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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봄날은 간절하다

슬픈그림 |2004.04.12 13:51
조회 26,643 |추천 0

일을 하다말고 문득 바깥풍경에 자주  시선을 빼앗기는 요즘이다.

 

라디오를 켜면 , DJ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연일 벚꽃 이야기로 멘트를 채우고

어쩌다 안부 전화를 걸어온 몇몇 지인들 역시 온통 이 계절의 향기에 대한 예찬으로 넘쳐난다.

 

지난 토요일 이었다.

자료를 찾으러 들렀던 도서관에서 나는 잠시 길을 잃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을 잃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관내로 들어서기도 전에 내 온몸을 전율케 하던 벚꽃의 향연과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샤데이의

다소 뇌쇠적인 음성때문 이었다.

특히 'By your side' 를 들으며 그 짧은 경사를 오를 때 느꼈던, 가볍게 벅차오르는 호흡과 흐릿한 더위는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한 이 봄날의 선물이었다.

 

내 주변엔 봄날만 되면 유독 우울해 하는 사람이 꽤 여럿된다.

이유인즉, 이토록 아름다운 시절에 싱글이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혹은 봄날에 떠나간 지난 사랑에 대한 아프고 아련한 기억 때문이란다.

그들은 종종 달빛 찬란한 늦은 봄밤에 전화를 걸어 한 두시간 쯤 뚝딱 허허로운 수다를 풀어내고서야

잠이들곤 한다.

 

계절은 몹시도 눈부시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은 사람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욱 이 봄을 빛나게 만드는 것은 아닐런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이 짧은 봄날의 축제 속,  간간이 꽃 향기에 실려 가슴으로 스며드는 아련하고. 또

어쩌면 은밀한 나만의 슬픔!!!!!!!!

 

그러나 이내 곧, 그 향기로운 슬픔도 사라질 것이다.

짧게 머물다 사라지는 눈부신 봄날의 아쉬운 수명처럼 그것 또한 한시적인 울렁거림으로 잠시 우리 모두의 달콤한 고민 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

 

고 3시절, 나의 담임선생님 말씀이 떠오른다.

시인이셨던 그 분은

주말만 되면 야자를 빠지려고 안달하는 우리 반 친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 내년에도 봄은 온단다. 지금보다 더 눈부신 봄이 올테니 그 때까지 참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단다."

생각해 보니 그 때도 이렇게 벚꽂이 만발했던 봄/날/이었다.

 

봄이되면 난 가끔 그 분의 말씀을 기억하곤 한다.

그리고 그 옛날의 우리들 처럼 봄날의 열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봄날이 가는 것을 슬퍼하지 말라고......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봄날은 언제나 찾아오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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