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인데
아직까지도 손발이 오그라들고 창피하고 무섭고(?) 죄송하고 그렇습니다.
안녕하세요.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초반 직딩 톡 죽순이에요.
데헷?'-^*(썩꺼져버려ㅗ)
판은 자주 안 쓰고 주로 댓글을 많이 다는 편인데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네요ㅜ
생각해보니 좋은 일로 판을 쓴 적보다는
본의 아니게 안타깝거나 좋지 않은 사연으로 쓴 적이 많네요.
어쨌든 각설하고
저는 스무살 때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기 때문에
학연도 없고 이 동네에는 친구가 거의 없습니다. ![]()
무료하고 쓸쓸함에 시작한 취미가 바로 '인라인 스케이트'입니다.
인라인을 타기 시작한지 한 3년 정도 되었고
누구에게 지도를 받거나 하지 않았지만 혼자 엉성하게 잘 타고 다닙니다.
딱 한번 자전거랑 부딪혀서
땅에 머리를 콩! 박은 적 외엔 나름 무사고 입니다. ![]()
(단, 감속은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브레이크 동작을 잘 못합니다.)
오늘은 기분 좋게 늦잠도 자고
운전면허 기능 시험에 붙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100점 받았다는...-_-!!)
학원에서 돌아오니 어정쩡한 시각이어서 누굴 만나거나 하긴 애매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조금 쉬었다가
최근 학원을 다니느라 타지 못했던 인라인을 타기로 했습니다.
귀찮아서 다음에 탈까 했지만 더워지는 날씨에 옷은 짧아지고
땀띠나게 생긴 내 몸매에 그저 한 숨 뿐.. ![]()
선선해진 여덟시 반 쯤 인라인을 들고 탄천 쪽으로 걸어가는데
아차! mp3를 안가져왔네요.
그러나 집에 다시 가기엔 귀찮아서
오늘은 그냥 '자연의 소리'와 '사람들의 담소'나 듣자 하고 혼자 허세를 부렸습니다.
준비운동을 하고 인라인으로 갈아신고 슬슬 타기 시작했습니다.
캬 공기 좋고 풀 냄새 죽이는구나 +_+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뭐래ㅡㅡ;)
풀밭에서 공 놀이를 하는 다정한 아빠와 아들의 모습~![]()
(공은 공교롭게도 나에게 자주 날아옴 ㅠ 무서워 ㅎㄷ)
굴다리 밑에서 감미롭게 색소폰을 연주하시는 아저씨.. ![]()
수준급으로 자전거를 타는 멋진 중년 부부의 모습 ![]()
훈훈한 오빠들도 있지만 부끄러워 쳐다보진 못함 ㅠ
그리고 아름다운 몇 쌍의 젊은 커플...!!!!!!!
은 아니고 걍 많은 커플들...-_-+ (왜 이렇게 많음?
)
왜 도대체 안락한 산책로로 안 다니고 꼭 자전거 도로에서 산책하시는 거임 ㅠㅠ
게다가 1차선 자전거 도로인데 꼭 한 가운데서 걸어가주심 ㅠㅠ 완전 미워![]()
(내가 꼭 솔로라서 괜히 열폭하는건 아니야.
)
나는 자전거가 띠링띠링 소리라도 내면
끝으로 붙어서 눈치보며 천천히 가는데ㅜ.ㅜ
(지 혼자 매너있는 척ㅋㅋㅋㅋㅋ
아마 자전거 유저분들도 나같은 인라인 허접 싫어할 듯 ㅠㅠ)
음~~ 그래도 농구하는 훈훈한 청년들을 보며 울분을 삭힙니다.
(차마 대놓고 구경은 못 함.
)
괜히 왕 초보인 척, 잘 못타는 척 천천히 지나가거나 때론 멋지게 슥 지나갑니다.
혹은 관심 없는 척, 도도한 척 ㅋㅋㅋㅋㅋ
(어차피 그들은 나에게 관심도 없는데.. 으헝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 돌멩이에 틱 걸려서 추잡한 자세가 나오기도 하지만
곧 잘 중심을 잡습니다. 하하 (막상 돌멩이에 걸리면 진짜 완전 식겁함 ㅠ)
평소에 목표로 삼는 지점까지 무사히 도착하고
다시 동네로 돌아가기 위해 유턴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
많은 자전거와 자전거 도로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기척을 느끼면 길가로 피해주시는 분들을 지나서~~
아, 오늘도 무사 귀환인건가~
맞다 아까 로또 샀는데 1등되면 어떡하지 등 잡생각을 하며 가는데...
멀리 커플 한 쌍이 도로를 차지하며 느긋하게 걸어갑니다. (미워ㅠ
)
그들과 점점 가까워져서 감속을 하는데
그 분들은 어여쁘게 담소를 나누시느라
뒤에 있는 제 인기척을 못 느끼셨는지
길가로 자리를 옮기실 마음이 없으신 듯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에 왕 돌멩이가 보이는 겁니다.
그런데?????
그 왕 돌멩이가 갑자기 폴짝 뛰는 겁니다 ![]()
그거슨 바로 커다란 개구리였습니다 !!!!!!!!!!!!!!!!!!
(평소 인라인을 타며 지렁이는 많이 봤어도 개구리는 첨인 듯 ㅠㅠ)
앜!!!!! 소리를 지를 뻔 했으나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틀어 막았습니다.
진짜 무서워서 눈물이 나올 뻔 했어요ㅜㅜㅜㅜㅜㅜ
머릿 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내 앞엔 그들이 가로 막고 있고 그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는 개구리,
반대 차선으로 넘어 가기엔 자전거들이 자주 쓩쓩 지나가고
나도 멈추긴 해야되는데 브레이크는 할 줄 모르고 미치겠다!!!
( 대략 이런 상황 ↓ )
잘 못 하다간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왕 주먹 만한 개구리를 밟아 터뜨릴 것 같았습니다.ㅠㅠㅠㅠ
끔찍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 쳐짐; 우욱;;;;;
그리고 그 개구리가 아름다운 커플을 방해하러 튀어갈지도 모르는
위기 일발의 상황이였습니다.
결국..
나도 살고 불쌍한 개구리도 살려주고
아름다운 저 한 쌍의 커플도 구해주자고 생각했던 저는
으악!!!
왕개구리다!!!!!
라고 쪽팔림을 무릅쓰고 외치며 개구리 옆으로 쓱 지나쳐
커플의 등짝을 양 손으로 확 밀어버렸습니다 ㅠㅠㅠㅠ
바로 이렇게.........
...............
애석하게도 왕개구리라고 외쳤던 게 무안해지도록
개구리는 저를 비웃 듯 풀 숲으로 퐁당!...
그렇게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에라이 개굴 나쁜놈아!!!!!!)
내가 널 살리기 위해서 얼마나..
@!#%ㅆ$%^%!#%!$#%^ㅆ#@$!@#$
사라진 개구리를 마음 속으로 애타게 불러봤지만
저는 그렇게 커플에게
정신 나간 사람이 되어 민폐만 끼친 꼴이 되었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
(결국 그 커플의 알콩달콩한 시간을 방해한 건
개구리가 아니라 본의 아니게 제가 됐네요ㅠ
절대 일부러 노린거 아님 ㅠㅠㅠㅠ)
진짜 억울하고 서러웠지만 굽신굽신 연신 죄송하다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고개 숙여 사죄했습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저를 이상한 여자 보듯 쳐다봐서 창피했지만;
커플은 저를 너그러이 용서를 해주셨습니다.ㅠ (감사해요 ㅠㅠ)
전 앞으로 유일한 친구인
인라인과 함께할 수 없게 되는 걸까요....
퇴근하고 심심할 때, 주말에 외로움을 달래줄 때 인라인과 함께했는데
겁이 나서 그리고 창피해서 탈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으아.....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그 커플에게도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정말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ㅠㅠ
제 건전하고 유일한 취미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으허어헝 ㅠㅠ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신 톡커님들에게도 죄송하고 감사해요ㅜ.ㅜ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