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 출근해서 네이트온을 켰는데 싸이월드 방명록에
많은 분들이 격려글을 남겨주셨군요..
"갖혀" 와 "갇혀"의 차이를 구별 못했다는 리플이 가장 가슴에 박힙니다..
언어시간때 참 맞춤법 공부가 하기 싫었던 생각에 바보같습니다 하하^^;;
그냥.. 고맙습니다.
어차피 가상의 사이버 공간의 글들로 채워졌을 뿐이지만
서로를 위해주시려는 마음에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그냥.. 신세 한탄을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어쩌면.. 늘 그냥 읽어보기만 했던 네이트 톡에서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또 다른 이에게는 힘을.. 또 다른 이에게는 위안을..
그렇게 공유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그리고 왠지 주목받았다는 느낌에 부끄럽기도 하구요..;;
감사해요.. 음.. 견뎌볼께요..
------
------
저는 강남에서 하숙하고 있는 24살 휴학생입니다.
작년 12월 말에 전역을 하고 2학기 복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분들이 그렇겠지만 군대갔다오면 더이상 부모님꼐 손 벌리기도 그렇고
한번쯤은 학비는 자기손으로 벌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 군에서 철든 입장이라서 혼자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희 집은 부산인데 전 학교가 서울에 있습니다.
어차피 전역하고 복학을 하게 되면 생활하게 될 서울생활이었기에
군 전역 직후 계절학기를 수강하고 학교 기숙사를 나와서 강남에 하숙을 얻었습니다.
전역하기만 하면 세상을 다 품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뭐든지 내가 하고자 하면 다 이루어 질줄 알았습니다.
꿈에 그리던 말년 병장 전역으로 혈기 왕성하고 넘치는 의욕으로 세상과 맞서고자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서울생활..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단 생활비 부터 벌어보자고 생각에
운좋게 어학원 교재검수하는 조교로 들어가게 됬습니다.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7시에 마치는데, 군대에서도 행정병으로 하루 12시간도
넘도록 컴퓨터 작업을 했던지라 일하는게 뭐 대수라는 생각에 저녁 11시 넘어서까지도
하는 학생조교도 겸해서 하겠다고 욕심을 부렸습니다.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밤 11시 쯤에 대부분 마치게 되죠.
뭐 딱히 서울에 만들어둔 친구도 없을 뿐더러 (학교 친구들은 아직 전역 전이고..)
그냥 일하면서 돈 벌어서 딱 한학기 학비 채우고 그 후의 일은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가지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요 일주일간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전 학창시절.. 선생님들 말씀 잘 듣는 학생이었습니다.
공부도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반 등수에도 자부심을 가지고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좋은 대학에 가면 뭔가 다 이루어 질줄 알았습니다.
캠퍼스의 낭만도 나름 꿈꿨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고등학교 공부는 3년 동안 저를 학교, 야간자율학습, 집, 주말도서관이라는
코스를 정해줬습니다.
그냥 공부잘하는 아이라는 소리가 듣기 좋아서
그리고 그렇게 하면 차곡차곡 멋진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친구들과 노래방도 제대로 한번 못가본.. 멍청한 찌질이 모범생으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골방같이 갖힌 도서관에서 작게 난 창문을 바라보며 언젠가 나도 나가서 활기차게
젊음을 불사르며 뛰어놀 수 있겠지.. 라는 꿈을 곱씹고 곱씹으면서
쿠션이 말라 비틀어질때까지 미련하게 앉아서 책상에 얼굴을 파고 살았습니다..
남들 뛰어놀때.. 책만보면 멋진 미래가 있을줄 알았습니다..
친구들이랑 어울려 여행도 가고 밤거리도 헤메면서 정처없이 떠도는 그들을 보며
나는 골방에 갖혀 있는게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멍청하게 제대로 놀지도 못해본 찌질이었습니다.. 전..
그러다가 대학에 왔습니다.
그랬더니 부산에서 평범한 수능공부만 한 저로서는
해외 유학파들이 득실거리는 학교 과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공부했습니다.. 학점과 토익이 그렇게 중요하다가 주위에서 떠들어서
그렇게 또 공부했습니다.. 남들 젊음의 열정과 땀과 힘을 불사르며 축제를 즐길때도
전 나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또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2학기때에는 남들 다 간다던 유학 한번 갔다 왔습니다..
가서도.. 성문 기본영어들고 파면서..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부다 단줄 안 찌질이었습니다. 전. 제대로 젊었을때 한번 놀지도 못했던 바보같은 공부벌레였습니다.
세상이 시키니까.. 부모님이 시키니까.. 선생님이 시키니까..
그렇게 공부 잘하면 된다고 모두가 말해왔었으니까..
특출나게 부자 집안도 아닌 평범한 중산층의 저로서는
그냥 그렇게 공부하는게 단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와서.. 지금은..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학원 교재검수도 영어공부로 도움될줄 알았습니다.
사람은 자고로 자기가 배운걸 써먹는게 가장 편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학생조교를 하면서 학생들 앞에서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지도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반찬이랑 밥이랑 점심값, 저녁값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고
시간에 쫒기며 씻고 콘프러스트와 우유를 말은 아침을 먹고 골방같이 좁은 하숙방을 나섭니다.
그리고 허겁지겁 9시 30분쯤에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 수많은 책, 글들로 씨름합니다..
그리고 점심을 싸온 도시락으로 먹고..
또 그렇게 씨름하다가 오후 늦게 학생조교로 올라가서 또 일을 합니다..
그러다가 저녁을 싸온 도시락으로 먹고..
11시에 마쳐서 하숙집에 돌아와 먹은 밥과 반찬을 설겆이 하고 샤워하고 누우면
새벽 1시..
그리고 다시 8시에 일어납니다..
이렇게 반복된 시간이 두달여간..
맞습니다. 두달이면 짧습니다. 까짓거 얼마나 했다고.. 나약한 소리하냐고..
전 이 2달이 군대에서 1년같이 느껴졌습니다..
공부만 하면 될줄 알았던 학창시절.. 공부잘하는 학생이라고 칭찬듣던 시절에..
사회 초년생인 저에겐 모든것이 낯설로 어리숙하고 미숙하기 짝이없는
평범하다못해 오히려 어리버리까지한 녀석이 되어버렸습니다.
...
매일 뉴스는 경제대란에 청년실업 수백만.. 집에서 노는인구 수백만..
비정규직에.. 인턴문제..
저도 88만원세대입니다.. 조금 더 써서 100만원 가량 받습니다.
하루 13시간씩 일하고 주말에는 그냥 집에서 잠만 퍼질러자는 24살 청년입니다.
수백만명이라는 사람들이 서울에 살지만..
전 그냥 낯선 한명의 사람일 뿐이라는 외로움..
쳇바퀴같은 사회생활 속에 내가 그동안 쌓아온 지식이나 능력은 그저 왕년의 학창시절쯤으로 치부되어버리고..
100만원중 하숙비 40만원빼고.. 60만원중 반찬사는데.. 그리고 여러 생필품사는데, 교통비에.. 가끔 어쩔수 없이 사먹는 밥값에.. 20여만원..
40만원.. 학비를 위해서 저금합니다.
그렇게 8월까지 모으면 약 300여만원 모이네요.. 딱 한학기 학비분입니다.
그렇게 한학비 대고나면.. 남은 학년과 학기는 학자금대출을 신청해야겠죠..?
그렇게 졸업하고나면 빚쟁이로 사회 첫 발을 내딛겠죠..
나름 학창시절 공부 쫌 한다고 했던 찌질이 공부벌레는 사회생활에선 아무런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사회생활이라는걸 일찍이 알아버렸고..
어쩌면 빚쟁이로 졸업해서 청년실업 백수중 1인으로 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런데 말이죠..
전 왜 그렇게 공부 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번 학비 3개월분 날려버리고 나면..
나에겐 사회경험이라는 외롭고도 쓸쓸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경험을 쌓는거겠죠.
...
제가 하고 싶은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공부 열심히 했는데.. 그때에는 사람들이 크게 될꺼라고.. 훌륭하게 될꺼라고 했는데..
지금 난 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후회가 되기도 해요. 미친듯이 못놀아본거.. 한번 진탕 뒤집어보고 세상떠나갈듯 싸질러다니지 못한거..
이럴거였다면.. 20살 청춘을 그렇게 골방에 앉아 보내는게 아니었는데..
...
오늘.. 퇴근하는 길에 버스에서 눈물이 고였습니다..
내가 뭐하고 있는지 몰라서..
난 24살.. 젊음과 열정의 패기가 넘치는..
나잘난 맛에 살아도 자신감으로 비춰지는..
그런 멋진 나이인데 말이죠..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 꿈이 없어서..
눈물이 고였습니다..
행복은.. 꿈은.. 성적순으로 가지는게 아니더군요..
...
철이 좀 일찍 든 아이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에는 시집과 수필집.. 문학집을 읽으면서 소설가라는 꿈도 키워봤었고..
고등학교 때에는 도서관이 편하고 책 내음이 좋아서..
어쩌면 책과 함께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생님이 되는 꿈도 키워봤다..
고등학교 3학년때에는 학교와 과를 결정하면서.. 모의고사 오답노트를 정리하며
외교관이 되어보는 꿈도.. 유엔에 들어가서 세계봉사를 하는 뿌듯한 일을 가질까..
그러면 얼마나 멋진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는 피같은 시간들이었기에 난 그 시간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길이 진정 내 인생을 빛나게 해줄꺼라고..
굳게 믿으면서 살아왔었다..
근데 난.. 지금 초라하다.. 아직 남은 대학시절.. 얼마나 의미있게 보내느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지금 난.. 내가 이렇게 나약하다는걸 느낀다..
공부 잘하면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 더 넓은 시야..? 넓은 생각과 지식..?
... ... ...
학비조차 꼬박꼬박 댈 돈이 없으면.. 일년에 1000만원 가량 댈 돈이 없으면..
학교 다니는 것조차 부모님께 죄를 짓는거라면..
나는 무얼하러 학문을 탐구한다는 욕심.. 지식을 쌓으며 느끼는 희열을 기대하며
대학에 왔단 말인가..
꼬박꼬박 챗바퀴마냥 돌아가는 하루하루를 반년이라는 시간으로 채워내야
3개월을 다닐수 있는데.. 다녀오면 그 뒤부턴 빚이.. 그리고 실업과 백수..
나보다 나은 인간들.. 나은 학벌들.. 얼마나 많니..
근데 그들도.. 돈있는 자와 없는자로.. 일을 해야하는자와 꿈만을 향해 걷을 수 있는자들로
나눠지는 세상인것을..
너무 늦었군요.. 자야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또 도시락 싸서 출근하려면..
24살 3월 25일.. 따뜻한 봄이오는 어느날에..
전.. 그냥 이렇게 늙어서..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라는 노래를 읊조리는..
그런 나이가 또 되는가 봅니다..
모든 사람들이 젊었을때 누군들 그렇게 우울한 노래를 부르고 싶었겠습니까..
사회 나와보니까.. 아니였던 것을..
그렇게.. 우리.. 늙어가는 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