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 ◈
이제 유현의 머리에는 볼썽사납게 친친 동여매진 붕대가 없었다.
바늘로 꿰멘 자리에만 붕대가 덮여져 있을 뿐이었다.
별다른 후유증도 없었기에 병원에서는 퇴원해도 좋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앞머리로 열심히 붕대를 가려보기 위해
벽에 걸린 거울 앞에 서 있던 유현은
똑― 똑― 하고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세요? 들어 오세요….”
사람이 들어오는 대신,
또다시 병실 문을 똑― 똑― 하고 두드렸다.
곧이어 종오의 목소리가 들렸왔다.
“문 좀 열어 줘. 무거워서 혼자 들어갈 수가 없어.”
“……응? 무겁다니? 뭘 들고 있길래, 무거워…? 세, 세상에……오빠?”
유현은 종오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얼굴에 환한 빛을 띈 웃음을 지었다.
종오의 등에 업혀있는 건 다름 아닌 곰인형이었다.
하얀 곰인형의 발이 종오의 종아리에까지 닿을 만큼 크고 통통한 곰인형이었다.
종오는 두툼한 곰인형의 양쪽팔을 붙잡고 등에 업은 채로 머쓱한 웃음을 띠고 서 있었다.
“돌아서 봐. 내가 업혀줄게.”
유현은 종오가 시키는 대로 뒤돌아섰다.
이윽고, 등에 폭신하고 묵직한 감촉이 전해지며
어깨 너머로 두툼한 곰인형의 팔이 닿았다.
병실 복도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곰인형을 보고서 살며시 미소 지었다.
“이게…뭐야, 오빠? 왠 곰인형이야?”
“……퇴원 축하 선물. 마음에 들어?”
“너무……귀여워…. 코 좀 봐…. 이렇게 큰 애를 어떻게 구했어…?”
“…뭐, 다 방법이 있지…. 이 놈 업고 오느라고 힘들었는데 들어오라는 소리도 안 할 거야? 난 아직 복도에 서 있다구.”
“아, 으, 으응. 내 정신 좀 봐. 얼른 들어와. 문을 막고 서 있었네.”
유현은 침대위에 곰인형을 살그머니 내려놓았다.
사람 크기만 한 곰인형이 병실 침대에 앉아 있는 모습은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특이한 게 있다면 가슴팍에 붉은 하트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반달곰의 목덜미에 하얀 반달무늬가 있듯이 말이다.
“오빠, 이걸 어떻게 가져올 생각을 했어? 내 친구가 그러는데…남자들은 꽃다발이랑 곰인형 들고 다니는 게 제일 싫다면서?”
“……그것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어. 널 위해서라면….”
“……고마워….”
“왜 아직 옷을 안 갈아입었어?”
“그냥. 조금 있다가 갈아입으려고 그랬지.”
“그럼…내가 잠깐 나가있을 테니까…옷 갈아입어.”
“…왜? 어디 가려고?”
“드라이브나 가자고. 병원에 얌전하게 있느라고 힘들었을 텐데 머리는 좀 식혀야지.”
“…알았어. 그럼…20분 정도만 기다려 줄래?”
종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 밖으로 다시 나갔다.
이미, 갈아입을 옷은 엄마가 가져다 놨더랬다.
병원에 있으면서 제대로 씻지 못해 찝찝했지만,
그럭저럭 뽀송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티셔츠를 입던 유현은 머리와 팔 한 쪽을 밀어 넣은 채 멈칫, 하고 굳어 버렸다.
예전에 진수가 카라 꽃다발을 갖고 왔을 때.
그 때가 떠올랐던 것이었다.
[그래, 맞아…. 잊고 있었어. 까마득하게…. 허전하고 불안했던 게 그것 때문이었구나…. 잊고 있었어. 어떻게…잊을 수가 있지…?]
외투 주머니를 뒤적이던 유현은 지금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핸드폰이 집에 있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진수 전화번호라도 외워두는 건데…. 매번 저장된 번호 검색해서 통화 하니깐….]
침대 위에 앉아 있는 곰인형의 귀를 한 번 쓰다듬고서 다시 옷입기에 열중했다.
사실 어제 퇴원했어야 하는 건데,
엄마가 부득부득 하루라도 병원에 더 있으라고 고집을 부리시는 바람에
오늘에서야 퇴원하는 것이었다.
특별한 후유증은 없었지만 잠을 자다가 화들짝 놀라며 깨어나는 증세는
좀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았다.
앞으로 길을 건널 때마다 잔뜩 긴장해야 할 것도 같고.
안심하고 수다 떨며 여유롭게 횡단보도를 걸어갈 자신은 별로 없었다.
옷을 다 입은 유현은 곰인형을 안았다.
인형의 머리가 너무 커서 유현의 시야를 몽땅 가려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종오가 업었던 자세 그대로 곰인형을 업었다.
“참 순하게도 생겼다, 넌….”
거울에 비친 곰인형의 모습을 쳐다보며 유현이 씨익, 웃었다.
기대하지 못한 선물을 받을 때만큼 행복한 시간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병실 문을 열었다.
종오는 문 밖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유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오빠. 헐렁한 옷 입다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더니 너무 어색해. 겨우 이 주일이었는데.”
“…겨우라니. 그 이 주일 동안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일? 무슨 일?”
“아, 아냐…. 아무것도…. 딱 요맘 때 서해안 고속도로 지나서 송악 나들목 쪽으로 드라이브 가면 정말 좋은데. 거기로 갈까?”
“좋아. 그렇게 해.”
활짝 웃으며 앞장서서 걸어가는 유현의 모습을 바라보는 종오의 기분은 씁쓸했다.
유현아, 그 이 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널 죽을 만큼 사랑해주던 그 사람을 떠나보냈어.
무덤을 쓰지는 않았어.
그냥…화장시켰어.
그 사람을 사랑하던 이서영이라는 여자가 자기 손으로 떠나보냈어.
바람결에…그냥 그렇게.
그런데도 나는 바보같이 너한테 말 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자꾸만 피하려고 한다.
그걸 전혀 모르고 있는 너는 그토록 밝게 웃는데.
만약 알게 된다면 어떨까.
“…오빠, 뭐 해? 안 오고?”
“어, 알았어. 갈게.”
서울에서 서해대교까지는 불과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길고 긴 다리를 들어서기 전에 종오가 유현에게 말했다.
“…서해대교가 말야…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긴 다리라는 거 알고 있어?”
“몰랐어. 정말? 그렇게 길단 말야?”
“총 길이가…7천 3백 10 미터. 높이는 182미터. 정말 대단한 다리지….”
“…와아, 오빠…그런 것도 알고 있어? 정말 대단하다. 그럼, 서해대교 앞에 있는 긴 다리들은 뭐뭐가 있는데? 서해대교가 아홉 번째라며?”
“……그건…내가 찾은 자료에 없는데.”
종오가 씨익 웃으며 핸들 사이에 살짝 끼워져 있던
작은 종이쪽지 하나를 유현에게 내밀었다.
거기엔 서해대교와 관련된 객관적인 정보가 종오의 필체로 적혀 있었다.
유현은 기가 막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
“뭐야? 미리 준비한 거잖아! 그렇다고 이걸 보란 듯이 내밀면 어떡해? 잡아뗐어야지!”
“…어쨌든, 또 하나의 상식이 늘어난 거잖아. 하하하. 어때? 좋지?”
“응. 좋다, 정말…. 근데 있잖아, 오빠?”
“응. 왜?”
“…결혼한 뒤에도 주말에 가끔씩 나 데리고…드라이브 가 줄 거야?”
“결혼…한 뒤에도…?”
“왜 그래? 새삼스럽게…. 오빠랑 나랑 결혼해서 같이 살 거 아냐? 이상하다, 오빠. 당연한 걸 가지구….”
“…그래…. 니가 원하는 거…뭐든지 다 해줄게…. 니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이별 빼고 다…. 아니, 니가 이별을 원한다면 그 때는 놔줄게…. 유현이 니가 원한다면.]
“…오빠, 그 말 하면서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워? 앞으로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시간도 별로 없는데 말야.”
“그래. 니 말이 맞다….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시간도 별로 없는데…. 그치?”
종오와 유현은 심훈 선생의 옛집이었던 ‘필경사(筆耕舍)’와
한진포구, 성미포구의 선창에 들렀다.
유현은 필경사 고택에서 보이는 아산만의 물결과
선창에서 펄떡거리는 활어들을 좋아했다.
그리고 아담한 통나무집에서 허브 비누를 만들 때,
유현은 하트 모양으로 된 비누 두 덩어리를 만들며 행복해했다.
“자, 이건…오빠 거야.”
“내가 무슨 허브 비누를 써? 피부 미용에 좋다니까…두 개 다 가져.”
“하나는 오빠 주려고 만든 거란 말야! 얼른 받아. 음…향기 너무 좋다….”
종오는 유현이 건넨 작은 하트모양의 비누를 받아 들고서
가만히 유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유현은 살며시 고개를 기울여 까슬한 종오의 턱에 볼을 비볐다.
향긋한 허브 향이 살며시 코끝에 스미듯
그들의 사랑 또한 행동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었다.
종오는 손에 든 울퉁불퉁한 볼품없는 비누를 꽉 쥐었다.
그것은 단순한 비누가 아니라 유현의 마음을 빚어놓은 것이었다.
종오는 그 비누를 절대로 쓰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종오를 향한 유현의 마음이 마치 비누거품처럼 허무하게 사라질 것만 같아서였다.
“오빠, 오늘 좀 이상해….”
“…뭐가…?”
“그냥…. 자꾸만 불안해하는 거 같아서…. 혹시 회사에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럼 왜 그래?”
“…내가 뭘 불안해했다고 그래…. 아니야….”
“이상하다…. 그냥 내 느낌이 그런건가…? 오빠, 이제 돌아가자. 나 조금 피곤해.”
“그래…. 그러자….”
차로 돌아와 보조석에 탄 유현은 백미러로 힐끔,
뒷좌석에 앉아 있는 곰인형을 보더니 푸후훗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사랑이 사람을 이토록 절박하게 만드는 걸까.
종오는 지금 유현의 모든 것이 소중하고 간절했다.
손동작, 발동작 하나부터 시작해서
이마 위로 흘러내린 잔머리카락들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흘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붙잡을 수만 있다면 푸후훗 하고 허공에 흩뿌려진 유현의 웃음소리마저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빠, 진짜 웃긴다. 쟤 너무 귀엽지 않아? 보면 볼수록 말야. 혼자만 차에 내버려 두고 우리만 재미있었다고 삐진 것 같아.”
“……유현아….”
종오의 심각한 말투에 유현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진지해졌다.
종오는 유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물었다.
“…내가 만약 너에게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른다면…어떻게 하겠어…?”
“……무슨…소리야, 그게? 오빠 나한테 무슨 잘못 저지른 거 있어?”
“아니…. 만약에…. 만약에 말야. 용서받지 못할 잘못이라면…어떻게 하겠니…?”
한참동안 고민하리라고 생각했던 종오의 예상과는 달리 유현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용서해야지.”
유현의 표정은 마치,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종오는 유현의 당연스러운 대답에 얼떨덜해 하면서도 확인하듯 재차 물었다.
“…용서 받지 못할 잘못이라면…? 비난 받아 마땅할 잘못이라면…?”
“…그래도 용서해야지. 그리고 비난 같은 거 안 해…. 오빠는…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오빠가 나에게 상처 입힌다고 해도…절대로 비난하지 않을 거야….”
“……그래. 그렇게 한단 말이지….”
“…근데 왜? 도대체 왜 그래…?”
“아냐. 그냥. 살다 보면…만약이라는 것도 있잖아…. 지금 출발하면 저녁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겠다. 벨트 매야지.”
종오는 유현의 벨트를 매 주었다.
종오는 한없이 불안했다.
떠나지 마.
어떤 경우라도 제발 떠나지 마.
강유현, 너마저도 내 곁을 떠나가면…난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다.
그러니까 니 말처럼 용서해 줘.
비난 받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아.
그렇지만 널 잃는 건 두려워.
유현은 피곤했던지 금세 잠이 들었다.
쌔근거리며 잠든 유현이 행여라도 잠에서 깨어날까봐
운전도 조심스럽게 했다.
유현은 어린아기처럼 살짝 입을 벌리고 잠들어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여자.
그녀에게 이토록 빠질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처음 만났을 땐, 그저 그런 평범한 여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녀가 곁에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유현이 사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유현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종오는 잠든 유현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유현아, 내가 정말 너의 인연일까?
너와 내가 함께할 수 있을까?
나는 두려워. 네가 날 떠날까봐서.
너 때문에 한 사람의 생명이 스러졌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내 눈을 쳐다보며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그 사람의 죽음을 내가 일부러 숨겼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나에게 인연이라고 말해줄 수 있겠니?
사랑한다, 유현아. 사랑한다….]
“으으음…. 으…응? 어, 오빠? 뭐야…? 여기가 어디야…? 우리 집이네…? 언제 도착한 거야? 후아아암…. 깨우지 그랬어….”
“……너무 곤히 자길래. 집에 가서 씻고 푹 자. 내가 데려다 줄까…?”
“응? 아냐….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잠 다 깼어.”
유현은 곰인형을 등에 업은 채,
종오의 길모퉁이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종오는 예전 같으면 백미러로 손을 흔들어주고 있는 유현을
한 번쯤이라도 봐 주었을 테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잘 가라는 작별인사를 하고 있는 유현의 모습을 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손을 흔들고 있는 유현의 모습을 본다면
두려움에 덜덜 떨며 집조차 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유현은 곰인형을 업고 있는 모습으로 들어간다는 게 왠지 어색했다.
엄마가 무슨 반응을 보이든 간에
곧장 방으로 직행해야겠다고 결심하며 벨을 눌렀다.
딩동~ 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대문이 열렸다.
“엄마, 문도 안 잠그고 뭐 해?”
“…너 올 줄 알고 열어 놨지. 김서방이 이 시간 쯤 너 데려다 준다고 했었거든. 그래, 기분 전환은 했니? 좋든?”
“응. 좋았어. 나중에 오빠랑 결혼식 하고 나서 엄마도 같이 가요.”
“아유, 주책. 늙어서 무슨 나들이를 가? 그나저나…결혼식 얘기 잘 했다. 얼른 들어와 봐. 할 말이 있어.”
의외로 엄마는 유현의 등에 업힌 곰인형에는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혼식 얘기가 나오자마자 깜빡 잊고 있었다는 듯,
유현의 손목을 잡아끌고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다짜고짜 유현을 앉히더니
서랍장 안에서 무슨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유현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뭐야…? 어? 무슨 날짜가 써 있네? 내일 모레네?”
“하도 답답해서 내가 용하다는 델 가봤어.”
“……엄마…점집 갔다 왔어?”
“그래, 이것아. 사부인하고 같이 갔다 왔다.”
“어머님하고 같이? …왜…?”
“느이들 결혼 앞두고 자꾸만 무슨 일이 터지니깐….
아주 내가 속이 시끄러워서 못 살겠어!
맛집 아줌마가 하도 용하다고 하는 바람에 가보긴 했다마는….
거의 다 맞추긴 하더구나.”
“…맞는 게 있긴 있어…?”
“느이들 식 올리지 말래.”
“뭐어어?! 결혼식을…올리지 말라고…?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놀래기는.
결혼 시키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식을 올리지 말래.
그냥…둘이서 물 한 그릇 떠 놓고 맞절하고 끝내란다.”
“그런 게…어딨어…? 말도 안 돼.”
“…하여튼, 액땜 할 만큼 했으면 됐어.
이제 더 이상 속 시끄러운 거 못 살겠으니까….
나쁘다는 건 하지 말아야지.
내일 모레가 길일이라니깐…말 그대로 물 한 그릇 떠놓고 맞절하고 끝내.”
“엄마는…? 어떻게 점집에서 하라는 대로 다 해?”
“종오 한 번 결혼한 것도 맞추고,
자식 있던 것도 맞추고,
너 사고 난 것도 맞추던데 그럼 어떡해?
나쁘다는 데 부득부득 우겨서 식 올리면…어쩔거야?
다른 거 다 맞추는데 그것만 틀리다고 무시할 수 있어?
사부인도 동의한 거니까…그렇게들 알어!”
“…하나도 안 빼놓고…다 맞춰…?”
“응, 하나만 빼놓고 다 맞추더라.”
“…뭘…틀렸는데…?”
“너더러 글쎄……. 아유, 아니다. 말을 말아야지. 찜찜해….”
“…뭔데? 뭐라고 그랬길래…?”
“너더러 천하에 나쁜 년이라는 거야, 다짜고짜. 기가 막혀서 증말….”
“……천하에…나쁜…년…? 왜? 뭐 때문에?”
“앞길 창창한 사람을 잡아먹었다나, 뭐라나….
어휴, 살떨려…. 말을 해도 꼭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해…?
아이구, 됐다. 됐어.
말을 말아야지.
원래 그런 데 가면…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이렇게 생각해야 된다더라.
응, 피곤할 텐데 건너가서 쉬렴.”
유현은 엄마가 준 종이쪽지를 들고 방으로 왔다.
책상 위에 곰인형을 턱, 하고 얹어 놓았다.
엄마가 깨끗이 빨아 놓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에 걸터앉았다.
곰인형이 유현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곰인형의 엉덩이께에 놓인 선인장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 동안 물을 주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진수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기 때문일까.
선인장이 약간 노르스름하게 변해 있었다.
손가락으로 가만히 흙을 만져보니 바짝 말라 있었다.
정성스레 물을 준 뒤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통화 수신 기록을 보니 진수에게서 온 전화 뿐 이었다.
유현은 통화 버튼을 눌러볼까, 하다가
내일 깜짝 놀래켜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닫았다.
“곰돌아! 오늘은 누나랑 같이 자자. 아그그, 이쁜 것! 넌 왜 이렇게 이쁘게 생겼니? 눈, 코, 입, 귀까지 비뚤어진 데가 한 군데도 없네.”
유현은 곰인형 가슴팍에 그려진 하트 무늬를 만지작거리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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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마흔 한 번째, 마흔 두 번째 이야기 때문에
눈물 짓고, 마음 아파하신 님들...죄송합니다. ㅠ.ㅠ
쪽지로도 말씀 드렸지만 쪽지 못 보내 드린 님들이 더 많으니깐요..
41화와 42화에 리플 달아주신 님들께는 쪽지 날려 드렸습니다.
만약, 배달 사고가 나서 쪽지 받지 못한 님들은 손 들어 주셔요~^^*
그럼 미강이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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