처음 신랑따라 구경간 동대문에서 신랑이 그때 유행했던 모직 플리츠스커트를 사주었어요. 동대문 포장마차에서 신랑이 사준 우동그릇에서 철수세미가 나왔지만 우리는 마냥 행복했어요.

시간은 흘러흘러 만난지 만7년 뒤 우리는 드디어 결혼했고, 6월이 되면 비로소 우리의 못난이 2세가 태어납니다. 오랜 연애기간동안 싸우기도 엄청 싸우고 헤어질 위기도 몇번이나 있었지만 모두 철없는 저 때문에.. 신랑속 무지 긁어 놨지요. 

지금은 결혼하고 일년동안 저와 신랑이 벌어놓은 돈으로 곶감빼먹듯 하며 살고 있어요. 대학원 입학금이 480만원이나 하더라구요. 지금 3학기째 등록금은 마련해 놓았는데 마지막학기 등록금은 애낳고 제가 벌거예요. 지금까지 울신랑 헌신적인 모습에 제가 까짓 그거 못 내조해주겠어요.

결혼하고 나니 연애때와는 또다른 마음입니다. 서로에게 더 애틋하고 걱정되고 안쓰럽죠. 옛날엔 남편의 사랑이 그저 당연하게만 여겨졌는데 지금은 그때가 너무 고맙고 더 잘해주고 싶어요. 어제밤에도 늦게 돌아온 남편, 저녁을 안 먹었다네요. 이론이론..울신랑 "밥 차려주려니 귀찮지? 난 귀찮겠다." 괜히 미안해갖고잉그러나 전 천만에 만만에. 지금까정 밥도 못먹었다는게 너무 마음아플 뿐이죠. 수저에 묻은 물기하나라도 정성스럽게 닦아 챙겨주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지금은 비록 돈이 없어서 신랑은 밥값 아낀다며 도시락 싸들고 가고 난 저녁마다 내일 남편 싸줄 푸성귀반찬 만들지만 가끔 울신랑 안쓰러이 나를 바라보며 "여보, 힘들지? 조금만 참아. 오빠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줄게."  울신랑도 지금의 현실이, 곧 새식구도 생기는 이 현실이 참 많이 부담되고 힘들텐데  푸념이나 한숨쉬는 모습 한번도 제게 보여주지 않았어요. 신랑과 있으면 항상 유쾌해요. 어제밤에도 함께 자리에 누워선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그 손길에 말로 다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을 느껴요.  

처음 만날때 모습과 지금 변한 거라곤 얼굴에 묻어나는 연륜과 뱃살뿐이에요. 앗! 변한게 또 있네요. 울신랑 큰애기가 되었어요. 앙탈이 심해져서 반찬투정에다가 비빔밥도 다 비벼줘야 되고 식탁위에 숫가락까정 다 차려놓고 자기를 부르라네요. 또 아쉬운 건 제가 지금 임신 8개월이라 " ET랑 어떻게 하냐?" 면서 저의 제의를 뿌리칠때죠 ㅡㅡ^

언제나 변함없이 저를 배려하고 아끼나 사랑한다는 말은 아끼지 않는 울남편에게 정말 좋은 아내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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