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옛날옛날 한 옛날에...

왕방울 |2004.05.06 07:36
조회 259 |추천 0

느 대감댁 사랑방은 아무나 아랫목에 먼저 앉는 사람이 그날 하룻동안 어른 노릇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웬 스님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 그것도 절에나 있어야 할 스님이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으니 사람들의 심사가 편할리 없었다.
한 사람이 꾀를 내었다.
"오늘은 누구든 한가지 특별한 재주를 보이지 못하는 사람은 이 방에서 쫓아 내기로 합시다."
하고 그는 말했다. 눈치를 챈 다른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그럽시다. 하고 맞장구를 쳤다.  
"스님이 윗 자리에 앉아 있으니 먼저 재주를 보여 주시지요."
처음 제안을 했던 사람이 말하였다. 스님은 빙그레 웃었다.
 "지필묵을 가져오시오."
하고 스님은 말했다.
지필묵이 스님 앞에 놓여졌다. 스님은 종이위에 바다를 그렸다. 배를 그리고 섬도 그렸다. 섬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복숭아 나무도 한 그루 그려 넣었다.  
 "이 복숭아 나무는 보통 복숭아가 아니라 천도 복숭아요. 하나만 먹어도 불로장생 할 수 있지요"  
스님의 말이었다..   
"우린 지금 이 복숭아를 따 갖고 가야 합니다."
하고 스님은 말을 계속했다. 순간 사람들은 자신들이 복숭아 나무밑에 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정말 그들은 바다에 둘러쌓인 섬에 와 있었던 것이다.
"놀라지들 말고 복숭아를 하나씩 따서 옆구리에 꼭 끼도록 하시오. 만약 놓치기라도 했다가는 바다를 건널 수 없으니 명심들 해야 할 것이요."  
스님은 엄하게 일렀다.

사람들은 천도 복숭아에 정신을 빼앗겼다.
"한개 더 따가면 안됩니까
하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건 안되오. 천도복숭아란 원래 하늘의 것이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면 하늘의 노여움을 사게 되오."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두말 못했다.  
"자 이제 배에 오릅시다. 갈길이 바쁨니다."   
스님의 말에 따라 그들은 배에 올랐다.
항해가 시작되었다. 배는 조그마한 나룻배였는데 육지는 아득히 멀리 바라보였다.  배가 바다 가운데쯤 왔을 때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며 파도가 일었다. 배는 요동쳤고 사람들은 심하게 멀미를 했다.   
"복숭아를 놓쳐서는 안되오. 놓쳤다간 우린 모두 바다에  빠져 죽을 것이요."   
스님이 소리쳤다. 사람들은 멀미 때문에 몹씨 괴로워 하면서도 복숭아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깐힘을 썼다.     
아침이 되었다. 대감집 하인이 사랑방의 낌새가 이상히 느껴져서 닥아와 문을 열어 보았다. 방안에는 사람들이 윗목 천정에 매달아 놓았던 매주를 한덩이씩 옆구리에 끼고 멀미를 하며 괴로워 하고 있었고 스님은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날 스님은 마을 사람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