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의 도시. 중앙타워.
M은 Dr.X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이 바둑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아무리 두어도 같은 수가 없으니 말이야…”
“그 만큼 세상의 이치가 다양하다는 것이겠죠.”
“그런가…? 이 작은 사각형 안에서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수가 있으니… 하물며… 이 세상은… 얼마나 많은 이치가 존재할까…?”
“당신 답지 않군요…”
“역시… 그런가…? 오직 하나의 세상을 위해… 인류와 기계문명을 멸종 시킨 내가 할 말이 아니라는 소리 같군…?”
“…”
M은 봉인되어 있었다. 마치 병자처럼… 그의 거대한 줄기들은 늙고 병들어 보였다.
“자네와 안 지도 어느새 10년이 흘렀군… 그때는… 겨우 15살 정도였는데… 이제는… 어른이 다 되었군…”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부성 멘트는 관두게… 자네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으니까… 자네도… 어차피 인간이 아니던가…?”
“그렇군요…”
“솔직해서 좋군…”
“…”
둘은 잠시 아무 말 없이 바둑에 열중했다.
“작전은 잘 수행되고 있나?”
“네”
“어째서 내 일을 돕는 거지…? 2차 대전을 통해서… 아직 살아 남은 인간과 돌연변이를 모두 멸종 시키려 하는 나에게 말야…?”
“저도 같은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자네는 인간이면서… 기계문명의 사명을 이어 받은 자… 최후에는 무엇을 택할 생각인가? 계속 인간을 외면할 수 있겠나? 인간이면서 말아야…”
“…”
“이대로라면… 지금은 나를 돕고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날 배신할 것이라는 것을 난 잘 알고 있네. 내가 이 땅에서 인간과 나를 거역한 돌연변이를 섬멸하면 자네는 내 적이 될 걸세.”
“저도 자신이 그럴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역시… 인간이면서 기계에게 영혼을 판 자네… 정말 인간이 아닌가?”
“제 영혼을 말하는 거라면… 저도 잘 모르겠군요.”
“그런가…? 인간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여러 가지 마음이 존재한다더니…”
“…”
잠시 침묵.
바둑알이 부딪치는 소리만이 간간히 정적을 깨며 흐르고 있었다.
“인간과 돌연변이의 연합은 잘 되고 있나?”
“이제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래… 첫 단추가 끼워졌으니… 그 다음은 순조롭겠군…”
“네”
“물건은?”
“확보했습니다.”
“그래… 그럼… 실험은?”
“그건 Dr.멀린의 일 입니다.”
“그렇군…”
잠시 침묵.
“각오는 된 것입니까?”
“내게 그런 질문을 하다니… 어리석군… 나는 마음이 단순한 존재라네… 인간처럼 여러 가지 마음은 존재하지 않네”
“네. 잘 알겠습니다.”
Dr.X는 바둑을 그만두고 나가려 했다.
“여보게”
“…”
“난 인간보다 자네를 믿기로 한 내 결정을 한번도 후회한 적 없네.”
“당신의 자손을 배반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의 자손이 당신의 마음을 이어받았다면…”
Dr.X는 M의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Dr.멀린이 들어왔다. 그는 수시로 M의 건강상태를 검진하고 있었다. 그는 정성껏 M을 돌보는 것이 이 시대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어째서 지?”
“뭐가 말입니까?”
“나를 돌보는 것…”
“그렇지 않으면… 죽을 테니까요.”
“실험은?”
“아직 입니다.”
“나와 Dr.X의 거래를 알고 있나?”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아닐세… 만약… 그래서 연구를 게을리 하는 것이라면… 그만두게… 어차피 나는 오래 살지 못하니까… 나를 오래 살리기 보다는 백신의 연구에 더 집중하게…”
“…”
잠시 침묵.
검진을 마친 Dr.멀린은 방을 나가고 있었고 그에게 M이 말했다.
“어차피 모두가 살 수는 없어. 이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차라리 희생자를 줄이는 길일야! 자네가 인간이라 하더라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네.”
“나는 단지 생명을 돌볼 뿐…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M의 방을 나오는 그를 Dr.X가 기다리고 있었다.
타워의 한 매점.
여러 직원과 병사가 있고, 그 가운데 그들이 있다. Dr.X가 먼저 Dr.멀린에게 물었다.
“그만 둘 수는 없는 없나요?”
“네?”
잠시 침묵.
“당신이 무슨 연구를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어요.”
“M도 알고 있나요?”
“글쎄…요…”
“…”
“시간이 얼마 없어요. 나는 내가 하는 일의 준비가 끝나면… 당신이 하는 비밀연구가 끝나기를 기다려 주지 않을 거니까...요.”
“알고 있어요.”
Dr.X는 음료를 길게 마시며 말했다.
“다만… 방해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뿐 이예요.”
“그것만이라도 고맙군요.”
긴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Dr.멀린이 Dr.X에게 물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방황해야 하는 거죠?”
“너무 어려운 질문이군요”
Dr.멀린은 Dr.X에게 또 다시 물었다.
“당신… 이유가 뭐지?”
“이유라… 나는 약속을 지켜야 해요… 소중한 친구와의 약속을…”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