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린지 로핸(Lindsay Lohan)의 새 영화 <10대 드라마 여왕의 고백 Confessions of a Teenage Drama Queen>이 개봉되었습니다. 그 영화에서 로핸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렇게 급하게 볼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얼마 전에 트레일러를 보기 전까지도 그 사람이 그런 제목의 영화에 나왔는지도 몰랐으니까요.
하여간 그 동네 연예계 가십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주목을 하고 있는 건 로핸의 영화 자체는 아닌 듯 합니다. 그보다는 로핸과 힐러리 더프(Hilary Duff) 사이에 돌고 있는 가십들이 더 재미있겠지요. 로핸 자신도 짜증이 났는지, 요샌 적극적으로 그런 소문들을 몰아내려고 필사적인 모양입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 이외엔 아무도 모르죠. 사람들은 그냥 디즈니사에서 키우는 두 배우들이 마치 소프 오페라의 못된 두 여자 주인공들처럼 툭탁거리는 걸 보는 게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누가 누구의 차에 뭘 썼다느니, 아론 카터를 두고 삼각관계였다느니, 누가 시사회에 초대받지 못했다느니...이들의 이야기는 부자연스럽고 어색합니다. 부모 옷을 훔쳐입고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들을 보는 것 같지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둘은 정말로 어른 옷을 훔쳐입고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새 연예계가 이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 하는 짓을 보면 다른 생각이 안난답니다. 더프의 최근 뮤직 비디오를 한 번 보세요.
로핸과 더프는 주목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들일까요? 글쎄요. 전 린지 로핸이 <페어런트 트랩 The Parent Trap>에 나왔을 때 아주 좋게 봤습니다. 종종 지나치게 인위적인 구석이 있긴 했지만 영국인과 미국인 역을 오가는 일인이역은 자연스럽고 귀여웠어요. 안나 파퀸이나 크리스티나 리치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좋은 아역 배우였습니다. 힐러리 더프는? 전 투니버스에서 하는 [리지 맥과이어 Lizzie McGuire] 시리즈를 가끔 봤습니다. 더빙되었으니 목소리 연기를 확인못했지만... 뭐, 그 역시 나쁘지는 않았고요. 둘은 잘 성장했냐고요? 전 얼마 전에 이들이 조금 더 나이를 먹은 틴에이저 시절에 출연한 영화들을 몇 편 봤는데, (<에이전트 코디 뱅크 Agent Cody Banks>, <열두명의 웬수들 Cheaper by the Dozen>, <프리키 프라이데이 Freaky Friday>) 뭐, 거기서도 자기네 역할을 하긴 했습니다. 정확하고 프로페셔널한 연기에 적당히 자신의 이미지를 파는 것 말이에요. 특히 틴에이저 몸 속에 갇힌 어른을 연기해야 했던 <프리키 프라이데이>의 로핸은 괜찮았습니다. 제이미 리 커티스와 연기 조화도 좋았고요. 지금은 오리지널 영화의 DVD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왜 둘이 같이 나오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더 궁금한 건 로핸의 잘된 영화들이 왜 모두 조디 포스터나 헤일리 밀즈가 이미 찍은 영화들의 리메이크이냐는 것이겠지만요.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과연 그들에게 어떤 미래가 있느냐는 거죠. 이들은 사라 폴리, 안나 파퀸, 키어스틴 던스트, 크리스티나 리치, 나탈리 포트먼과 같은 선배들처럼 믿음직한 성인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에게 선배들만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건 분명합니다. 하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앞에서 언급한 사람들은 대부분 성인 영화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홀리 헌터나 안젤리카 휴스턴, 장 르노, 위노나 라이더와 같은 쟁쟁한 스타들과 맞선 배우들입니다. 하지만 로핸과 더프는 대부분 자기 또래 관객들을 위해 연기해왔지요. 그들의 작품들은 눈높이 조절된 낮은 수위의 갈등만 허용했습니다. 그것도 특별히 관객들을 자극하지 않는 기성품 오락용이었지요.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아직 머리가 여물기도 전에 이미 디즈니사의 시스템 속에 녹아버린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특히 힐러리 더프의 경우가 그래요. 요새 더프의 경력을 보세요. 다들 이 친구를 금발의 오락 기계로 만들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더프가 이 인공적인 환경을 벗어나 독립된 예술가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요? 진짜로 알맹이가 있는 배우가 되려면 외모와 개인적 매력, 재능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세상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전 이 미니 스캔들이나 이들의 차기작의 계획 속에서 어떤 섬뜩한 공허함이 느껴집니다. 이들이 알맹이가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려면 일단 그 공허함을 깨뜨리는 방법을 알아내야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이들의 가능성이 지나치게 인공적으로 재단되어 있다는 느낌만 듭니다.
86년 7월 2일생
차세대 스타에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