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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의 알렉산더 광개토호태왕(廣開土好太王) 1.모용황의 침입 (3)

개마기사단 |2009.03.27 22:41
조회 529 |추천 0

연군이 하곡에서 아불화도가의 군대를 격파하고 환도성(丸都城)으로 쳐들어오자, 고국원왕은 대경실색(大驚失色)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국상(國相) 백리매(白里每)가 국왕에게 다급하게 권했다. 

 

“지금 도성에 남아 있는 병력으로는 연군을 막아 낼 수 없습니다. 잠시 몸을 피하고 후일을 도모하십시오.”

 

“임금 된 자가 백성들을 버리고 어디로 간단 말이오? 도성을 지키다가 죽겠소.”

 

백리매가 안타까운 마음에 국왕을 설득했다.

 

“지금은 치욕을 감내하시고, 이 나라와 백성들의 앞날을 먼저 생각하셔야 할 때입니다. 지금 폐하께서 하셔야 할 일은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 전국의 군사들을 규합하여 외적을 몰아내는 것입니다. 뒷일은 불충(不忠)한 소신에게 맡기시고 어서 떠나십시오.”

 

백리매의 말이 옳았으므로 고국원왕은 할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태후와 왕후 등을 수레에 태우고 성을 빠져나갔다.

 

국왕이 성을 빠져나간 뒤 백리매는 도성의 수비병들을 독려하며 연군과 맞서 싸웠다. 수많은 연나라 군사들이 성벽을 넘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도성에 남아 있는 1천여명의 병사로는 전연의 대군을 막아 내기 어려웠다. 환도성은 연군의 공세가 시작된 지 반나절 만에 함락되었다. 백리매는 끝까지 저항했지만 결국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환도성에 입성하여 왕궁에 자리를 잡은 연왕은 국상인 백리매를 끌고 오게 했다. 끝내 고구려의 국왕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그 행방을 심문하기 위함이었다.

 

“고구려왕은 어디에 숨었는가?”

 

백리매가 연왕을 똑바로 쳐다보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고구려왕은 비겁하게도 혼자 살아 보겠다고 야음(夜陰)을 틈타 달아났소. 내 이제껏 그런 자에게 충성을 바쳤다고 생각하니 나도 기가 막힐 따름이오.”

 

백리매의 기개에 감동한 연왕 모용황은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대와 같은 인재가 이제껏 사유(斯由) 같이 못난 군주 밑에 있었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를 도와 큰 뜻을 펼쳐 볼 생각은 없소?”

 

“대장부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했습니다. 폐하께서 어리석은 소신을 이처럼 인정해 주니 그저 감읍(感泣)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해서 백리매는 연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척하고 그의 신하가 되었다.

 

연왕은 장수(將帥) 모여니(慕輿泥)에게 명령하여 고구려왕의 행적을 찾도록 했다. 그는 고구려왕을 잡아야만 비로소 전쟁을 끝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성을 빠져나온 고국원왕 일행은 쉬지 않고 남쪽으로 달렸다. 국왕은 우선 연군의 눈을 피해 남쪽의 평양성에 웅거한 후에, 전국에 흩어진 군사들을 규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국왕을 따르는 군사는 호위병 수십명에 지나지 않았고, 태후와 왕후를 비롯한 궁녀들이 함께 수레를 끌고 움직이다 보니 자연히 속도가 더뎠다. 그런 연유로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연나라 장수 모여니의 추격을 받게 되었다.

 

고국원왕은 연군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모여니가 거느린 전연의 기병들은 어렵지 않게 고국원왕 일행의 등뒤까지 따라붙었다.

 

이러한 다급한 상황에서 태후(太后) 주씨(周氏)가 비장한 태도로 국왕에게 말했다.

 

“우리는 신경 쓰지 마시고 어서 달아나십시오. 이러다가는 모두 잡히게 됩니다.”

 

“제가 어떻게 어머니를 두고 도망칠 수 있습니까?”

 

“폐하께서는 이 나라와 백성들을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한갓 사사로운 정(情)에 이끌려 큰일을 망치려 하십니까?”

 

그래도 국왕이 머뭇거리자, 태후는 날이 선 음성으로 말했다.

 

“만일 폐하께서 가시지 않는다면 이 어미는 이 자리에서 목숨을 끊겠습니다.”

 

어느새 태후의 손에 시퍼런 단도(短刀)가 들려 있었다.

 

고국원왕은 태후가 단도를 드는 것을 보고 할 수 없이 태후의 뜻에 따라 호위병 십수명만을 거느린 채 말을 몰아 달아났다. 남겨진 태후는 결연한 태도로 떠나는 국왕에게 등을 돌렸고, 왕후는 태후의 눈에 띌세라 조심스럽게 옷고름으로 눈물을 훔쳤다.

 

고국원왕이 떠난 후 곧바로 들이닥친 모여니는 태후와 왕후를 붙잡아 묶고, 병사들에게 달아난 고국원왕을 잡아 오라고 명령했다.

 

이때 가신히 몸을 빼내 도망쳤던 고국원왕은 한참 동안 정신없이 달리다가 깊은 계곡에 이르렀다. 국왕이 보아하니 족히 몸을 숨길 만큼 험한 지형이었다. 국왕은 말을 멈추고 뒤따르던 병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곳은 지세가 험하고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서 몸을 숨기기 좋겠구나.”

 

영리한 눈망울을 가진 병사 하나가 그 말을 받았다.

 

“이곳은 단웅곡(斷熊谷)이라고 하는데, 그 계곡이 깊고 험해서 초행(初行)길이라면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다행히 제가 이곳 출신이라 주변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잘 알고 있으니 저를 따르십시오.”

 

이렇게 해서 고국원왕이 단웅곡으로 몸을 피하자, 뒤쫓아 간 연군 병사들은 험한 산세로 인해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연군은 여러 날 수색 작전을 펼쳤음에도 고국원왕을 찾아내지 못했다. 모여니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기에 할 수 없이 단웅곡 주변에 감시병을 배치시키고, 사로잡은 왕후와 태후를 호송하여 환도성으로 돌아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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