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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을 망쳐버린 나쁜...!

9년차 |2009.04.15 16:18
조회 944 |추천 0

오늘 4월 15일은 결혼한 지 만 8년이 되는 날이에요.

남편은 지방에서 숙박업을 하는데, 결혼기념일을 위해 우리쪽 손님까지 맞은편에게 넘기고 어제 밤에 올라왔더라구요.

서울과 지방에서 떨어져 지내면서 일주일에 1-2일 정도만 집에 머물다보니, 이런 기념일은 꼭 챙기고 싶었나봐요.

 

결혼기념일 한달전부터 기념일 당일 스케쥴과 예약을 저에게 당부를 하더군요.

근데, 가고싶고 먹고싶은건 많은데, 돈이 아깝고, 애 학원도 보내야 하는데, 움직이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결국, 남산타워(가격때문에), 한강유람선(벚꽃축제라 사람이 많을것 같아서), 유명 음식점(가격...) 모두 포기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그런 이벤트는 남편이 좀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싶은데, 남편은 그걸 또 저에게 전적으로 일임을 하니 부담도 되구요...

 

오늘 다시 지방 현장에 내려가야돼서, 어제밤에 이벤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남편은 참치회집? 복집? 고깃집? 레스토랑?사이를 고민하면서 7시가 다 되도록 결정을 못하더라구요.

그때부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7시 30분이 되는 시간에 제가 버럭했죠...

'아! 그냥 수산물시장에서 킹크랩이나 하나 삶아와!'

참... 분위기는 안 살겠지만 킹크랩이라는 고급음식을 수산물 시장에서 삶아오면 10만원 정도 하거든요... 거기에 와인이랑 부대적인 것 좀 사면 15만원 정도 들죠...

그나마 돈 5~10만원이라도 아끼자는 그런 생각이었는데, 남편은 그게 불만이었나 봅니다.

 

깔끔하게 결정을 못내리고 내 눈치만 보는 남편이 한심스러웠고, 남편 역시 1년에 한번 있는 이벤트를 집에서 하는것에 대해 불만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냉랭함이 오갔습니다.

서로에게 서운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어색하게 킹크랩과 와인만 마셨고, 그 기분은 오늘 아침까지 이어지더군요.

 

아침에 아이 학교에 보내는 길에 저는 도서관에 가서 책 좀 읽다가 돌아왔고, 남편 혼자 점심 챙겨먹고, 오늘 예약 손님이 있어서 좀전에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습니다.

남편이 집을 나서고 얼마 후에 저에게 택배가 하나 배달되었습니다.

열어보니............

도금이 된 장미꽃 장식품이 있더군요. 그 옆에 카드와 함께...

"OO부인.... 결혼해 줘서 고맙고 매일매일 사랑해. -남편OO-"

아......놔........참.......

이런 이벤트를 위해 남편은 미리 준비를 했던 거겠죠?

왜 그 마음을 몰랐을까요?

비록, 돈은 못 벌지만 1년에 한번인 오늘을 위해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 노력했던 그 마음을 왜 몰랐을까요?

돈벌이가 약해서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남편앞에서 '돈 아껴야돼...'라는 식으로 상처를 줬는지....정말 제가 밉더군요...

 

작년 결혼기념일에 남편은 저에게 라식수술을 시켜줬습니다.

늙어가는 처지에 안경 좀 끼면 어떠냐? 했지만,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라고 병원예약에 수술까지 잡아주더군요.

평상시 애정표현이 없는 남편에게 서운해 하면서도, 가끔 술 마시고 나서 표현하는 '사랑한다..'라는 말이 술 주정으로만 받아들여졌는데...

거의 10년이 다 되가는 이 순간까지 그 사람의 마음을 몰랐네요...

 

그리고 또 하나, 결혼기념일인데, 서로 축하를 해야 하는데, 왜 나만 받으려고 했는지, 왜 상대방에게는 뭘 원하는지 안 물어본건지...

남편이 일하러 떠난 지금 이제서야 후회가 밀려오고 눈물이 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모닝콜을 해 주고, 또 한번 8시 20분에 한창 아이 등교준비를 하는  바쁜 시간에 전화를 해서 아이를 바꿔달라고 할때, '제발, 그 시간에는 전화 좀 하지마!'라고 했었는데....

'맨날, OO얼굴도 보기 힘든데, 그때라도 애 목소리 듣고 싶어'했던 그말...

그것도 모르고 매정하게만 굴었던 내 자신이 너무 창피하네요...

 

'신랑~ 맨날 투정만 부리고 신경질만 내서 미안해... 나 때문에 흰머리가 늘어난 것도 알아... 매일매일 자기가 날 하나씩 가르쳐주고, 못해도 타박안하고, 항상 이해해줘서 고마워... 이런 남편을 나에게 주신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신 돌아가신 자기 어머님과 아버님께 감사해... 돌아가신 어머님과 아버님께 마음속으로 당신을 끝까지 돌보겠다고 했지만 당신 속만 상하게 한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 나, 당신 존경해....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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