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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기습 오바이트 목격자를 찾습니다.

kimcaprio |2009.03.06 05:26
조회 1,539 |추천 0

때는 2005년 12월 말 에서 1월 초 사이

 

친구의 생일파리를 위해 강남역에 갔다. 생일파리 장소는 까르네 xxx.

퓨전 뷰풰 레스토랑인 까르네 xxx는 당신 학생이였던 우리가 접하긴 힘든 양주가 무료였다. 입장료가 비쌌던터라 우리는 고기대신 양주로 뽕을 뽑기로 결정했다.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우리는 아쉬운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시작>

집이 까치산 역인 터라 저는 강남역에서 2호선을 신도림 역까지 가서 다시 까치산행 열차를 갈아타야만 했다. 매표소를 통과하여 지하철에 오르니 퇴근길 승객들로 붐볐다. 술기운과 지하철의 뜨거운 난방, 그리고 승객들이 내뿜는 열기는 거의 불가마 수준이었다. 나는 지하철 문앞에 자리를 잡고 문이 열릴때마다 자리가 나는지 계속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교대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고, 운좋게 내 가 기대고 있던 좌석 맨끝자리 승객이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취객들에게 명당자리로 꼽히는 자리에 당첨 되었다. 기쁨도 잠시 나의 머리는 인간이 구부릴수 있는 한계치 까지 구부렸고 이내 정신줄을 놓아버렸습니다.

 

꾸벅 꾸벅 몇정거장을 지났을즘... 유난히도 크고 선명한 재채기 소리에 잠에서 반쯤 깼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꿈나라로 돌아갈때 즘...

다시한번 요란한 재채기소리에 나는 잠에서 완전히 . 기상과 동시에 나의 단잠을 깨우는 소리의 정채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뜬 순간. 나는 다시 눈을 감을수 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운 무조건 반사중 하나인 눈 깜박임 반사가 작용하였던 것이었다.

 

눈 깜박임 반사는 나를 공격하는 토사물들로 어릴적 부터 귀아프게 들었던 초롱초롱한 나의 눈을 보호하기위해 반사적으로 작용했던 것이었다. 순간 객차안은 지하철이 선로를 이탈했을때나 나올법한 비명으로 가득찼다.

 

"꺆!!!!!!!!!!!!!!!!!!!!!!!!!!!!!!!! 꺅!!!!!!!!!!!!!!!!!!!!!!!! 꺅!!!!!!!!!!!!!!!! 꺅!!!!!!!!!!!!"

 

너도나도 비명을 질렀지만, 오직 나만은 그럴수 없었다.

난 초등학교 5학년때 동네 미끄럼틀 꼭대기에서 세면바닥으로 뒤통수로 낙법을 했지만, 5초만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5학년때의 물리적인 충격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더 컷기 때문이었다. 한 1분정도 눈을 감고 생각했다.

 

1. "그냥 자는척 할까?"

2. "다음역에서 문이 열리면 잽싸게 뛰쳐 나갈까?

3. "의연하게 눈을 뜨고 쿨하게 아무일도 아닌 일처럼 대처해볼까?"

 

생각을 하는 와중에 뜨거운 국물이 내 얼굴을 흘러 내 바지로 떨어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결정을 내렸다. 3번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잠시후 나의 선택이 최악이었음을 알았다.

 

범인은 그날 술자리에서 자신이 먹은 안주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버젓히 증거들을 남겼다. 증거물들을 통해 유추해 보건데, 범인은 아마도 성격이 급한 사람일 것이다. 생각 보다 큰오뎅, 버섯, 양파, 당근 등 각종 채소 조각은 범인이 평소 음식을 잘 씹지 않고 넘기는 급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범인은 나의 머리를 조준했을 것이라 사료된다. 나는 당시 초강력 울트라 하드타입의 왁스로 세팅한 고슴도치 머리를 하고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에 각종 양념들이 자리를 잡기위해 치열하게 쟁탈전을 벌였고, 여과된 국물들은 자리에 앉아 생긴 패딩잠바의 능선을 따라 국물들이 계곡처럼 흘러 내려 푸른 나의 청바지와 함께 파리 프레타 포르테에서도 볼수 없는 색감을 연출 하고 있었다.

 

객차안의 비명소리는 범인을 규탄하는 목소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범인을 찾았지만, 범인은 나에게 오바이트 선물을 안긴뒤 수줍게 옆칸으로 도망갔다고 한다. 짜식, 쑥스러워 하기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승객들의 증언을 통해 범인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뒷처리가 남았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면 엄청난 양의 토사물들이 한꺼번에 열차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는 나이아가라 폭포수를 연상케 될것임을 직관적으로 알수 있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나? 친절한 여성 승객분이 나에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 서비스로 주는 티슈를 나에게 주셨다. 티슈는 양쪽으로 갈라져서 휴지를 뽑을 수 있는 형태였다. 휴지를 뽑기위해 티슈를 반으로 쪼개는 순간. 난 또한번의 쓴 웃음을 지어야 했다. 애석하게도 휴지는 단 두장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티슈를 건내주신 아주 고마운 승객분이 한마디 덧붙였다.

 

"남으면 의자도 좀 닦아주세요~~"

 

난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말년 병장때 신병이 나에게 리모컨을 달라고 했을때도, 온화한 미소로 화답했던 나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화가 났었다.

 

"이번 역은 신림. 신림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입니다."

 

나는 패딩잠바로 웅덩이를 만들어 최대한 국물이 흐르는 것을 막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뛰어 나갔다. 난 달리기를 잘한다. 정말 잘한다. 쉬지않고 계단을 올라 화장실까지 뛰어갔다.

 

마음이 설레였다. 나의 또다른 모습을 거울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이였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는 순간 무조건 반사처럼 10 하고 8 이 튀어나왔다. 건더기 들은 이미 고슴도치 머리 사이사이에 자라를 잡았고, 얼굴은 알수 없는 색으로 얼룩져 있었다. 우선 패딩 잠바 부터 벗었다. 그리고 나는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얼굴의 얼룩을 지우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얼룩을 지우기 위해 수백, 수천번 얼굴에 물을 뿌렸다.

 

자 이제 마무리 단계다. 잠바와 바지에 묻은 얼룩은 거의 대부분 지웠다. 문제는 냄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나 모라나. 아무튼 그녀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냄새를 나의 옷에 남겼다. 나는 패딩 잠바를 다시 입고 집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패딩잠바를 벗은채 집에 가기로 결정했다. 평소 보온기능이 뛰어난 나의 패딩잠바에 너무 의지 한 나머지 달랑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다.

나는 평소 남들과 차별화 되는 패션을 좋아한다. 여러분 아시는가? 칠부 바지만 있는게 아니라 칠부 티셔츠도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도 한벌 있다. 그리고 그날 내가 입고 있었다. 뒤로 넘어졌는데 코가 깨져 코를 만지고 있는데 누가 나를 밟고 지나가는 상황이였다.

 

어찌됐든, 매표소를 나와 역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서 쇼핑백을 하나 구입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내 전재산 10000원을 지불했고 거스름돈으로 6000원을 받았다. 그리고 냄새나는 내 패딩 잠바를 사정없이 새로산 쇼핑백에 처박았다. 자 이제 택시를 잡아볼까?

훗! 눈치 빠른 사람을 알아챘을꺼다. 그렇다 6000원으로는 신림역에서 집인 까치산역까지 어림없는 돈이였다. 뒤늦게 쇼핑백을 환불하려 했으나, 이미 쇼핑백은 구겨질때로 구겨져 있었다. 더구나 냄새는... 

우리 부모님은 근검절약으로 개명을 하셔도 되는 분들이다. 때문에 택시를 외출 후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 하신다. 때문에, 흔히 드라마에서 택시비 없는 주인공이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 집앞에 어머니께서 택시비를 들고계시는 모습은 나에게 말그대로 드라마 일 뿐이다.

 

나는 지하철역으로 몸을 돌려야 했다. 상상해 보아라. 그당시 내 모습을. 사지 멀쩡한 놈이 칠부티셔츠와 청바지만 입고 두꺼운 패딩 잠바를 쇼핑백에 넣어둔채 한겨울 사이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말이다...

'미친놈......'

 

우여곡절 끝에 집에 왔다. "유난히도 길고 길었던 하루였다." 라는 생각도 잠시. 나는 잠바를 쇼핑백에 넣어둔채 청바지에 얇은 셔츠만 입고 귀가한 이유를 부모님께 설명해야만 했다...

지하철서 어떤여자가.... 이렇구... 저렇구...

이쯤에서 이글을 읽는 분에게 묻는다.

여러분이 제 부모님이였다면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훗... 역시 우리 부모님도 믿지 않으셨습니다.

그렇다고 이 글이 거짓이란 말은 아닙니다. 100% 실화를 그대로 글로 옮긴 것 뿐입니다.

 

 

 

 

생각보다 글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나이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죠? 저도 이제 나이를 먹었다 봅니다. 악몽같았던 하루였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웃지못할 추억이네요.

 

이글을 올리 취지는 당시 제가 타고 있던 객차안에 많은 승객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분들께서 제 글을 읽고 그때 추억을 다시한번 떠올리며 작은 실소를 선물하고자 했습니다. 아울러 제가 변을 당하 광경을 목격하신분들이 리플을 달아 주신다면, 굉장히 재미 있을꺼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깜짝 선물을 하시고 수줍게 도망(?)가신 여성분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와서 세탁비를 받을것도 아니고, 그냥 깜짝 선물의 주인공을 알고싶어서 입니다.

 

끝으로, 글주변 없는 저의 글을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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