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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 봄

양용모 |2004.05.23 08:23
조회 321 |추천 0

 

금강산에 봄


*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깃든 상팔담에서*


다시 금강산으로 간다. 지난 가을에 풍악산을 다녀온 후에 나는 그 감동에 아주 오래 젖어 있었다. 혼자 갔다 왔다고 구박을 하는 친구들의 데리고 다시 가기로 하였다. 큰아이에게 5월에 금강산을 다시 간다고 하니 “또가요” 한다. “하하~~그래 또간다” “금강산이 또 보고 싶어 간다” 그렇다 금강산은 가도 가도 보고 싶은 산이고 머무르고 싶은 산이다. 그것은 가본 사람만이 안다. 앞으로 누가 금강산에 가자고 하면 형편만 맞으면 폐일언(蔽一言)하고  갈참이다.


삼팔선을 넘고 남방 한계선을 지나서 거대한 남쪽 철조망을 바라보며 다시 북으로 향했다. 전에도 그렇지만 남쪽에 병사들은 얼굴이 하얗고 몸이 건장하며 얼굴 표정이 밝다. 싱글 싱글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그러나 일단 북쪽에 구역으로 들어가면 검은 얼굴에 미동도 하지 않는 인민군 병사가 버티고 서 있다. 이렇게 대조적일수가 있는가. 분단의 50년은 이 모습에서 보여 주듯이 동족은 적대적 관계로 인하여 이질감으로 아니면 문화차이에 의한 견해의 차이로 우리들을 갈라놓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도 또한 우리의 몫이다. 금강산으로 가는 에어로 타운 중형버스는 흔들흔들 하며 아직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도로를 타고 올라간다. 도로 옆에는 남북을 잇는 철도 공사가 한창이다. 남쪽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하여 굉음을 내며 공사를 하지만 일단 북쪽 구역으로 가면 많은 사람들이 늘어서 작업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지나가면 한결같이 않아서 쉬고 있다. 아마 그러라고 지시가 있었나 생각된다.


*

마음을 다잡고

휴전선을 넘는다.


총칼은 남과 북을 겨누고

마음은 손을 잡고 웃는 구나.


애써 태연한척 곁눈질을 하며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가이없다.


저놈의 철조망 좀 걷어 내라.

총부리를 치우고 어깨동무 좀 하자.


너와 나는 애당초

한민족이고 이웃사촌 아니었던가.


슬프다…….

민족의 비극이여…….






부동자세로 서있는 붉은 군대, 이제 그런대로 익숙해진  북녘에 인민군들을 바라본다. 손을 흔들어 본다. 그러나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자세다. 그러나 일행들이 일제히 손을 흔들자 안내하는 관광 조장 미스박은 아무리 흔들어도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해준다. 그렇다 저들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고정자세다. 잘 훈련되어 그럴게다. 너무 거부감 가질 필요는 없다. 북방한계선을 지나서 도로에 20여대의 버스가 정열하여 섯다. 앞에서부터 인민군의 검색이 시작 되었다. 우리 차량의 차례가 되자 정장을 한 인민군 군관이 올라 왔다. 두리번두리번 하며 뚜벅 뚜벅 뒤쪽 좌석까지 걸어 왔다. 다시 뒤돌아서더니 인사도 없이 말없이 내려간다. 모두들 무슨 죄를 지은 것 같이 숨을 죽이고 있다. 이런 일은 죽을 맛일 게다. 아무튼 그러려니 하고 다시 금강산으로 버스는 달린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관광조장의 말로는 이 바람이 금강 내기란다. 돌개바람 같이 동해 바다의 바람과 산골짜기의 기류가 뒤 석여 세찬 바람을 만들어 내나 보다. 심할때는 초속 40 KM 로 불어 제낀단다. 바람은 인간이나 식물에게 피해만 주는 게 아니다. 저 세찬 바람이 불어 금강산에 기암괴석을 천년만년 깎아서 아름답게 하였을 게다. 천만년 풍상은 자연을 경외롭게 한다. 또한 금강산에 풀과 나무를 강하게 하여 조화를 이루게 한다. 약한 곁가지는  세찬 바람과 엄청난 눈에 에 꺾이어 반듯한 모습의 소나무를 만든다. 또 이 비바람 눈보라가 삼라만상의 조화를 이루어 저 아름다운 금강산이 된 것이다.



장전항에 파도는 세찬 바람으로 거칠게 요동치고 있다. 바람은 모래를 날라다가 차창의 유리창을 때린다. 다급하게 수속을 마친 사람들은 차안으로 몸을 숨긴다. 날씨 한번 고약하다. 환영치고는 너무 쎄다.  그런 와중에도 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숙소인 온천 빌리지로 들어 왔다. 지난번에 와서고 느낀 것이지만 금강산관광은 숙박 시설이 빈약하다. 아직 제대로 자리를 못 잡아 그럴 것이다.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하여 쓰고 있는 숙소는 이름만 그럴듯한 빌리지 시설은 그저 먹고 자고 화장실 샤워, 세면하고 화장실 가는 최소한의 공간만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이런 숙박시설의 불편함 쯤이야 참고 결들만 하다. 왜~ 저 아름다운 금강산이 있고 또한 신비한 온천수에 몸을 담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서둘러 식사를 하고 온정온천으로 향했다. 신비의 게르마늄 약수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남녘의 흔한 온천과는 다르다. 자연 그대로 뿜어내는 온천인 것이다. 이 온천은 전에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곳에 만들어져 있는 온정온천에서 약 200m의 파이프를 박아 끓어 올린단다. 물은 자연 그대로 공급하고 있으며 시설은 남쪽 식으로 만들어 놓아 첨으로 불편함이 없이 온천욕을 즐길 수가 있다. 흠이 있다면 입장료가 조금 비싼 편이다. 12불이니 그렇다. 하긴 여기는 금강산이 아닌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시원한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세차게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를 바라보고 있다. 끊어질 듯 몸부림치는 가지가 잘도 견디며 버티고 있다. 푸른 잎이 기를 만들어 준비를 단단히 했나보다. 바람은 온천에 물보라를 만들어 맨몸에 사람에게 뒤집어씌운다. 아주 기분이 얼얼하다. 멀리 구름사이로 보이는 비로봉이 오락가락 하며 살며시 동해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들은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모처럼의 여행이다. 이렇게 고교 동창들끼리 부인들을 모시고 그것도 2박 3일 이나 온 것이 처음이니 마음이 설래는게 정상이다. 창문을 흔들어 대는 바람소리에 모두들 잠을 설치는 눈치다. 집을 떠나온 낯섦도 있지만 금강산에 관광이 워낙 긴장되는 북녘 땅이니 잠을 푹 진수 있겠는가.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는 친구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자고나니 바람은 잠잠 해졌다. 오늘은 구룡연으로 가는 날이다. 금강산에 오면 안내조장들이 애써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화장실 문제다. 일단 주차장 화장실을 쓰고 나서 산에 오르기 시작 하면 사용료를 내야 한다. 남자는 큰 것 4달러 작은 것 1달러 여자는 모두 4달러....... 친구들에게 나는 애써 여러 번 설명을 하였다. 그런데 아침에 볼일을 두 번이나 보았건만 한 십여분 오르자 배가 싸 하기 시작 하였다. 이거 심상치 않다. 얼마를 올라가니 아니 이게 점점 배가 뒤틀러 온다. 뒤돌아 갈까. 그러면 일행과 너무 떨어져 안 된다. 구룡연 오르는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애라 올라가서 4불을 쏘아야 겠다. 나는 화장실을 찾아 부지런하게 오르기 시작 하였다. 얼마를 오르니 길가에 막걸리 과자를 놓고 파는 북녘에 처녀들이 두 사람서 있다, 화장실이 어디쯤 있냐고 물으니 30분은 가야 한단다. 이거 큰일이다, 말려 나오는 느낌에 점점 압력이 심해진다. 난 뛰다 시피 올라갔다. 금강문이 나왔다. 맨 선두로 올라가던 사람들이 조장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다. 나는 잠시 듣는 둥 마는 둥 듣고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 하였다. 금강산은 식후경이 아니라 배설후 구경이 맞는 말이다. 다시 한 십여 분을 올라가서 관광 조장에게 화장실을 물으니 어허~ 저 밑에 있단다. 위에는 한 시간을 올라가야 한단다. 부지런하게 올라가시란다. 아니 누구 옷에 똥 쌀 일 있나. 나는 뒤돌아 내려오기 시작 하였다.  올라오던 사람들이 남에 속도 모르고 참 빨리도 갔다 오십니다. 대단 하십니다, 하며 인사를 건넨다. 이 그……. 금강문을 지나 넓은 공터에 오니 북측 환경 감시원 남녀가 서 있다.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저기란다. 부지런하게 놀라가니 화장실 앞에 두 사람이 서 있다 4불을 꺼내서 주니 친절하게 “이리 오시라요”하며 화장실 문을 열어 주며 인사를 꾸벅하고  간다. 참 친절한 여성동무다……. 변기는 양변기에 비닐봉지를 밑으로 깔아 놓았다. 나중에 저 화장실 당번이 다 싸가지고 내려간다고 한다. 참 금강산을 보전 하려는 북녘 사람들의 대단한 노력이다.  엉덩이를 까고 않아서 시원하게 배출을 하니  살 것 같다. 으히~ 그러나 쉽게 나갈 내가 아니다. 4불이나 주었으니 좀도 오래 오래 휴식을 취하고 나가야지…….하하……. 이런 때 김삿갓은 돈을 도로 받고 나갔다는데 난 안되겠다. 하하.......마누라가 걱정할 것이다. 나는 옷을 추스르고 나왔다.


*그 옛날 김삿갓이 금강산 어느 마을에 들어갔다. 여기서 금강산 어느 마을인지. 아니면 남녘에 어느 마을인지는 확실치 않다. 밥한 술 얻어먹은 것이 체했나. 아묻튼 배가 싸 하게 아파 왔다. 길을 가다가 급한 김에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 마침 주인 마나님 혼자 있었다. 그 당시는 남녀가 유별이라 내외를 하던 시절 아닌가. 문 뒤에서 어찌 그러시냐고 묻는다. 뒷간이 급하니 그런다고 하자 공짜로는 안 된단다. 그럼 얼마를 주어야 하냐고 깁삿갓이 묻자 닷 냥을 내란다. 닷 냥이라. 이것은 거금이다. 에라. 조금 깎자고 하자.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할 수 없이 김삿갓은 주인 마나님을 다시 불러 닷 냥을 주고는 뒷간에 주저 않았다. 시원하게 배설을 하고 나니 본전생각이 솔솔 난다. 똥누러 가때 하고 노올때 하고 마음이 어디 갔겠는가. 김삿갓은 돈을 되찿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서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구름처럼 떠돌아다니는 처지에 바쁠 일이 머 있겠는가.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뉘엇 뉘엇 기울어지기 시작 하였다. 주인 마나님 볼일을 봤으면 나가야지 해가 지도록 나가지 않으니 이제는 이 마나님이 급하게 되었다. 뒷간 앞을 왔다 갔다 하다가는 어허.큰일이 났다 기척도 없으니. 뒷간 문을 열고 확인을 하려고 하자. “에헤엠~” 하고 기침 소리가 났다. “아니 손님 ~ 저희 쥔어른이 오실 시각이니 이제 그만 나가심이~~” “아하~ 그러신가요…….” “ 설사가 심해서 나가려면 또 나오고 나가려면 또 나오고 하여 나갈 수가 없소이다.” 주인 마나님 이거 큰일이다 싶어 급한 김에 “힘좀 많이 써보시지요” 한다. 김삿갓. “힘을 아무리 많이 써도 거어 본전 생각이 나서 요놈의 항문이란 놈이 또 벌어지는 구려…….” 이거 큰일이다. 외간 남자를 집안에 들여 놓고 이러고 있으니. 부인은 그만 울상이 되어 돈을 되돌려 주면서 나가라고 사정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순순히 물러날 삿갓이 아니다. 몇 시간을 더 버틴 결과 덤으로 돈을 얻어서 받고 뒷간을 나왔다는 옛날이야기 이다. 하하 ~~ 나는 그 이야기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 문을 나왔다. 여기선 더 버텨봐야 별 볼일이 없을 것 같아서. 쩝쩝~~ *


다시 구룡폭포를 향하여 오르기 시작 하였다. 작년 가을에 왔을 때보다 물이 많아 졌다. 그때는 저 비봉 폭포에 물이 없었었다. 지금은 제법 폭포를 이뤄 흐리고 있다. 친구들을 불러 모아 사진을 찍어 주고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친구란 참 좋은 거다. 더구나 이 아름다운 금강산을 친구하고 와서 술 한 잔하며 구경을 한다는 것은 인생에 행운일는지도 모른다. 어디다가 말해도 내 죽마고우라고 말할 수 있는 고등학교 동기생들인 친구들……. 가슴 두근거리던 청춘시절에 만나서 근30여년을 같이 해왔다. 공직에 있는 이원제 부부. 소목장으로 크게 성공한 박봉춘부부, 곡물가공공장을(방앗간) 하고 있는 김종배부부.그리고 내 학창시절에 짝쿵 인 마음씨 좋은 아저씨 황인덕부부........정말 언제나 같이 하고 싶고 부르고 싶은 이름이요. 벗들이다. 이 금강산에 정기를 많이 받아가시게~~ 그래서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아 금강산에 한 여나므번 오자꾸나.


옥류동에 오니 그 푸르른 에메랄드 보석의 물결이 오늘도 신비스런 빛을 발하며 그대로 흐르고 있다. 저 물을 떠서 먹을 갈아 백합 같은 하얀 비단에 일필휘지로 한획 한획 써내려 가고 싶다. 天下絶勝 金剛山 (천하절승금강산)  朋予往來(붕여왕래) 好時節(호시절) 이라고……. 참 금강산도 벗과 함께 오니 다정한 정담과 우정을 나눌 수 있어서 더욱 좋다. 그래서 어젯밤 우리들은 북쪽에 名酒(명주) 들쭉술로 진한 건배를 하지 않았던가. 좋은 친구에 좋은 술에 좋은 경치를 부인들을 모시고 와서 보니 이보다도 더한 행복이 있겠는가. 살아생전 금강산을 보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상팔 담을 바라 볼 수 있는 능선에 올랐다. 난 간대를 쇠파이프로 둘러놓았다. 안전을 위해서 전망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상팔담을 내려다보니 삿갓봉이 푸르게 채색되어 있다. 그 주위를 돌아 흐르는 물결에 구비 구비 담겨져 있는 비단결에 에메랄드의 청아한 潭(담)은 그 빛이 봄에 생기를 받아 하늘을 찌를 듯한 생기에 넘쳐 있다. 저 세 번째 담수가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란다. 상팔담에서 서남으로는 세존 봉이 보이고 동북으로는 옥녀봉이 보인다. 세차던 바람도 잦아들었다. 두둥실 떠가는 구름이 하가로 움을 더한다.

시한수를 지어 본다.


*

벗과 함께

상팔담을 바라본다.


주렁주렁 달린 표주박을

줄줄이 역어 놓은 듯이


물길은 머물다가 흐르고 또 머물다가 흐른다.


세존봉위를 지나가던 봄결이

느긋하게 옥류동으로 내려 않누나.


막걸리 파는 저 여인.

흐르는 세월을 잡아

정자에 앉히고 벗과 술 한 잔 나누는

풍류를 아는가. 모르는가.


돌리는 발걸음 내내 아쉬워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저 노인의 그 마음 나는 알리라…….


상팔담을 내려와 구룡폭포로 향했다. 구룡폭포는 조선제 4대 폭포중에 하나로 폭포의 길이가 74m를 넘는다. 물이 떨어지는 소(沼)의 깊이만도 13m가 넘는다. 상팔담에 여덟 소(실제는 13개의 소가 있다)를 지나서 구룡폭포로 쏱아 진다. 비가 많이 오면 폭포의 길이는 120m가 넘어 물보라는 무지개를 이루고 떨어지는 물소리는 천지를 진동 시킨다. 장관을 이룬 물길은 관폭정을 집어 삼킬 듯이 달려들 것이다. 이때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을 위하여 몸부림 치며 하늘을 울리고 딸을 흔들 것이다. 지금은 봄이다. 폭포 좌우에 피어 있는 푸른 소나무의 기상만이 한폭의 동양화가 되어 폭포의 운치를 돋우고 있다. 돌아서는 발걸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300m를내려오니 김일성주석의 한시(漢詩)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한시(漢詩)이다. 김주석만이 할수 있는 일일게다. 저 시가 내 가슴에 다가올려면 아직도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할 것 같다. 

*

우리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아픈 다리를 이끌고 금강문을 벗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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