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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이정도면 살인자 아닌가요?

정말싫어 |2009.04.05 10:24
조회 567 |추천 0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십대 학생입니다.

얼마 전 온라인 뉴스를 보니 보이스피싱을 당해 640여 만원을 사기 당한

스무 살짜리 여대생이 자살했다는 내용을 읽고 어찌나 세상이 흉악해 보이던지.

640만원에 맞바꾸어진 목숨이 아니라

그냥 세상이 사람 목숨을 마구 앗아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톡에 올라온 우체국 사기 전화를 보니 제 경험이 생각나서 저도 글 올려요.

올해 초, 한국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미국에서 왔다고 작은 아빠, 고모 가족이 할머니 댁에 다 모였어요.

 

그날도 평소처럼 할매댁에 누워서 뒹굴뒹굴 하다가 전화가 오길래 받았습니다.

"우체국입니다. 등기를 발송하였는데 집에 안계셔서 다시 반송되었습니다.

쏼라쏼라~" 하는 안내 멘트가 나오더라구요.

저는 이게 무슨 멍멍이 소리야 -,- 하면서 전화를 받았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복작복작 지내고 있는데 사람이 없다뇨.

그치만 혹시나 중요한 것일지 모르니까(등기라고 하니까) 계속 듣고 있었어요.

"000는 0번, 상담원은 1번 불라불라~" 하길래 앞에 건 못알아 듣고

상담원이라는 말에 1번을 눌렀습니다.

어떤 여자분이 연결 되더라구요.

근데 말투가 단번에 조선족 말투라고 하나요? 그 말투였어요.

...오히려 제가 당황을 했어요. 시골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구요.

제가 "등기가 반송됐다는 안내전화를 받았는데요." 라고 하니

상대쪽에서 "네?" 이러는 거에요.

이때 딱 이거 그 말로만 듣던 그 새똥나부랭이 같은 놈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확 스쳤죠.

왠지 이 나부랭이들을 어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지금 방금 우체국에서 등기가 반송되었다는 안내 전화를 받고

상담원을 연결할 수 있다고 해서 연결번호를 눌렀는데 뭐가 잘못 됐나요?"

그랬더니 "잠시만요" 하더니 전화를 끊어버리는 겁니다.

 

전화를 끊고 동생한테 말했더니

"언니, 그거 전화 받는 사람이 돈 무는 걸 수도 있어. 그걸 뭐라고 함부로 받아."

이러는 겁니다.

여튼 돈 몇 푼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만 계시는 집들에 전화를 걸어

이런 식으로 나이드신 분들 돈 처 먹으려는 크레파스 십팔색 같은 놈들이 있다는게

너무나 열받았습니다.

그것도 제가 받았으니 그냥 그러고 말았지 저희 없을 때 할아버지가 받으셨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근데..... 전화가 너무 엉성해서 요즘 사람들한테는 잘 안먹히겠던데

혹시 또 모르잖아요. 중요한 등기나 우편물 기다리고 계신 분들은 어떨지.

 

사실 그 전에 더 심한 일도 있었어요.

한참 자고 있는데 새벽 4시에 전화가 오는 거예요.

여기 시간으로 새벽 4시면 한국에서는 한 저녁 8-10시정도 됐을 시간이었는데

잠결에 전화를 받으니 엄마더라구요.

당시에 저는 룸메랑 방을 share하던 상태라 목소리를 낮춰서

"엄마, 나 지금 자고 있으니까 일어나서 전화할게" 했더니

"너 별 일 없지?" 라시는 거예요.

자고 있는데 이게 왠 뚱딴지, 싶어서 "응, 나 지금 집에서 잘 자고 있어" 했더니

일어나서 통화하자고 하시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침에 학교 다녀와 여행준비 하던 길에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집전화로 "딸을 데리고 있다"고 하는 전화가 왔는데

옆에서 "엄마 살려줘" 하면서 어떤 여자가 막 울더래요.

우는 소리니까 딸 목소리인지 뭔지 분간도 안가고 엄마는 그냥 마냥 저 같아서

"우리 딸좀 바꿔보라"고 덜덜 떨면서 말씀하셨더니

여자가 더 크게 울면서 "엄마 ㅠㅠㅠㅠㅠ 엄마 ㅠㅠㅠㅠㅠ" 이러더래요.

그때부터 엄마는 그냥 넋이 나가서 "뭘 어떻게 해야하냐"고 하니까

돈을 보내라고 허튼짓 하면 가만 안둔다고 하더래요.

아오, 지금 생각해도 열뻗치네

마침 옆에 아빠가 계셔서 아빠가 그 전화를 계속 이어 받으시고

엄마는 그 옆에서 휴대전화로 저한테 전화를 하신거죠.

또 그때가 마침 제가 미국와서 한 달동안 휴대전화 없이 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개통한지 이틀 됐을 때였거든요.

 

나중에 아빠 말씀으로는 "미국에 있는 애를 납치해다가 600만원 달라는 게 웃겼다"

라고 하시긴 했는데 엄마는 지난 일이라도 그 얘기는 하기도 싫다고 하세요.

그리고 제 주변에 공부하는 친구들 중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이런 전화 받으신 경우가 많으니까

부모님께 이런 전화 조심하라고 꼭 말씀 드리세요.

실제로 저 아는 사람의 부모님은 큰 금액을 이미 보내고 확인전화를 하셨더라구요.

전화도 못끊게하고 돈을 부치라고 해서 그사람들 말대로 하셨데요.

 

글이 좀 많이 길어졌죠.

그치만 그 기사를 본 이후에

보이스피싱이 더이상 '사기'의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많은 분들이 본인도 조심하시고 주변 분들도 조심하게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돈보다 사람이 안다쳤으면 된다, 싶긴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사실 그게 한 두푼도 아니고 말이죠.

 

싸이나 블로그에 개인정보 올리는 건 절대 하지 마시구요,

듣기로는 공항에서 나누어 주는 무료 통화권 같은 데 개인정보 입력하는 게

상당히 위험하데요.

외국에 나간 가족 안전여부를 알기 쉽지 않으니까 이걸 이용하는 것 같아요.

저도 저희 부모님이 그런 전화 받으신 이후에

안그래도 없는 제 정보 싸이에서 다 내리고 (미국 집주소랑 전화번호 등)

한동안 내 주변의 누가 이런 정보를 이용하거나 흘렸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조심하는 게 상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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