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지난 10년간 김정일에게 돈 주고 잘 보이면 평화가 유지되는 것으로 착각해왔다. 지금도 북한의 협박·공갈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對北)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의 남북관계 경색의 근본원인은 북한이 한국사회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또 남북경색이라는 단어 속에 북한이라는 실체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김정일을 북한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과는 경색되어도 북한주민과는 화해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김정일에게 반발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박탈당한 북한인민들을 대신해 한국정부가 김정일을 몰아붙인다면 결코 남북관계가 경색됐다고 말할 수 없다. 김정일과는 경색될지 모르겠지만, 인민들과의 말 없는 소통은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을 극도로 증오하는 많은 북한사람에게 김정일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은 환호할 만큼 기쁜 일이 될 수 있다. 김정일 집단과의 관계를 남북관계로 볼 수 없고 북한 인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그것이 중요한 문제다.
남한을 적화통일하겠다고 반세기 동안 인민을 굶기면서 전쟁준비를 해온 김정일 집단에 대해 2300만 북한동포들의 환멸은 극에 달하고 있다.
다 망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소원이었던 북한인민들의 염원은 물 건너가고 지난 10년간 독재권력이 남한의 지원으로 되살아난 것에 대해 많은 엘리트 북한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햇볕정책 뒤에서 김정일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고 한반도 전체를 강타할 수 있는 전략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말로는 ‘우리 민족끼리’를 주장하지만, 김정일은 북한도 모자라 남한도 자신의 노예로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역사적으로 절대권력을 가진 자들은 가끔 이성이 마비돼 자신의 권좌가 얼마나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는지 전혀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외부의 힘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해 파멸을 자초해왔다.
서울 불바다를 들먹거리고 걸핏하면 무자비한 보복 운운하는 김정일은 아직도 국군이 6·25때 수준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마치 미군만 사라지면 남한은 한순간에 점령할 것처럼 착각면서, 대한민국의 국력을 김정일은 잘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김정일이 이런 오판 속에 빠져들게 한 것은 바로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정부가 김정일에게 퍼주기로 일관하면서 무리하게 굽실거리면서 비롯됐다.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가지고 막강한 군대가 존재해도 자신들을 노리는 적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그들을 물리칠 의지가 없다면 결코 적들을 이길 수 없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전쟁을 막는 가장 큰 힘은 전쟁을 각오해서라도 그것을 막을 의지가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역사는 전쟁을 두려워해 적의 공갈에 굴복하면 반드시 적의 노예가 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히틀러에게 평화를 구걸한 폴란드가 가장 먼저 나치의 공격을 받아 쑥대밭이 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중동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은 주변이 온통 ‘적’들로 가득 차 있지만, 이스라엘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평화를 지킬 힘과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전쟁을 막는 힘은 적을 전쟁할 수 없도록 실질적인 힘을 제거하는 것이다. 적의 내부를 와해시키고 자금줄을 끊어서 스스로 전쟁을 포기하게 하여야 한다.
지구 위에 가장 많은 군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반도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한미연합군의 압도적인 군사력 때문에 힘의 균형이 깨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래식 전력에서 남측에 밀리기 시작한 김정일 정권은 핵과 미사일을 사생결단의 각오로 개발하고 있다. 김정일의 최종적 목표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북한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협상도 하고 때로는 후퇴하면서 상대방의 눈을 속였고 본심을 드러낼 때에는 무지막지한 강경함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은 평화를 구걸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하면서 실질적인 전쟁위협을 키워왔다. 그러면서 국민에게는 평화가 마치 다 정착된 것처럼 기만해 마치 대한민국 국민은 북한의 위협에서 벗어난 것처럼 착각하게 됐다. 북한 지원은 평화를 얻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거짓논리에 전쟁을 저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도 망각하고 있다.
왜 김정일을 한반도에서 제거해야 하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북한인민들이 겪는 고통에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강도정신으로 돌격해오는 김정일의 군대를 막아낼 수 없다.
보잘것없었던 마오쩌둥(毛澤東)의 팔로군이 장개석 군대를 무너뜨린 것은 힘보다 정신력에서 그들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에도 이런 정신상태로는 김정일과의 대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북한인민을 억압하는 김정일 정권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은 김정일이 아닌 북한인민의 편에 서 있으며 인민을 억압하는 김정일 정권은 변화를 거부할 경우 제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북한인민이 김정일을 거부하고 대한민국을 선택한다면 김정일의 군대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진다.
그래서 북한 보위부에 억류된 한명의 한국인도 중요하지만, 수용소에서 무참하게 죽어가는 수십만의 북한 정치범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김정일 정권이 가장 두려운 것은 대한민국이 아닌 바로 자신들이 그토록 핍박한 북한동포들의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북한인민들은 언제부터인가 자신들의 우군이라 생각하는 대한민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목숨 걸고 라디오 앞에서 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김정일의 공갈·협박에 단호하게 맞설 때 뒤에서 손뼉을 칠 북한인민들의 목소리에도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정일이 가장 두려운 잠재적인 적은 바로 북한인민이며 그들이 깨어나는 것은 전쟁을 막는 또 다른 큰 힘이 될 수 있다. 북한주민들에게 더 많은 정보가 유통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고, 우상숭배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진정한 남북관계 회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