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공주님을 기다린 우울한 오후,

벽계수 |2009.04.17 01:00
조회 282 |추천 1

안녕하세요,

20대 초반의 방정맞은 남아입니다.

별로 다른 뜻은 없구요,, 그냥 어제 비도 왔고 하니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나서 청승이나 떨어볼까 하고 글을 적어 봅니다.

 

'옛날생각'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제가 좀 인생에 파도가 많아서요^^; 스무살을 기점으로 평범했던 생활은 빠이빠이~ 그때부터 쭈욱 100원짜리 노끈처럼 베베꼬인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만, 옛날이라고 추측되는 그때부터 현재까지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한 범주로 묶을 수 있으니...... 아이고 말이 좀 어렵게 됐네요. 그냥 개소리라고 생각하세요.

 

음.. 먼저 제 소개부터 다시 하겠습니다. 저는 20대 초반의 생각많은 남아입니다. 아, 앞에 몇 글자가 빠졌군요.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20대 초반의 '여자 경험 많은' 남아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여자분들께 달콤한 멘트 슉슉 날리며 저스트 원 텐미닛~♪하는 그런 고품격 선수는 아니구요. 그냥 여자친구가 자주 바뀌었을 뿐입니다. 왜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사람 있잖아요. '아썅. 저놈은 별볼일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여자가 자주 바뀌네'하는 그런... 

 

물론 저보다 여자친구 경험 많으신 분들 계시겠지요. 아니, 경험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이런 일을 직업적으로 하시는 분들도 계시니 저는 아마추어 축에도 못끼는,, 미국야구로 치자면 MLB는 고사하고 어디 저기 스프링필드 초등학교 근처에서 물렁공 주물거리며 꽥꽥대는 꼬맹이에 불과하지요.. 그래요.....네.. 아 제가 좀 오버했나요ㅋㅋㅋ 

 

좀 옆길로 새긴 했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전 뭔가 다르다! 여자 경험이 많고 겉에서 보면 좀 헤픈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뭔가 다르다! 정말! 달라요.

 

저도 예전엔 아무나 좋아하지 않는 도도한 남자였답니다. 그런 의미로 닉네임을 벽계수라고 지었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ㅠㅠ 어쨌든 스무살 까지의 저는 굉장한 천연기념물이었습니다. 뽀뽀나 데이트는 물론 0회. 어쩌다 버스에서 여자분과 손이라도 스치면 얼굴이 빨갛게 오르고 그걸 다음날 친구들에게까지 설명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생기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동성애자는 아니에요. 그분들을 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친구 중에 하나가 콧수염 가득한 얼굴로 "벽계수야 사랑해♥"라고 했을 때 굉장한 살의를 느꼈던 일도 있습니다. 아무튼 건전했어요. 그 건전함의 증거로 제가 소망했던 것이 바로 '백마 탄 공주님'이에요..  말하자면,,, 이 세상 어딘가에는 저한테 딱 맞는 여자분이 있어,,, 취향이나 취미도 비슷하고 경제적 능력도 빵빵, 배신않고 저만 좋아해줄 여자. 단, 제가 좀 칠칠맞아서 여자분이 좀 챙겨줬으면 하는.... 지극히 건전한 소망이랍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에 근처에 눈에 들어오던 여자아이를 좋아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요. 하지만 저는 도도하게, 공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선 순결한 몸이어야돼...라는 심정으로 아무도 않좋아하고... 그렇게 공주님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45살의 산뜻한 노총각이 되어 요쿠루트 아줌마의 뒤태에 가슴설레곤 하는 생활을 영위.....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런 저에게도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건 '별로 존경하진 않지만'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긴 이야기랍니다.

 

별로 존경하진 않지만 유행따라 읽어본 <체 게바라 평전>을 보면 그가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

그래요. 700페이지도 넘는 그 새빨갛고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남은 건 저 문장 딱하나 에요. 꼭 누구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에겐 저마다 인생을 바꿔준 '무언가'가 있잖아요. 감명깊은 영화나 존경하는 이의 조언, 시의 한 소절일 수도 있고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일 수도 있지요. 그게 저의 경우로 말하자면 바로 저 체 게바라의 말인 겁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순수했던 열정이 승화되어 어느덧 애욕의 화신이 되버린  것은.

참..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에요. 20년 동안 아무도 없다가 이제와서 주구장창 많이 생기다니.  

변명일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전 정도는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앞에서 다르다고 다르다고 강조하던 말의 근거인데요.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1. 저는 단 한 번도 양다리를(삼발이, 문어발 포함) 걸쳐본 적이 없습니다.

2. 저는 단 한 번도 여자에게 경제적 모생애를 자극한 적이 없습니다.

3. 저는 단 한 번도 여자에게 욕설, 구타 등 과격한 행위를 한 적이 없습니다.

4. 저는 단 한 번도 여자를 찬 적이 없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꿰에에겍

 

그래요! 전 항상 차였습니다! 제가 먼저 사귀자고 한 적도 있고 고백을 받은 적도 있고 어쩌다 보니 사귀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선배가 "너네 사귀어보면 어때?"해서 그럴까 하고 사귄 적도 있구요. 친구가 어느새 애인이?! 라는 상황도... 여,,영원히 선배인줄 만 알았는데...사귀고 만 적도 있습니다. 미대생, 공대생, 법대생, 조교, 옷가게점원, 롯데리아알바, 선생님, 스튜어디스(←이건 희망사항^^)....등 그 외에 생각나지 않는 아가씨들. 참으로 많이 사귀어봤습니다. 1년이상 간 적도 있고 일주일만에 헤어진 적도 있습니다. 사실 하루만에 차인 적도 있답니다.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쫌 슬퍼요. 잉잉ㅠㅠㅠ

 

가끔 올라오는 글을 보면 '한 번만이라도 사귀어봤으면,,' 혹은 '아 나 내일 모레 마법사 ㅇㅋ?'하는 글이 꽤 많던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말해드리고 싶어요. 아, 돌은 던지지 마시구요.

 

어디서 들은 이야기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을 '방'으로 비유한 말이었어요. 간단하게 말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기 마음 속에 방이 생겨서 그 방에 좋아하는 이가 들어온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방이라는 게 참으로 남녀차별적인 거라서 여자의 경우는 방이 하나로 고정된 채로 그 안의 주인만 바뀌는 식이라지만,, 남자의 경우는 뭐랄까 방이 늘어나는 거라더군요. 그래서 방도 늘고 여자도 늘고... 흔히 남자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도 다른 여자가 생겼음에도 그 이웃방에 첫사랑의 여자가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면에 여자분들은 아픈 기억을 접고 새로운 사랑에 적응이 빠르다고.... 

 

그런데 제 경우는 뭐랄까.. 제가 원래 여자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그릇이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는데,,, 좋아하는 여자분(혹은 사귀는 여자분)이 생기면 보통 남자처럼 방도 생기고 사람도 입주해요. 그런데 헤어지고 나면 여자만 나가버리는 거예요. 방은 그대로 두고. 지금 방만 디립다 많아졌는데 아무도 안살아요. 분양도 안돼고 미치겠어요. 게다가 예전 거주하시던 여자분들이 뭘 자꾸 두고 갔어요. 쓰고 버린 화장솜이라든지 담배꽁초라든지 어떤 분은 보증금까지...... 그래서 저 혼자 그걸 보면서 멍때리는 상황이랄까요.  어쩌면 제가 극도로 소심예민까탈우울집요오버최강뒤끝싸이코남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슬픈 건 슬프네요. 한심하기도 하구요.

 

요즘은 그냥 슬퍼도 으헝헝헝.. 웃고 그냥웃지 그냥웃지 그냥웃지~ 하면서 지내는데 사람들이 왜 쪼개냐고 그러네요.ㅡ,.ㅡ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런 의문이 들때마다 전 체의 그 말을 떠올려봐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

저는 이 말을 처음 봤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어떤 기분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다짐을 했을까...... 당시엔 잘 몰랐는데 지금은 똑똑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짧게 말하면 '백마탄 공주님은 니미, 그냥 아무나 만나쇼'이거구요. 길게 말하면,,,,,, 아 조금 진지하게 적어버릴 수도 있는데,,, 마지막 문장이 될 테니까 한 번만 봐주세요ㅜㅜ

 

'어딘가에서 무얼 하고 있는 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백마 탄 공주님.... 어차피 다른 데 가서는 공주님 대접 받지 못할 거라는 거 아니까 빨리 와주시면 안 될까요? 당신이 와주시기만 한다면 악덕주인으로 거듭나서 제 머릿속에 가득가득 들어있는 쓸모없는 월세방들 싹 다 비워놓을 수 있는데...

아니, 지금와서 영원히 머물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어차피 올꺼라면,, 와줄 꺼라면 딱 한 번 만이라도 마주쳐볼 순 없을까요? 죽을 만큼 놔주기 싫겠지만,,, 가지 말라고 엉엉 울면서 매달려 버릴 지도 모르겠지만,,,, 꼭 한 번 뵙고 싶어서 그래요. 못난 부탁이라는 거 알지만 한 번만.. 한 번만... 부탁해요.  너무 보고 싶어요.

 

 

 

 

ps. 빨리 안오니까 딴짓하는 거라구요.'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