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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입력알바 경험담.. ㅜㅜ

Elishaz |2009.05.09 18:08
조회 1,797 |추천 2
제가 타자연습을 자주하면서 자라서 나름 단문이 1200타 장문700정도까지 나오는데요

워드입력알바를 구한다는 어떤 회사의 글을 우연히 보고 용돈벌이를 해야되겠다싶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 아르바이트구하신대서 전화드렸는데요

직원 > 아, 네. 한글 잘 다룰줄아시고 워드실력은 좀 있으신가요?

나 > 네. 워드1급자격증있구요 한글도 천타정도 나와요.

직원 > 오. 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도 다룰줄 아시구요??

나 > 네. 남들 하는것보다 조금 더 잘하구요. 혹시 모르는게 있더라도 금방 배울수있습니다.


이러면서 전화상으로 면접을 3,4분정도 보고 다음날 오라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새벽7시에 일어나서 나름대로 옷차려입고 단장하고 혹시 키보드가 손에 맞지 않을까 싶어서 제 키보드를 가방에 고이 넣어서 버스를 타고 시골에 있는 공장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한 저를 보고 직원분이 저를 반갑게 맞아주시더니 모나미펜을 하나 던져 주십니다.

순간 드는 생각..

어???????


직원분이 업무설명을 해주시길..

상부에서 감사가 들어와서 외국인노동자들이 쓴 보고서를 새로 작성하는건데..

예를들면 금속을 10kg넣는데 그중 3kg이 불량이면 1kg이라고 새 양식에 고쳐서 쓰는거였습니다.

그걸 전부 손으로 쓰는거죠...


주마등처럼 알바를 하기 위해 전화상으로 컴퓨터에 대한 내 숙달된 능력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면접봤던 일들, 새벽부터 일어나서 키보드를 싸온일들이 스쳐지나갑니다.


결국 모나미펜을 손에 쥐고 사무실 구석으로 갑니다.

알바하는 내내 제 머리를 지배했던 생각은..

ㅅㅂ... 엑셀이랑 파워포인트 잘하는지는 왜 물어봤어..


베껴가며 고쳐쓰고 있는데 직원분이 말씀하시기를 이건 글씨를 잘쓰면 안된답니다. 글씨를 정말 외국인노동자처럼 쓰라고 하더라구요..

나름대로 달필의 글씨체를 자랑하고 있던 저는 당황했습니다.

항상 제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제 노트나 글씨를 볼때마다 하는말이 너 생긴거 답지 않게 글씨 잘쓴다고 말하는데요..

잠시 저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제가 못생긴건 아니구요 그냥 글씨를 이쁘게 잘쓴다는 뜻입니다. 굽신굽신

아무튼 베껴쓰는것도 그냥 쓰면 안되고 일부로 못쓰는것도 참 힘듭니다. 숫자들도 다 흘려쓰고 사람 바뀔때마다 글자체 조금씩 바뀌고..

그러다가 외국인노동자들이 쓴 한글이름을 못알아보는 일이라도 생기면 어휴.. 그럴떈 글씨를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따라 그립니다. 

아침 8시부터 밤10시까지 이틀동안 사무실구석에서 새 모나미펜의 잉크가 반정도 떨어질때까지 이런식으로 일을 했는데요.

이 알바이후로 제 글씨체가 생긴것마냥 바꼈습니다. 아 물론 평범하게 바뀌었단 소리죠.. 굽신굽신


아무튼 네다섯시간하다가 점심시간이 됐습니다. 직원분이 식당에서 밥먹으라고 하고 가르쳐주시길래 혼자 갔습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이 줄서있는데 뒤에 섰습니다.

반찬은 고추, 고추장(어?!), 된장만 있는 된장찌개인걸 보고 아.. 이 사람들은 매일 이렇게 먹는구나 하면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무튼 제 차례가 되서 밥을 받고 습관적으로 말했죠.


나 > 감사합니다.

묵묵히 밥통과 식판을 보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들고 날 쳐다보시더니 한마디 하십니다..


아줌마 > 한국말잘하네??


아나.. 아줌마...

예상치 못한 답변에 순간 당황했던 저는 '한국사람인데요' 라는 말을 못하고

나 > 아, 예. 감사합니다.


하고 당황스럽고 쪽팔리기도 해서 멀리 떨어진 창가구석에 앉았습니다.

그때 아줌마들이 크게 소근소근거리십니다.


아줌마1 > 한국사람인가?

아줌마2 > 한국사람맞는거같은데.

아줌마3 > 한국사람 아닌거같은데? 태국사람같지 않아?

아줌마4 > 아니 어디 딴데서 온거같은데..


아놔.. 아줌마들 다 들리거든요.. ㅜㅜ

아줌마들한테 해명하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창가쪽이라 거리도 멀고 외국인노동자들이랑 한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는데 포스에 밀려서 가만히 앉아서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그저 빨리 먹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었습니다.

아나.. 땡초..

이놈의 밥도둑새키.. 입안이 너무 맵고 얼얼해서 쌀밥을 꾸역꾸역 집어넣습니다.

고추장찍은 고추하나만으로 밥한그릇먹고 뻘건얼굴로 된장찌개 원샷하는 와중에도 아줌마들의 저를 소재로 한 갑론을박은 계속됩니다.

밥이 코로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잽싸게 다먹고 식판반납하면서 아줌마들한테 외치고 뛰쳐나왔습니다..


나 > 아줌마! 저 한국사람 맞아요!


네.. 우리는 모두 한민족.. 단군의 후예들이에요... ㅜ ㅜ..

순간 저를 보며 당황해하시던 아줌마3,4의 눈빛을 저는 잊을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위한 변명을 한번더하자면 제가 솔직히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못생긴편은 아니구요. 나름대로 제 얼굴에 만족하며 살거든요. 아니 진짜 딴건 다 제치고 절대 동남아 삘은 아닌데 말입니다 ㅜㅜ




뒷얘기도 좀 웃긴데 시간되면 뒷편도 쓸게요 ㅋㅋ
추천수2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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