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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7.양광의 음모 (11)

조의선인 |2009.03.08 11:47
조회 105 |추천 0



 

수황(隨皇) 문제(文帝)는 조양전(朝陽殿)에서 신료들을 불러모아 태자 양용(楊勇)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의했다.


"내가 경들을 왜 불렀는지 알겠는가?"


"..."


문제가 황문시랑(黃門侍郞) 배구(裵構)를 보며 말했다.


"황문시랑은 그 소임이 황실의 모든 문제를 알고 살필 뿐더러 대전의 일을 거드는 사람이야. 자네는 태자궁에 가 봤는가?"


"예, 폐하. 조련을 참관하는 것이 어떠냐는 태자 전하의 청을 받고 가 본 일이 있사옵니다."


"허, 이런... 그런데 왜 얘기를 안 했어? 밤마다 태자가 일부 신료들과 질펀하게 놀았는데, 황문시랑도 거기 갔었어? 그놈들이 태자에게 아부를 떨던 그 자리를 말이야?"


"폐하, 소신이 어찌 그 자리를 함께 하였겠습니까? 그저 각 관부가 돌아가면서 조련을 참관한다고 하였기로....."


"우문술(宇文述) 장군도 거기 갔었는가?"


"예, 폐하."


"이거 나만 몰랐구만.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일이야. 태자가 짐이 내린 군사 일천을 제 입맛대로 다 바꾸고 황궁을 향해 보란 듯이 시위를 했어. 왜 그랬을까?"


좌복야(左僕射) 고경(高經)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폐하, 태자 전하께서는 황실의 위엄을 바로 세운다고 군사 조련을 하신 것으로 아옵니다. 전하를 음해하려는 무리가 못된 소문을 흘리는 것을 바로 믿지 마시옵소서."


"태자가 진실로 나라를 생각하고 짐을 위한다면 그렇게 방종하고 경거망동할 리가 있겠는가? 한쪽으로는 군사를 조련하면서 황궁을 위협하고 밤이면 술판에 계집을 불러들이고, 신료들을 불러 황제처럼 거들먹거렸어."


"폐하, 아니옵니다. 태자 전하께서는 그저 술을 좋아하였을 뿐, 근본이 그런 것은 아니옵니다. 굽어 살피시오소서."


고경이 태자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문제는 짜증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되겠구만. 내 좌복야에게 태자를 치죄하라고 어명을 내리려고 했는데, 이래가지고서는 좌복야에게 일을 맡길 수가 없겠어."


"폐하, 죄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문제는 고경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우복야(右僕射) 양소(楊蘇)를 바라보았다.


"우복야는 들으라. 태자의 실덕이 실로 너무 크다. 이제 그 한계가 차고 넘쳐서 더는 보아 줄 수가 없다. 국문장을 차리라."


"예, 폐하."


배구와 고경이 크게 놀라 문제를 바라본다.


"폐하, 국문(鞫問)이라 하셨습니까?"


"태자는 단순히 내 맏아들이 아니라 훗날 백성의 어버이가 되는 자리야. 그 자리가 잘못되면 백성이 고단하고, 결국은 나라가 망하는 게야. 우복야는 태자의 실덕을 낱낱이 파헤쳐 내가 갔던 그날은 물론 태자 가까이에서 부화뇌동했던 신료들을 남김없이 가려내서 그 죄를 물으라."


"예, 폐하. 삼가 분부를 봉행하겠나이다."


양소가 황제의 명령을 받는 모습을 보고 고경이 오열하듯 외쳤다.


"폐하, 아니 되옵니다. 폐하의 맏아들이십니다. 죄를 묻는다는 것은 곧 태자를 폐하신다는 뜻이 아니옵니까? 아니 되옵니다."


그러나 이미 결심이 굳어진 문제였다. 태자 폐위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어전회의를 파한 뒤 문제는 양소와 마주앉아 괴로운 듯 술잔을 털어 넣었다.


"그래도 좌복야는 태자에게 인정을 두고 있어. 허긴 태자가 무슨 대역을 저질렀겠는가? 그저 인사가 좀 가볍고 모자라다 보니 일이 그렇게 꼬여도 꼬여간 것이지."


양소가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사사로이는 부모자식간이옵니다. 폐하께서도 마음이 아프시다는 것을 신도 아옵니다. 하오나, 한 나라의 주인 자리는 하늘이 내린다고 알고 있사옵니다. 폐하께서 오랫동안 고심해 오셨사옵고, 황후마마께서도 그러하신 줄로 아옵니다."


"그래, 허면 말이야. 태자의 죄를 묻고 나면 결국은 아우들 중에 누군가 그 자리를 받아야 하는데,
셋째는 병약해서 가버렸고, 넷째와 다섯째는 어리기는 하지만 변방에 나가있고, 결국은 두번째 진왕뿐인데 자네는 어찌 보는가?"


"....."


양소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자칫 양광이 가장 적임자라고 말했다가는 황제가 자신을 정치적 목적으로 양광을 지지하는 인물로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긴 그래. 도무지 진왕을 헐뜯는 자를 본 적이 없어. 그리고 실제로도 제일 원만하고, 공도 많고, 학문도 있어. 검소하고 말이야."


"예, 여러모로 폐하를 가장 닮으신 분으로 아옵니다만..."


"헌데 나는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어. 사실 사람이라면 조금씩은 단점 같은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진왕은 너무 완벽해. 나는 그게 마음에 안 들어."


"허허허, 폐하. 어찌 사람의 완벽함을 근심하시옵니까?"


"아니야... 너무 완전하다는 것은 반대로 뭔가 감추는 것이 있다는게 아닌가? 뭔가를 감추고 있는 인사는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숨기고 있는 것을 드러내게 되어 있어. 그것이 좋은 쪽이라면 몰라도 안 좋은 쪽이면 자칫 끔찍한 일이 올 수가 있거든."


"그럴 리가 있사옵니까?"


"나는 진왕의 그런 점들을 실은 은근히 경계해 왔어. 진왕은 진실이 부족해. 진실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위선이 있다는 이야기야. 아니 그런가?"


역시 자식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것은 부모뿐이리라. 양소가 황제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하오나 폐하, 어리석은 진실보다는 때로는 적당한 위선이 보다 나을 때가 있사옵니다. 특히나 세상을 다스리는 일에 있어서는 말이옵니다."


"허허... 그래,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화를 불러 올 수가 있단 말이야."


문제는 계속 뭔가 찜찜한 듯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문제가 태자 양용과 그의 처소에서 함께 술자리를 벌였던 신료들을 상대로 국문을 진행하는 것을 결정하고 있을 즈음, 양광은 자신의 거소에서 황실 근위장인 장형(蔣炯)과 장기를 두고 있었다.


"자, 장받게. 포장에 마장일세. 양수겹장이야."


"허어... 이거 영락없이 사지에 몰렸습니다. 태자 전하처럼 말입니다."


"수를 잘 읽어야지. 장기나 바둑도 따지고 보면 사람 사는 축소판일세. 허를 찔리면 먹히는 게고, 또 딴 생각을 하게 되면 집을 내주는 것이고..."


"그런 것 같사옵니다. 하온데 전하, 지금 황궁 안 사정이 몹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사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태연자약하신 걸 보니 역시 전하시옵니다."


"허허허... 글쎄? 자, 다시 한번 두세. 이번에는 벼슬 내기를 하면 어떨까? 자네가 이긴다면 원하는 벼슬을 다 줄 것일세. 어떤가?"


장형이 장기판을 내려다보며 웃는다.


"장기로 벼슬을 따기는 틀린 것 같사옵니다. 소인이 어디 벼슬을 탐내서 전하 곁에 있겠사옵니까? 그저 의리가 좋아서 붙어있는 것이옵니다."


"알아. 내가 왜 동무의 마음을 모르겠는가? 우리는 서로 배포가 맞아서 친구가 되기로 한 사이가 아닌가?"


"하온데 전하, 소인은 가끔씩 궁금하옵니다. 훗날 용상에 오르시더라도 지금처럼 소인을 동무라 불러주실 것이옵니까?"


"허허허, 아니 한번 동무가 되었는데 내가 용상에 오른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몸을 낮추지만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에는 과거를 잊어 버립니다. 소인이 바라는 것은 동무끼리의 의리이옵니다. 천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의리 아니겠사옵니까? 진정한 의리가 있어야만이 친구의 잘잘못을 살펴줄 수 있고,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해 줄 수 있사옵니다. 앞으로도 소인은 권력이나 부를 얻기 위해 입에 발린 소리를 지껄이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늘 할말은 하고 살 것이옵니다. 오로지, 사내끼리의 영원한 우정을 위해 말이옵니다."


장형의 말은 사실 양광의 진정한 성정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고맙네, 이 사람아. 자네의 그런 모습이 좋아서 내가 스스로 친구가 되자고 하지 않았는가?"


"대전과 황궁의 소식을 얻고자 소인을 택하신 것은 결코 아니시겠지요?"


"허어... 이 사람, 별 소리를 다하네그려."


"좋습니다. 그러면, 한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상당히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지금이 가장 위험한 때입니다. 마음을 놓지 마시고, 기왕에 시작한 연극을 잘 마무리 지어 놓으시오소서. 특히 황제 폐하를 크게 경계하시오소서."


"아마마마를...?"


"예, 비록 황후마마께 눌려 사시기는 하지만, 사람을 보는 그 눈치 하나는 너무도 정확하신 분이옵니다. 잊지 마시옵소서. 다 된 죽에 코 빠뜨리지 마시고..."


양광은 장형의 표현에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으하하하! 알겠네. 내 조심함세.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일을 그르치겠는가? 고맙네, 친구. 영원히 의리를 지켜주게. 자네의 일생은 내가 보장을 하겠네. 친구로서 말이야."


"고맙사옵니다, 전하. 그 말씀 믿겠사옵니다."


양광과 장형은 다시 장기알을 놓기 시작했다. 장기판을 바라보는 양광의 머릿속에는 황제 즉위식을 하는 미래의 자신이 떠오르고 있었다.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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