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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 가장 진화된 아이돌, 2PM vs. 샤이니_
아이돌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왔다. 13년 전이었다.
HOT는 막 일본만화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코스튬'을 입고 '전사의 후예'를 불렀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젝스키스와는 필연적으로 라이벌이어야 했다.
핑클과 SES가 또 그럴 때가 있었다. 2009년엔, 샤이니와 2PM이다.
지난 한 해 가장 빛났던 다섯 소년들과 당돌하게 치고 올라왔던
또 한 팀의 일곱 남자들이다. 무장해제하고 이들을 듣는다. 아니, 본다.
그리고 다시, 듣는다. 쾌감은 머리를 거치기 전에 감각으로 온다.
이들이 내뿜는 날것의 에너지다. 아직 완벽하게 정제되지 않았고,
그래서 가능성을 점치는 일이 조금 더 즐거울 수 있는.
누가 더 낫다, 누가 더 잘한다는 논쟁에선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이들의 무대가 이렇게 즐거운데, 진작 춤을 배우지 않은 걸 이렇게 후회하게 만드는데.
Round .1 | 소년이 부르는 노래
누난 너무 예뻐 vs 10점 만점에 10점
샤이니는 갑자기 등장해서 빛났다. 공중파 데뷔는 2008년 5월 25일이었다.
평균나이 18.6세. 어린 건 그대로 인정했다.
'누난 너무 예뻐'는 소년이 누나에게 부르는 노래였다.
소년이어서 진실했고, 그래서 삶의 전부인 노래를 마냥 귀엽게만 부르진 않았었다.
SM이 훈련한 창법은 성숙했고 춤은 과하지 않되 세련된 뉘앙스가 살아 있었다.
강하기보단 맑았고 남동생의 노래를 부르면서 추는 춤은 무대 위에서 살랑거렸다.
그렇게 다섯 소년은 무대 위에서 반짝거렸고,
데뷔 4개월만에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눈물의 1위'를 거머쥐었다.
누나들은, 샤이니 월드에서 삶의 전부가 됐다. 그리고 말했다. "니들이 더 예뻐, 얘."
2PM의 데뷔곡은 대학 도서관 앞에서 흔히 하는 '복학생 놀이'를 닮아있었다.
그녀의 다리, 날리는 머릿결에 점수를 줬다. 샤이니가 누나에게 예쁘다고 고백할 때,
2pm의 소년들은 그녀의 입술을 맛 봤다. 평균연령 20.2세,
직설화법이긴 마찬가지였지만 스킨십은 2PM이 빨랐달까?
그게 밉지도 않았다. 남자들끼리 속닥대는 은밀한 정서는 애초에 아니었다.
손바닥을 위로 하고 신이 나서 외쳤다. 10점 만점에 10점! 비트는 굵직했고,
그녀를 하루 못 봐서 '입에 가시가 돋히는' 유머도 있었다.
퍼포먼스는 시작부터 '아크로바틱'했다. 무대 위에서,
리듬은 근육을 타고 갈라졌다. 남자들의 팔은 여물어있었다.
누나들은 말했다. "가끔, 어리지만 남자로 보이는 동생들이 있어." 그게 2PM이었다.
Round .2 | 소년들의 데뷔부터
철저한 비밀 vs 공개된 고난
SM은 샤이니의 데뷔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온유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희 부모님도 데뷔 2주 전에야 아셨어요. 완전 비밀이었거든요.
" 그리고 2008년 5월 19일 기사를 통한 데뷔 소식,
22일엔 '누난 너무 예뻐'의 티저 영상이 공개됐다. 미니앨범은 이튿날 발매됐다.
매체는 SM이 내놓은 3세대 아이돌을 주목했다. 그건 '당연한' 결과였을까?
HOT와 신화, 동방신기의 후광이었을까? 그보단 음악이었다.
농익은 퍼포먼스였고, 적절한 전략이었다.
그들의 무대는 수년간의 '연습생' 시절을 쉬이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어떤 '수준'에 올라있었다. 보아 선배 앞에선 너무 떨려서 얼어있었고,
신화와 동방신기 선배들을 존경하는 기획의 일관성을 이어간 채,
반걸음 진보한 무대는 그저 5월이라그런 듯 산뜻했다.
JYP는 2PM 멤버들을 연습 과정부터 공개했다.
Mnet [열혈남아]는 '신인육성잔혹다큐'였다.
춤, 보컬, 체력, 정신력을 연마하는 과정부터 대중을 만나는 첫 번째 무대까지,
'리얼'을 내걸고 보여줬다. MBC 에브리원 [떴다 그녀]는 차라리 놀이터였다.
재능 발산의 장이었다. '아이돌'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신비는 2PM의 전략이 아니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부끄러우면 부끄러운대로 소년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웠다.
삼겹살집에서 노래하고, 노인대학에서 춤 췄다.
거기서, 팬과 '스타'의 심리적 거리감은 효과적으로 좁혀졌다.
무대 밖에서 좁혀진 거리감을 그대로 유지한 채, 무대 위에선 그대로
'아이돌'이었다. 그 극적인 괴리감 사이에 자리 잡은 팬덤은 '누나' 혹은 '소녀'들을
살짝 벗어나 확장된 채 안정을 향한다.
Round .3 | 성장하는 소년들의 전략적 패션
형형색색 소년 vs 절제하는 남자
샤이니의 시작은 풋풋한 동생이었다. 하지만 지루해선 안됐다.
그걸 색깔로 해결한 건 디자이너 하상백의 재치이자 고집이었다.
'누난 너무 예뻐'는 미디움 템포의 정숙한 멜로디였지만,
소년들의 발랄함을 패션이 살렸다. 샤이니가 입은 스키니 데님은 빨갛고 파랬다.
그건 영리한 균형 감각이었다. 후속곡 '산소 같은 너'에서도 같은 맥락의 균형을 입었다.
음악은 강해졌고, 패션의 톤은 차분해졌다. '스키니'는 '슬림'으로 정돈됐고
소년들은 그런 채 조금은 '남자'가 돼서 또래 소녀를 향해 노래 불렀다.
지난 5월 25일 발매된 미니앨범 타이틀 곡 '줄리엣'에선 조금 더 갔다.
머리 정식은 기하학적이고 색깔은 '누난 너무 예뻐'와 '산소 같은 너'의 중간쯤에서
파스텔톤이 됐다. 느슨한 상의와 '스키니'한 하의는
원더랜드 에서 런던 언더그라운드로 이주한 피터팬을 연상시킨달까.
하지만 소년은 그세 성숙했고, 음반은 발매 즉시 1위를 차지했다.
온유의 부상으로 미뤄진 컴백 무대는 6월 5일부터다.
2PM의 시작은 남자이되 마초여선 안됐다. 그
래서 근육을 드러내되 과하지 않았고, 그렇게 입은 건 '거리'였다.
거기에 '밀리터리 룩'을 더했다. 결과는 자유롭되 유쾌한 남성성이었다.
바지는 '스키니'보다 여유가 있었고, 그건 그들의 안무를 위한 효율이었다.
2PM의 퍼포먼스는 '오밀조밀'과는 거리가 있었으니까.
아예 들어 던지거나 덤블링을 했다. 그걸 위한 패션이었다.
그리고 지난 4월 24일, 'Again&Again'에선 보다 '제복'에 가까워졌다.
이전의 밀리터리룩이 '사병'이었다면, 이젠 '장교'랄까,
엄격한 규율이 몸에 밴 사관생도랄까?
그렇게 정제된 느낌으로, 의지로는 헤어날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입술이 맛있어서 10점 만점에 10점이었던 여자는, 지금 2PM 옆에 누워있다.
Round .4 | 2009년의 성장
로미오와 줄리엣 VS. 나쁜 여자와 혼돈 속의 남자
지난 5월 25일은 샤이니가 데뷔한 지 1년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앨범 타이틀은 '로미오', 타이틀 곡은 '줄리엣'이다.
가사는 종현이 썼다. 셰익스피어 원작, 올리비아 핫세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원곡은 코빈 블루의 'Deal with it.' 앨범 안엔 만남과 고백,
다툼과 애원, 그리고 이별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줄리엣'은 고백이다.
'내게 기회를 달라'고, '영혼을 바치겠다'고 노래하는 다섯 소년들의 구애는
이제 좀 더 적극적이다. "어머, 니들의 순수한 영혼을 내가 또 받아도 되겠니?"
'너무 예뻤던 누나'들은 생각하지 않을까?
원곡 코빈 블루의 뮤직비디오는 샤이니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폭 넓은 괴리감엔 딱 그만큼 깊은 감상의 여지가 남는다.
정규 1집엔 한국에서 '아이돌'이 갖는 흔하디 흔한 편견을 한 번쯤 제고하게
만드는 음악적 욕심이 읽히는 구절이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공들인 미니 앨범을 듣고, 정규 2집의 완성도를 기대해 본다.
'Again&Again'에서, 2PM은 방황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쁜 여자와는 침대 위에서 사랑하고 후회한다.
그러면서 왜 그러는지 몰라 혼란한 채 청년의 방황은 끝나지 않는다.
이제 막 시작한 것처럼, 영원할 듯 이어진다. 자제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뻔히 알면서 또 빠지고 마는 젊은 사랑의 단면을 굵직하게 부른다.
하지만 방황은 언제나 성장의 필요조건이니까,
이들이 두 번째 싱글에서 들려주는 방황이,
'아이돌'이라는 성분 안에서의 음악적 성장 또한 담보하는 계기가 될까?
일단의 기획과 전략 속에서, 가사와 2PM의 음악적 면면의 성장 사이의 개연성은
촘촘하지 않다. 하지만 기대감은 접지 않는다. '
10점 만점에 10점'에서 'Only you'를 거쳐 'Again&Again'까지의 숨 가쁜 맥락이,
명백한 음악적 상승작용 안에 있기 때문이다.
Album | 샤이니 두 번째 EP [로미오]
소년은 본디 위태로운 존재다. 성장통, 불안, 방황 같은 닳고 닳은 단어들엔
딱 굳은살이 박힐 정도의 지겨움 또한 묻어있을 만큼. 하지만 샤이니는 똑바로 간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고, 그걸 가르쳐줄 사람들이 곁에 있고, 그래서 '의지'만 있으면,
시간을 허투루 쏟을 일은 없어 보인다. 보다 즐겁고 의미 있는 감상법은,
짧은 과거를 반추하기보단 현재를 음미하는 일이다.
이제, 막 두 번째 발걸음을 뗐을 뿐이니까.
SM의 노하우는 샤이니를 투과해서도 균일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다섯 노래는 다섯 가지 다른 퍼포먼스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건 샤이니의 힘이기도 하고, 과제이기도 하다.
Album | 2PM 두 번째 싱글 [2:00PM Time for Change]
2PM은 두 번째 싱글로 그들의 정체성을 보다 확실히 한다.
일단의 정체성을 확립한 채, 그 안에서의 다양한 변주의 스펙트럼 또한 기대하게 만든다.
박진영의 스타일은 'JYP!'라는 도입부의 외침 없이도 짙은 색깔로 자리한다.
그러나 함몰되지 않는다. 이건 기획과 '조련'의 농익은 묘다.
그래서 일곱 남자들은 각각의 색을 여전히 유지한 채 도도하게 JYP의 필터를 거친다.
그들이 부르는 '진영이형'이 지금까지 선보여온 '작품'들을 돌아 보건데,
팬들은 이들의 음악적 성숙과 더불어 인간적 성장까지 더불어 기대 할 만 하다.
일련의 과정을 보다 확실하게 조여주는 다음 행보는
이들의 첫 번째 정규앨범이 될 것이다.
Epilogue | 열 두 명의 젊은 남자들
아이돌의 재정의
아직도, 한국의 '아이돌'을 자의식 없는 기획의 산물,
코 묻은 돈이라도 벌기 위한 비즈니스의 결과물,
퍼포먼스에 치중하느라 음악은 등한시하는 미련함의 상징으로 폄훼할 수 있을까?
이것이 옳은 명제라면, 객석에서 환호하는 팬들의 마음 또한 같은 맥락에서
오독될 수 있을까? 이쯤에선 하나마나한 얘기가 된다. HOT 이후 13년, 아
이돌로 총칭하는 소년, 혹은 소녀 그룹들의 음악적 역량과 노하우는 가시적으로 성장했다. 논쟁은 정교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샤이니와 2PM의 존재감은, 2009년 상반기에도 가장 선명하게 이어질 전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