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단 한번도 판에 로그인을 하지 않았던 내가 ..
톡톡 구경하다가 지하철에서 외국인이 길 물어보셨다는
그 내용의 톡을 읽고선 안좋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바람에
끄적끄적거리고 있네요 ㅋ
지금은 21살이지만 그일이 있었던 때는 중2때였지요
전 서울 3호선 금호-옥수-약수 이 라인쪽에 살고 있었고
친구는 4호선 중앙-고잔 이 쪽에 살고 있었습니다. (1시간 반 거리)
토요일에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이었습니다.
저녁 6시 반쯤? 중앙역에서 지하철을 탔지요.
종점하고 꽤 가까운 역인데 빈자리가 한자리밖에 없었어요.
옆에는 인도사람이 앉아 있었구요. (물론.. 딱 봐서 인도사람! 했던건 아니고..)
갈 길이 너무 멀어서 그냥 빈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렇게 몇전거장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옆에 앉아있던 외국인이
말을 거는 겁니다.
"How old are you?"
...........................
뭥미..
그때나 지금이나 영어라는 것은 듣기는 해도 말은 못하는..
그 울렁증이라는 고질병..
내가 대답을 못하고 머뭇머뭇거리고 있으니까 그 외국인은
"What's your name?"
이러는 겁니다 - _ - ;;
하지만 그 상황에선 왠지..
천연덕스럽게 마이 네임 이즈..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더 이상한 것 같았어요.. ;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어벙한 (ㅇㅁㅇ) 표정으로 쳐다만 보았지요.
그러자 그 외국인 영어로 몇마디 뭘 더 물어보더니 종지에는
"나이가 몇살이에요?"
이러는 겁니다 ㅡㅡ ;;
아아.. 한국말을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지요.
계속 영어로만 뭐라뭐라 했으니까요.
갑자기 한국말이 튀어나오니까 대답을 안할수도 없고 해서
"여, 열.. 다섯살이요.."
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환승역까지 너무 멀어서 가다가 언젠간 내리겠지.. 생각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웬걸, 내리는 역이 다가올때까지
지금껏 영어로 물어봤던 질문들을 모두 한국어로 물어보면서
대화를 유도하는게 아니겠어요.
어디 사냐, 나이가 몇살이냐, 이름이 뭐냐 기타 등등 ..
그러면서 자기는 인도에서 왔고 비즈니스를 하고
어쩌고 저쩌고 ..
한국말을 너무 잘하는 겁니다.. 당황스럽게..
어쩐지 주변인들 모두 내가 그사람과 대화하고 있다는걸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어요 ㅠㅠ
결국 환승역에 도착할때까지 이 외국인은 가질 않더군요.
전 드디어.. 라는 심정으로 후다닥 내려버렸습니다.
그런데 웬걸, 뭔가 기척이 느껴지더니
내 빠른걸음의 보폭을 맞추어 뒤따라오는게 아니겠어요.
이쯤되니까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뒤따라오면서 계속
영어 할 줄 모르냐.. 인도에선 영어로 말한다.. 카레는 먹어봤냐..
막 이러고 ..
환승역엔 대개 와플이나 생과일주스같은거 파는 가게들이 있잖아요.
그 인도인 '알리'가 (자기 이름도 말해줬습니다..) 그 가게로 들어가길래
난 또 이때다 싶어 가던 길 마저 갔지요.
그런데 또 웬걸, 저 쪽에서 그 '알리'가
딸기 생과일주스 두 잔을 손에 들고 나에게 뛰어오는게 아닙니까 ..
아아 무서웠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그걸 내 손에 쥐어주는데 이걸 마셔 말아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몇 모금 조금 마시면서 눈치를 힐끔힐끔 보았지요.
열차가 들어오고 그걸 타는데 옆에서 알리가 그러는 겁니다.
"어디 살아? 난 약수 살아."
이쯤에서 오마이갓, 난 금호에서 내리는데.. 라는 생각이..
4호선 이촌에서 갈아타서 옥수에서 갈아타서 금호에서 내리는 노선을
결정하였거든요.
지하철을 타서는 급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하는 척 하며 그 칸의 맨 끝까지 가서
이런저런 사정설명을 하는데
친구가
"지하철에서 내리자 마자 집까지 뛰어!"
그러는 겁니다.
그 대목에서 전 순간, 입 밖으로 욕이 한웅큼 튀어나올 뻔 했더랬습니다.
저희 집이 요새 그 드물다는 서울 한복판에 산동네 이거든요.
제가 뛰어올라가다간 그 건장한 남정네에게 잡히는 건
시간문제라고나 할까 ..
일단 대책없는 친구와의 전화를 끊고
금호역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거기까지 따라온 '알리'.
편의점이 코 앞에 있었는데, 거길 가리키면서
맥주나 한잔 하고 가라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난 학생이라 안된다. 지금 빨리 들어가야 된다.
이렇게 설명을 했지요.
그때 시간은 약 8시 ..
'알리'는 그 말을 무참히 씹어먹어버리고는
이제는 근처가 자기 집이니까 같이 가자는 겁니다.
안됩니다, 안되요. 거기가 어디라고 가요.
그렇게 30분을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엔 그 때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고는 보낼수가 있었습니다.
뭐 이런거 적어줘봤자 지가 뭘 어쩌겠어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네요.
알리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돈 필요하면 약수역으로 찾아와라' 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약 한달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까
대뜸 "나야"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누구세요?" 하니까 "알리." ..
아.. 진짜 전화를 했어..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이 ..
무튼 알리는 대뜸 나야 그러더니 더욱 대뜸 이러는 겁니다.
"다시는 나 안볼거야?"
이건 무슨 말입니까 ..
마치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하는 것처럼 ..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아주 큰 목소리로
"네!!" 이랬지요.
그랬더니 "그래? 그럼 잘 살아."
이러고 전화를 끊더랍니다.
그 이후로는 연락이 오지 않았구요,
핸드폰 번호도 자연스럽게 바뀌고 그랬지요 ㅋ
어쩐지 중2때 학원선생님이 날 보며
"넌 베트남가면 인기있을 얼굴이야."
라고 했었는데 -_- ...
그 이후론 의도하지 않더라고 해도
인도인.. 비슷하게 생긴 외국인만 보면
시선이 곱지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ㅠ
갑자기 생각나는 아주 옛날의 일들.. ㅋ
스크롤의 압박.. 일까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