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1학년 때였어요..당시 저는 고등학교 중에서도 특수한 군대고등학교를 다니
고 있었슴돠..하루하루가 고된 훈련의 연속이었고, 고1때부터 군복을 입어야 했기
때문에 바깥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살았죠..학교가 군 부대 안에 있었으니까요..ㅡㅡ;
가입교때 훈련후 기숙사에 들어오면 항상 힘없이 책상에 앉아 멍하니 벽만 바라보고
있던 때였습니다.. 그 당시엔 항상 배고팠고 잠이 부족한 시기였죠..밖에서 활짝
웃으며 뛰놀던 친구들만 생각하면 눈물아 아려오던 그런때였어요..
그렇게 가입교 훈련을 통과하고 1학년 생활을 시작했지만 선배들과의 관계가 넘
힘들었어요. 부모님에게 전화로 의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
는데 제 성격이 그럴만하질 못했어요..어느날 한 동기녀석이 "펜팔 하지 않을래?"
하고 물어오는 것이었어요..그건 저에게 색다른 경험이었죠..강원도 강릉에 사는 친
구였는데 나이는 동갑..제 생애 첨으로 여자애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답장이 올까?'
하고 밤마다 잠자리에서 생각했고, 일과 시간이 끝나면 젤 먼저 편지함부터 확인했
습니다. 몇주후 책상위에 편지 한통이 올려져 있었고, 저는 뛸뜻이 기뻤습니다..여자
또래한테 편지를 받아보는건 첨이었거든요..한글자씩 읽어내려가면서 저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찼습니다..그날 바로 답장을 썼죠..분량도 1~2장도 아닌 5~6장씩요..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우리 둘은 서로의 생활을 얘기를 참 많이 했어요..저는
힘든 군대학교 생활 얘기를 그앤 재밌어 보이는 여학교 생활얘기 등등..그애의 편지
는 제가 힘든 학교생활을 견디게 해준 또 하나의 힘이었어요..그렇게 6개월정도 편지
를 주고 받다보니 서로의 얼굴이 궁금해졌죠..솔직히 남녀간에 보이지 않는 만남이
길어지면 보고 싶어지는게 그런 관계 아니겠어요? ^^* 그래서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
죠.. 저도 보내면서 속으로 '얘가 날 맘에 안들어하면 어쩌나' 하고 많이 걱정했답
니다. 그런데 사진을 받은 날 서로에게 이끌린다는걸 알았죠..하지만 그앤 강원도
강릉에 살았고 전 진주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었죠..방학을
맞아 집인 부산을 내려가면 편지는 거의 못 썼고 방학이 끝나야 다시 쓰곤 했는데
그앤 아무말 없이 답장을 써줬습니다. 그렇게 1년6개월간 우리의 펜팔은 지속되었는
데 어느날 제가 선물로 문화상품권을 같이 동봉한 편지를 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
이 끊어졌습니다.. 몇번 편지를 보냈으나 아무 답장도 없었고....허무하기만 했죠.
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군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잊지 못하고 맘속에 묻
어두고 있습니다..아직도 그애한테 받은 편지는 저에게 보물로서 보관되고 있답니다.
물론 그애랑 연락이 끊어진 이후로도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다녔지만 그애만은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그게 벌써 6년전 일이네요...저에겐 첫사랑이라 할수 있는데..
그런데 이번에 저에게 기회가 생겼어요..바로 제가 강릉 근처로
전속을 가게 된것입니다. 6월쯤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주소도 알고 있으니 찾을려
면 금방 만날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벌써부터 가슴이 한구석이 아려옵니다..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