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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질풍 노도의 시기를 가다.

이미은 |2004.05.08 10:55
조회 428 |추천 0

1994년 11월 24일

 

오늘은 D-21, 더 이상 집중이 안된다는 것, 라디오를 들어야 한다는 것.

 

신승훈을 보아야 한다는 것. 졸린다는 것 등을 이유로 해서 공부를

 

미룰 수만은 없다.

 

단지, 붙기 위한, 고등학교 진학여부를 가리기 위한 연합고사가 아니라

 

나의 중학교에서의 성실성을 검토하는, 나의 참 실력을 확인 평가하는

 

계기로써의 연합고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오늘을 시작으로 몇가지 실천사항을 세운다.


첫째, 신승훈이 나오든지 말든지 라디오나 TV는 절대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겠다.


둘째, 낮잠은 물론 12시 이전엔 절대 자지 않겠다.


셋째, 꼭 필요한 전화만 하겠다.

 

또 걸려오는 전화든 거는 전화든  절대 20분을 초과하지 않겠다.

 

 

<만약!!! 위 규정들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1가지라도)에는
류천희 선생님께 드릴 학 중 5마리를 찢어 버린다. >


 

나는 위의 다짐 내용들을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류천희 선생님께 약속드린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이 일기를 읽겠다.


 

p.s. 11월 25일-"딸 부잣집"을 보았어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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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맞이 책상정리를 하다 때가 꼬질꼬질한 상자 속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나의 학창시절.

 

 

 

매일매일의 교정을 눈부시게 빛내주시던 도덕선생님의 광채와

 

 

수없이 울고 웃을 일을 감미로운 노래로 달래주던 신승훈에의 순정과

 

 

단어 열개를 외울 수 있는 시간에

 

 

TV 앞에서 차마 엉덩이를 뗄 수 없었던 죄책감의 총화가

 

 

바로 이 한장의 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름다운 계절.

 

 

그래서,

 

 

지금은 까맣게 잊고 지내는 순수의 조각들을

 

 

하나도 탓하지 않고 간직해 주는 낡은 일기장을 발견하는 일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나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로 가는

 

 

유일한 타임머신을 발명해 내는 일처럼 신이 난다.

 

 

그와 함께 풀풀 날리는 몇 센티미터 먼지의 두께도

 

 

웃으며 닦아내어도 좋을만큼

 

 

아,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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